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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과학자 Feb 17. 2022

카프카의 '변신'에 담긴 문학 발명품

[서평]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

이 책은 '문학'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 문학을 심리학과 정신의학의 관점에서, 우리 삶을 더 멋지게 이끄는 '발명품'으로 소개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문학을 감성 센터인 편도체, 상상력 허브인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휴식을 취할 때 작동하는 뇌) 같은 뇌의 각 영역과 교감하여, 우울증을 완화하고 자신감을 불어넣는 등 수많은 심리적 혜택으로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과학적 도구'로 표현한다.


이 책은 우리의 삶에 유익함을 주는 25개 '문학 발명품'을 소개한다. 그리그 그 발명품이 왜 중요한지, 어떻게 작용하는지,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탄탄한 구성과 깊이있는 력으로 우리의 이목을 붙잡는다.


한편, 나는 이 책에 소개된 문학 발명품 중에서, 20번 ('미래를 쇄신하라')에 보다 집중했다. 또한, 이 발명품이 담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 탐독하며, 저자의 진의를 파악하고자 했다.




애초에 배운 적이 없었다면, 우리를 이끌어줄 현재 관점밖에 없을 것이다.
또 망각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역사를 끝없이 반복할 것이다.
-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 p.512 -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의 '학습'과 '망각' 그리고 '재학습'과 '재발견'에 대해 논한다. 인간은 늘 새로운 것을 학습하지만, 뒤따르는 망각을 피하지 못한다. 다만, 망각은 한 번에 이뤄지지 않고, 일정 시차를 두고 일어난다.  망각의 시차는 재학습에 걸리는 시간을 아껴준다. 그런데 재학습은 예전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에 남아있던 기억과 공존하는 새로운 연결을 통해, 이전 학습과 새 학습이 혼합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때로는 참신한 돌파구가 열리게 된다. 망각했다가 다시 배우면서, 우리는 과거의 지식에 현재의 새로운 관점을 추가는 '재발견'의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재학습'이 '재발견'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관점이 추가되지 않는다면, 망각했던 지난날의 실수가 의미 없이 계속 되풀이될 수도 있다. 과거 코페르니쿠스 이전, 수백 년 동안 수많은 천문학자들이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고 믿었던 것처럼 이다. 그런데 정말 다행히도, 문학 테크놀로지는 우리가 과거에 매몰되지 않고, 현재의 '새로운 관점'을 장착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즉, 문학 테크놀로지가 적용된 문학 발명품, 그리고 그 발명품이 담긴 문학 작품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재학습'을 '재발견'으로 연결 짓는 능력을 갖출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의 미래를 쇄신' 하는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가 소개한 문학 테크놀로지는 '시적 언어'와 '시적 서술'이다. 시적 언어는 단어 배열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일반 언어 "파란 꽃"을, 시적 언어로는 "꽃, 파란"이라고 바꿀 수 있다. 시적 서술은 낡은 규칙을 비틀면서 시적 언어를 따라가는 것이다. 즉, 이야기에 상식에서 벗어난 기이한 상황 또는 전개를 만들지만 독자외에 누구도 위화감을 갖지 않는 상황을 만드는 것 등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학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새로운 관점을 촉진시킬 수 있는 것일까? 저자는 이에 대해 뇌과학을 통해 밝혀진 객관적 사실 제공한다. 시적 언어와 시적 서술은 우리를 놀래어서 도파민 분출을 일으킨다. 분출된 도파민은 우리 뇌를 느려지게 해서 기존 기억과 새로운 정신적 관점을 섞이게 만든고, 이러한 혼합은 이전의 사고 습관을 깨트려 버린다. 우리가 지루할 정도로 평범하게 여겼던 것들을 낯설게 만들고, 새로운 세부사항과 새로운 주안점과 새로운 발견 기회를 포착하도록 영감을 불어넣는 것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 카프카의 '변신'에는 이러한 문학 테크놀로지가 놀랍도록 정연하게 녹아들어 있다. 젊은 청년이 가족과 한집에 사는 익숙한 이야기를 취한 다음, 그 젊은이를 거대한 벌레로 바꿔버린다. "파란 꽃"을 "꽃, 파란"으로 재배열하던 때와 마찬가지로, 인간을 벌레로 재배열하며 시적 언어를 차용. 그럼에도 어떠한 설명도 곁들이지 않는다. 또한, 누구나 알고 있는 낡은 이야기 규칙을 비틀며 시적 서술을 완성한다. '변신'에서 비튼  낡은 이야기 규칙은 '가족의 사랑'이다.


우리는 도덕적 우화와 감상적 소설 등을 통해 가족의 사랑은 사심 없이 관대하다고 배웠다. 그런데 '변신'에서 갑작스럽게 곤충으로 변한 청년은 부모에게 거부당하고 방에 칩거된 채 죽음을 맞이 한다. 하지만 곤충으로 변한 청년을 외면한 가족들을 비난해야 할까?  불편하긴 했지만, 무작정 그럴 수 없었다. 한편으로 가족들의 외면이 납득 기도 했다.


과거 가족들은 청년이 벌어오는 돈을 당연하게 받아들였으며 고마움이나 애정도 전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청년이 갑작스럽게 벌레로 변하면서, 가족들은 과거의 무기력함에서 빠져나온다. 사업실패 이후 소파에서만 지내던 아버지는 다시 직장을 얻고 큰소리를 내게 되며, 가계에 도움이 되지 않았던 17살의 여동생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가장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존재로 성장한다. 더욱이 청년의 죽음 이후, 등장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비관적이고 참혹한 현실을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마저 전달한다. 결국, 청년의 변신을 계기로 가족들이 자신의 삶의 주체가 되면서, 그들의 무능함과 소외감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다.   


지금 당신이 느끼는 이상 또는 갸우뚱함이 바로 새로움 관점이다. 어떤가? 주변의 조금은 익숙함이 다르게 보이지 않는가? 그렇다면, 저자가 소개한 문학 발명품이 당신에게 작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은 문학을 단순한 재미 또는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그저 그런 '이야기'로 바라보지 않는다. 우리에게 크나큰 유익함을 주는 문학 발명품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문학 테크놀로지를 과학적 근거와 함께 서술함으로써, 우리의 의구심을 해소시킨다. 


이 책에서 내가 집중한 문학 발명품 "미래를 쇄신하라"과거를 그리고 현재를 다른 관점과 시각으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변화와 혁명을 꿈꾸게 만다. 특히, 카프카의 '변신'나에게 있어  익숙한 환경과 고정된 사고의 틀을 다시 한번 바라볼 수 있는 창조적 사유의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 책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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