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도 서러운데 비정규직 차별이라뇨!

신용등급 내려가 일자리 잃은 아이들..급식 꼴찌 대우에 버럭

by 포롱
어린이날 기념 과자 한 세트 150 드림 내고 사가라 했더니 비싸다고 아우성. 50 드림으로 파격 세일 들어갔다. 환호성을 지르며 사가는 아이들, 그날 순식간에 완판했다.

“선생님, 큰일 났어요.”

“왜?”

“**이 신용등급 내려가서 실직 위기예요.”

“진짜?”

월요일 신용등급 변화를 눈여겨보던 아이의 날카로운 발견.

평화롭던 꿈나라에 파문이 인다.


월요일 아침 등교하다 말고 실직 통보받는 아이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사태 파악에 나선다.

먼저 신용등급표와 직업요건표를 번갈아 확인한다.

그리고 통계청 직원의 체크기록을 본다.

매일 제출 의무인 두 줄 쓰기, 배움 노트, 독서 릴레이 표에 X표가 꽤 보인다.

매주 연달아 신용등급이 내려갔음을 확인하고는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직업 필수 자격이 있는데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최저 요건을 못 맞춘 것이다.


“그런데 실직하면 어떻게 돼요?”

“월급을 못 받지.”

“그럼 세금이랑, 자리 임대료 등은 뭐로 내요?”

“통장에 모아놓은 돈 있지? 그걸로 쓰면 돼.”

“그거 다 쓰면 어떡해요? 난 뭐 먹고 살아요?”

“신용등급을 올려서 그 일을 계속하든가 아니면 신용등급 필요 없는 일을 찾아야지.”

아이들이 한숨을 푹 쉰다.


아롱이다롱이들은 실직을 대하는 자세도 제각각이다.

“에이, 한 달 푹 쉬지 뭐. 그동안 벌어놓은 거 쓰면 돼.”

“선생님, 제가 하던 일 아르바이트로 할 수 있죠?”

“공책 정리도 독서도 열심히 할 거예요. 매주 신용 한 등급씩 올려서 다시 제 일 할 거예요.”

어깨 처진 친구를 위로하는 친구도 등장한다.

“나 곧 초코파이 마켓 열건데 같이 동업할래? 왕창 돈 벌 수 있어. 걱정마.”

친구의 위기를 기회로 잡으려는 아이도 있다.

“선생님, 투잡도 가능하죠? 제가 **일 할래요.”

자기반성형 아이는 아침 두 줄 노트에 이렇게 썼다.

‘X표가 그렇게 무서운 건 줄 몰랐다. 실직 안 하게 매일 열심히 살아야겠다.’


수업 시작 전 ‘실직’과 ‘신용등급’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른들의 사회에서 업무태만과 불성실성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직장 다니시는 부모님이 매일 열심히 일하시는 것과

우리가 꿈나라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결국은 같은 것이라는 것도

생각해 봤다.


쉬는 시간 **가 잔뜩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하소연한다.

“선생님, 열받아서 못 살겠어요.”

“왜, 무슨 일인데?”

“아니 **이가 저보고 급식 꼴찌로 받으래요.”

월요일에 실직한 **는 최저시급 5드림을 받고

급식 배식 일을 아르바이트로 하는 중이다.

“왜? 무슨 이유로”

“안 그래도 속상한데 알바라고 밥까지 꼴등으로 받으래요.”

오호~ 요놈들 봐라.

웃음이 나온다.

“그래 알았어. 이따가 얘기하자.”


수업 시작종을 기다렸다가 칠판에 네글자를 크게 썼다.

‘비정규직’

아이들은 조용히 저게 뭔가 싶어 쳐다본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가 있단다.

그런데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정년까지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정규직도 있지만

일정 기간 계약을 하고 일을 하는 계약직도 있어.

그런 일에는 아르바이트, 기간제, 계약직 등이 있는데 그런 일을 비정규직이라고 해.

그런데 똑같은 일을 하면서 임금이나 복지 등에 차별대우를 받는 경우가 있지.

그걸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라고 해.

비정규직이 어떤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어.

그럼 고용한 사람은 그걸 바로 잡아야 하는 의무가 있고.

우리 교실도 꿈나라라는 작은 국가란다.

우린 여기에서 작은 사회를 경험하고 있는 거고.”

‘차별’이라는 두 글자도 크게 썼다.

비정규직 차별 사례를 다양하게 들어줬더니 대뜸 한 아이가 묻는다.

“그럼 비정규직을 모두 없애면 되는 거 아니에요?”

“그거 좋은 질문이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해?”

한 아이가 손을 든다.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제가 마트 사장인데,

바쁠 때만 잠깐 쓰는 아르바이트생을 쓰고 싶지

일도 없는데 직원 뽑아서 매달 월급 주고 싶진 않거든요.”

“맞아. 기업이나 고용주 입장에서는 생각이 달라진단다.

기업이 잘돼야 직원 일자리가 유지되고 월급이 올라갈 수 있잖아.

그리고 비정규직이 꼭 나쁘다고만 할 수도 없어.

개인 사정상 계약직을 하고 싶을 수도 있고

몇 시간 알바만 하고 싶을 때도 있거든.”

나라 경제가 시장 경제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님을 체감하는 아이들.


쉬는 시간 두 아이를 불렀다.

“선생님은 너희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재판관이 아니야.

너희들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

그리고 여긴 학교고 부족한 너희들이 모르는 것을 배워가며

성장하는 곳이란 걸 기억해 줘.

자 두 친구?

아까 싸우는 것 같던데?”

역시 6학년은 눈치도 빠르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행감바’ ‘인사약’을 한다.

“실직해서 아르바이트하는 것도 속상한데 밥까지 꼴찌로 받으라고 해서

나를 무시하고 막 대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났어.

네가 사과해 줬으면 좋겠어.”

“내가 널 차별하는 말을 해서 미안해.

그게 비정규직 차별인지 몰랐어. 이제 알았으니까, 다음부터 차별 안 할게.”

시키지도 않았는데 악수와 포옹까지 한다.


“선생님, 할 말 있어요.”

“응. 뭐?”

“근데 저 급식 배식 일은 똑같이 하는데 최저 시급 주는 건 부당한 대우 아닌가요?”

“.......응 그게 그런가? 그러네. 그럼 넌 배식만 해. 뒤처리는 다른 애들이 하게 하자. 어때?”

“네. 좋아요.”

“선생님, 저도 할 말 있어요. **가 실직해서 통계청 일 혼자 하잖아요. 업무량이 늘었는데 월급 올려주실 거죠?”

“음, 그게 그게 그렇게 되나? 그래. 생각해 볼게.”

대견하다 대견해.

배운 대로 자기 권리는 똑 부러지게 찾는구나.

그나저나 아이들 통장에 돈이 넘쳐난다.

꼬박꼬박 월급 받아 저축만 하는 아이들이 많다.

비싸다고 쿠폰도 안 사고 맛있는 간식도 안 사 먹는다.

“돈을 써야 경제가 돌아가지. 얘들아, 지갑을 좀 풀어라, 제발!!”

교실 인플레이션이 걱정돼 대통령은 밤잠을 설치고 있다.


-덧붙이는 말-

우리 반의 갈등 해결 대화법 ‘행감바-인사약’

‘행감바’는 상대의 행동에 대한 나의 감정, 그리고 바라는 점을 솔직히 얘기하는 것.

‘인사약’은 나의 행동에 대한 솔직한 인정과 진솔한 사과, 그리고 앞으로의 약속의 말.


마지막 어린이날 보물찾기도 했다. 선생님이 숨겨둔 쪽지를 찾아 교실을 홀라당 다 뒤집은 아이들. 25개의 글자로 선생님의 메시지 만들기 미션도 성공! 너의 꿈과 몫을 크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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