못 말리는 담임쌤 야구사랑

빗자루 들고 배팅 연습하다 아찔... 사춘기 제자들과 소통은 덤

by 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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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시간 갑자기 빗자루가 교실로 날아왔다.

하마터면 **이가 크게 다칠 뻔했다.

빗자루에 어깨 쪽을 살짝 스친 **이는 놀라서 눈물을 글썽였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어찌 된 일이냐 물어보니 그냥 빗자루가 날아왔다고 했다. 교실 뒷문 쪽엔 **이가 바짝 언 채로 서 있었다.

빗자루를 집어던진 줄 알고 무턱대고 한소리를 했다.

“무슨 상황이니? 큰일 날 뻔했어.”

“...”

“머리라도 맞았으면 어쩔 뻔했니! 자초지종을 얘기해 봐.”

“...”

**이도 평소답지 않게 눈만 끔뻑거린다.

“그게요.”

“응. 말해봐.”

“그게요. 야구 배팅하다가...”

“뭐? 야구 뭐?”

“빗자루로 야구 배팅하는데 손잡이가 빠져서 날아갔어요.”

아이구나!

맙소사!

담임이 야구 좋아하니 학생이 빗자루로 타격 연습하는구나.

그래. 다 내 잘못이다. 내 잘못.

단순 사고였음에 한숨 돌렸지만,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뻔 아찔한 순간이었다.

개막전 경기를 보러 나가며 올해 우승을 외치는 열혈 야구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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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 야구장 바로 옆에서 20년 가까이 살았다.

저녁 경기가 있을 때면 라이트가 훤히 켜졌고 주말에는 응원 소리에 동네가 들썩였다.

경남이 고향인 남편은 롯데가 원정이라도 올 때면 두 딸을 데리고 야구장을 찾았다. 롯데의 응원문화는 독특해서 승패를 떠나 팬끼리 응원을 신나게 하며 즐거워했다.

대학생 작은딸은 목동 구장이 홈인 히어로즈 열혈 팬이 됐다. 입담 좋은 딸은 경기가 있을 때마다 상황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했고 그 덕에 우리 가족은 자연스럽게 팬이 됐다. 작년엔 이정후라는 걸출한 스타 덕에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해 온 가족이 울고 웃으며 경기를 즐겼다.

그런데 야구라는 스포츠는 경기 시간이 너덧 시간은 기본이어서 평일에 즐기기엔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주말이 아니고서는 겨우 경기 결과를 기록으로 체크하곤 한다. 참 이상한 것은 분명 책상 앞에 앉아 있던 두 딸도 지던 경기가 역전이라도 하는 순간엔 방에서 환호성이 동시에 터진다. 각자 휴대전화로 몰래 보고 있음에 틀림없다. 나도 남편도 실시간 문자중계를 보고 있으니 뭐... 네 식구 그냥 거실에서 같이 보자 같이 봐.

올해 히어로즈는 부진 늪에 빠졌다. ‘이정후 슬럼프에 우울하다.’ ‘글렀다. 망했다’며 매 경기 분통이 터지니 집안 분위기 말이 아니다. 과유불급이라 했다.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니 자제하자 자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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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오늘 퇴근 후 뭐 하세요?”

“왜 그게 궁금할까?”

“선생님 몸무게 주식 살까 말까 판단이 안 서거든요.”

“그래?”

웃음이 나온다.

“오늘 연수 있지만 그거 끝나고 친구들이랑 저녁 약속 있긴 해.”

“메뉴는 뭔데요? 삼겹살?”

“글쎄, 고기를 먹을 수도 있을 것 같긴 해.”

“그럼, 맥주도 캬~ 한잔?”

“뭐, 그럴 수도!”

“아하, 그럼 사야겠네요.

얘들아!! 오늘 선생님 저녁 약속 있대. 삼겹살에 맥주도 한잔하신대!”

진짜 진짜?

우르르 몰려가서 주식을 마구마구 사는 아이들.

연수 끝날 즈음 휴대폰을 켜니 우리 반 **이가 글을 올렸다.

‘선생님 야구 키세요.’

삼성 대 키움 1대 1 상황.

그런데 다시 경기 상황을 실시간 체크하니 4대 1 승리로 이길 기세다.

앗싸~~ 회식 취소 후 경기 보러 바로 귀가.

다음 날 아침엔 난리가 났다.

“선생님, 몸무게가 왜 왜?”

“어제 회식한다고 했잖아요.”

몰려와 집단 항의 태세다.

“응, **이가 키움 이긴다고 알려줘서 경기 보러 집으로 바로 갔어.”

“키움 이겼는데 치킨 안 드셨어요?”

“응. 너무 늦어서 못 먹었지.”

주식 투자에 변수가 더 늘었다.

키움의 승패와 선생님 몸무게의 상관관계.

알쏭달쏭.

얘들아, 돈 버는 게 그리 쉬우면 다 부자 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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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대 삼성-0대 14

‘와 속이 다 시원하다’ 학급 게시판에 글 하나 올라왔다.

삼성 골수팬 **이가 키움이 7회 말 야구 중계 상황표를 실시간으로 올렸다.

“삼성은 지는 해야. 키움은 떠오르는 해고. 얼른 갈아타라.”

키움만 만나면 고전하는 삼성을 두고 약을 좀 올렸더니 키움 팬 담임에게 복수를 제대로 한 셈이다. 이정후 별거 아니라는 말로 응수하던 녀석이 또 날 약 올리는 것이다.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라는 오늘 배운 속담 써 줬다.

더불어 ‘지는 경기에 힘 안 쓰는 지혜야.’ 댓글도 달아줬다.

그리고 후회했다.

유쌤, 야구사랑 자제합시다. 자제해!!

하교 후 곧장 야구장으로 달려가는 딸. 경기가 질 때면 과제를 다 하고 온다며 말이 되냐며 분통 터져하는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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