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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과학자 Mar 12. 2022

나의 세계를 깨뜨리는 방법

[서평] 퓨처리스트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 Demian (헤르만 헤세) -


헤르만 헤세의 소설 'Demian'에서는 주인공 싱클레어의 성장과정에서 겪는 시련과 그 시련의 극복, 깨달음을 통해 '완전한 자아'에 이르는 과정을 성찰한다. 싱클레어가 겪는 '변화'의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으며, 그 실체 없는 불안과 무거운 시련은 수 십 년이 흘러도 결코 가볍지 않다. 우연히 만난 조력자, 피스토리우스 그리고 데미안이 없었다면, 그는 그저 '늙은 소년'의 모습으로 영원히 '정체'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누구나 '변화'하고 싶어 한다. 현재의 내 모습, 불만족한 상황을 뒤집어서 정말 '새로워' 지길 갈망한다. 하지만 그 '변화'는 결코 쉽지 않다. 내 앞을 막고 있는 벽은 생각보다 견고하며, '의지'라는 나약한 무기는 허울처럼 무력하기만 하다. 사실, 더 큰 문제는 그 앞에 놓인 벽의 실체를 제대로 가늠하지도 못한다는데 있다. 잘 모르고 전진하는 도전과 노력은 성과 없는 'NO력'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니 그렇게 그럭저럭 지치고, 포기하고, 쓰러진다. 보통은 그렇게 무기력한 인생이 연속된다.


소설 'Demian' 속의 싱클레어처럼 '조력자'들, 아니면 뭔가 의미심장한 '이벤트'가 내 앞에 떡하니 나타난다면 좀 쉽게 변화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우연 또는 행운은 참으로 막연하다. 우연이 우리 미래를 설계하도록 내버려 두면 안 된다. 진정 변화하고 싶다면 좀 더 주체적인 투쟁이 필요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좀 더 체계적인 '의미 있는 노력'으로 내 앞의 세계를 깨뜨려야만 한다.


'퓨처리스트'의 저자 브라이언 데이비드 존슨은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사회혁신 미래대학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정부, 군대, 학계, 비영리 단체 등에 컨설팅을 제공하는 미래학자이다. 그는 변화를 사각지대처럼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안타까워했다. 사람들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상상하고, 디자인하고, 건설해가는 근본적인 방식을 바꿔주고 싶었다. 변화는 능동적인 자세로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만 스스로 건설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길 바랬다.


그는 책 '퓨처리스트'를 통해 변화에 대한 고질적인 미신을 바로잡고, 퓨처리스트처럼 생각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는 이 책에서 자주적인 변화를 위한 퓨처캐스팅 과정과 그의 단계적 방법론을 소개한다. 또한, 퓨처캐스팅 과정을 통해 자신의 원하는 변화를 성공적으로 정의하고 쟁취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그가 들려주는 퓨처캐스팅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그러나 너무 강력하다. 어쩌면 너무 뻔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뻔한 것을 제대로 그리고 똑똑하게 수행하는 사람이 결국 성공하는 것이다. 서두에 '변화'의 어려움을 논했고, 자주적이고 똑똑한 '방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가 전하는 '퓨쳐캐스팅' 이라는 이 '방법'은 우리에게 명확한 해답을 제시해준다. 정말 착실히 따라간다면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우리 미래를 제대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퓨쳐캐스팅 1단계: 미래의 자신 - 미래의 이야기
 미래를 바꾸려면 먼저 여러분이 말하고자 하는 미래의 이야기를 바꾸어합니다
- p.67


퓨처리스트는 실현 가능한 미래가 무엇인지 알아내고, 그 미래의 방향을 바꾸는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을 뜻한다. 그가 퓨처리스트로써 말하는 미래를 바꾸는 방법의 핵심은 '미래의 이야기'를 바꾸는 것이다. 미래에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바꿀 수 있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결정을 내리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결정들은 우리를 전혀 다른 형태의 미래로 인도할 것이다. 이야기를 바꾸면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퓨처캐스팅의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다.


정말 뻔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무언가를 실제로 적는 행위는 사고를 활발하게 한다. 눈앞에 적혀 있는 목표와 목적을 볼 때 미래는 현실에 한걸음 더 가까워진다. 하지만 미래를 적는 것이 녹록지 않다. 막연함이 뚜렷함으로 변화하는 변곡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저자는 원하는 미래가 아닌 피하고 싶은 미래의 모습을 떠올려 보라고 조언한다. 이 방법은 생각보다 효과적이다. 피하고 싶은 미래를 생각하기만 해도 자연스럽게 우리가 원하는 미래로 향하게 된다. 누구나 동경하는 화려한 미래보다, 피하고 싶은 미래를 면하는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퓨쳐캐스팅 2단계: 미래의 원동력 - 미래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
"미래를 위한 원동력은 당신을 돕고 지지하는 사람들, 당신이 새로운 이야기를 향해 나아가게 할 도구들, 이미 모든 과정을 겪어본 전문가들을 의미한다.
- p.68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해서 미래가 그냥 저절로 일어나지는 않는다. 미래는 우리 주변에 있는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요소들에 의해 형성된다. 새로운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면, 그 미래까지 도달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이 요소들은 사람, 도구, 전문가 등 세 가지 범주로 구분된다. 반드시 시간을 들여 각각의 요소를 탐구하고 정의해야 한다.


첫 번째는 '사람'이다. 우리는 미래를 함께 나아갈 '자신만의 팀'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가족과 친구, 아니면 직장동료일 수도 있다. 신뢰할 만한 사람을 찾았다면, 당신의 이야기를 공유해야 한다. 이야기를 공유하는 순간 사실성이 더해지고 당신을 감시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긴다.  두 번째는 '도구'이다. 세상에는 사람들 말고도 또 다른 원동력이 존재한다. 도구는 사람이 아닌 물질적인 자원이다. 도구의 형태와 종류는 원하는 미래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어차피 처음 찾아낸 도구가 너무 많거나 너무 산발적일 수 있다. 퓨처캐스팅 과정을 밟으며 계속해서 도구를 정제하고 규정해야 한다. 세 번째는 '전문가'이다. 여기서 말하는 전문가란 이미 경험한 사람들을 의미한다. 꼭 권위 있고 명성 있는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 원하는 미래와 유사한 길을 걸었던 사람들이면 충분하다. 성공한 사람은 누구나 열정적이며 생각이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면 발생하는 에너지를 잘 안다. 그 전문가들은 조언, 협력자, 로는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퓨쳐캐스팅 3단계: 백캐스팅
새로운 미래를 사는 자신을 떠올리고 미래를 위한 원동력이 무엇인지 파악했다면 '백캐스팅'이라고 부르는 마지막 단계를 실행할 차례이다.
- p.68


명확한 미래를 그렸고, 그 원동력을 찾아냈다면, 이제 부터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밟아야 할 정확한 단계를 알아내야 한다. '백캐스팅'이라 불리는 이 단계에서는 원하는 미래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과정을 정의한다.

백캐스팅은 목표를 닿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단계들을 찾아 현재와 미래 사이의 간격을 메우는 과정이다. 구체적인 세부 사항은 추상적인 미래를 행동을 취할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단계는 크게 3단계로 세분된다. 바로 '절반 지점', '4분의 1지점' 마지막으로 '월요일' 이다.


이 단계가 저자가 말하는 퓨쳐캐스팅의 핵심이며, 내게 가장 큰 울림을 준 부분이기도 하다. 미래의 자신을 명확히 정하고 그 절반 지점을 상상한다. 그리고 그 지점에 도달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자문한다. 세부 사항이 불확실해도 괜찮다. 최대한 구체적인 절반 지점을 설정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다음으로 4분의 1지점을 살펴본다. 이 단계는 절반 지점 보다는 더 찾기 쉽고, 때론 즐겁다. 보통은 원하는 미래로 나아가는 첫걸음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월요일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을 찾는 것이다. 보통은 부담 없는 일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백캐스팅 중 가장 쉬운 단계다. 물론 이때부터는 구체적인 행동을 수반해야 한다. 한 번 출발 지를 벗어나면 상상했던 미래는 생각보다 더 가깝고 더 실현 가능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저자가 설명하는 퓨처캐스팅은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을 찾고, 목표에 도착하기 위해 밟아야 하는 구체적인 단계를 '행동'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러한 행동력이 퓨처캐스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퓨쳐캐스팅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 과정을 시작하고, 추진력을 얻고, 속도를 유지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퓨처캐스팅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지금까지 성취해 온 것들을, 그리고 객관적인 내 현재의 위치를 끊임없이 돌아보게 될 것이다. 구체적인 미래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의 이야기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반복적으로 확인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 썼던 이야기를 각색하고 싶어질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이제 그 미래는 이제 '나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내가 달라지면 미래도 달라진다. 과정은 계속해서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탐험 하게 하며, 고정된 나의 세계를 하나씩 깨트려줄 것이다.


저자가 전하는 이 방법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미래 그리고  '주체적인 변화'를 모두가 경험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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