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연히 교보문고를 들어갔다가
깜짝 놀랄 만한 장면을 마주했습니다.
<입시영어 로드맵>.
제가 쓴 책이 ‘가정/육아’ 분야 주간 베스트셀러 409위에 올라 있었던 거죠.
이 책은 이론서입니다.
아이를 키운 경험, 학생들을 가르친 현장의 이야기도 담았지만
핵심은 문법, 구조 분석, 독해 스킬 같은
입시 영어를 위한 저 나름의 실전 전략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이론서를 쓸 만큼 실력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전문가도 아니고, 교수도 아니고
그저 20년 넘게 영어 학원을 운영해 오며
아이들과 함께 고민해 온 사람일 뿐이니까요.
그래서 솔직히 출간하고도 오래도록
이 책을 내놓기가 부끄러웠습니다.
혹시 누가 “이론이 약하다”,
“근거가 없다”라고 말하지 않을까,
“이런 걸 왜 책으로 냈지?”
누군가 이렇게 얘기할까 두려웠습니다.
그렇게 부끄러움이 가득한 책이
출간 직후 40위권에 올랐다가
당연히 순위에서 밀려났고
그리고 시간이 지나 지금,
다시 409위라는 숫자로 돌아왔습니다.
한 번도 홍보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대단한 순위는 아니지만
누군가는 이 책이 필요했던 걸까요?
그 사실이 저를 울컥하게 만들었습니다.
“실력이 없는 내가 쓴 글이
누구에겐 길을 안내해 줄 수 있나?”
책을 낸다는 건
내 안의 불완전함까지
꺼내어 놓는 일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서도
어떤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단 한 문장이 있다면
그걸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는 걸까요?.
이 책을 조용히 발견해 주신
이름 모를 독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조금 더 솔직한 마음으로
다시 글을 씁니다.
처음으로 책임감이라는 감정도
또렷하게 느낍니다.
잘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
아직 부족한 글이지만
어딘가에서 조용히 읽히고
누군가에겐 작은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