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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과학자 Jun 05. 2022

명료하게 재정의 한다.

[서평] 재정의

무슨 일을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일에 대한 정확한 나름의 재정의를 내리는 일이다. 
- 재정의, p. 5 -


유튜브 '스터디언'에서 한근태 박사의 강의를 접하게 되었다. '우리가 일을 못하는 이유'라는 제목이었다. 생각 없이 슬슬 봤는데, 어느 순간 '그렇지. 맞네~'라는 감탄사가 여럿 나왔다. 강의의 서문은 '피로'와 '피곤'의 차이에 대한 질문이었다. 막상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유의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두 단어의 한자를 파자해 보면 '피로'는 '육체적 힘듦'을, '피곤'은 '정신적 힘듦'를 뜻한다고 한다. 완전히 다른 뜻이었다. 보통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나를 참 피곤하게 해"라고 쉽게 말한다. 이렇게 일상에서 제법 쓰는 말인데,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하진 못했던 것이다. 서로 결이 완전 다른 '힘듦'이기에 해소하는 방법도 다르다. '피로'를 풀기 위해서는 몸을 가만히 쉬어야 하고, '피곤'을 풀기 위해서는 몸을 움직여 전환해야 한다. 즉, '피곤' 할 때 쉬기만 해서는 그 '피곤'이 풀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강의는 '우리가 일을 못하는 이유'에 대한 대답으로 이어졌다. 한 박사가 생각하는 원인은 '모호함' 이였다. '모호함'의 사전적 정의는 '흐리터분하여 분명하지 않음'이다. 즉, 갈피를 제대로 못 잡았다는 말이다. 방향이 잘못되었으니,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해도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올 수 없다. 이상한 방향으로 이리저리 들쑤시고 다니지만, 정작 일은 안된다. 당연한 말이다. 비단, 일 뿐만이 아니다. 세상사가 다 그렇다. 뭐든 않되는 게 있다면, 방향을 잘못 잡았을 가능성이 크다. 뭐든 잘하기 위해서는 일단 '모호함'을 '명료함'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본질을 이해하고, 방향키를 그쪽으로 고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한 박사는 이러한 과정을 '명료하게 재정의 한다'라고 설명했다.




바쁜 사람 : 
내가 생각하는 바쁜 사람은 게으른 사람이다.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느라 시간에 쫓기는 사람이다. 쓸데없는 일을 하느라 정작 해야 할 일을 미루는 사람이다. 

- 재정의, p. 175


나 역시 '바쁘다'라는 말을 참 많이 썼다. 늘 무언가에 쫓겼다. 시간에 쫓기고 마감 시간에 쫓겼다. 그러나 정작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않아도 될 일에 매달려 있다 보니 바쁠 수밖에 없었다. 분명해야 할 일이 있음에도 그것이 싫고 그것이 고통스러워서 일부러 다른 일을 했다. 그러면서 바쁘다고 말했던 것 같다. 


우리가 '머피의 법칙'이라고 부르는 것이 있다. 일이 잘 풀리지 않고 갈수록 꼬여만 갈 때 쓰는 용어이다. 이런 날이 있다. 한 창 바쁜데, 차도 고장 나고, 감기도 걸리고, 가정에도 일이 생긴다. 이때, 이 말을 가져다 붙인다. 그런데 이건 좀 틀린 것 같다. 이건 게으른 사람에게 생긴 일이다. 평소에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생긴 것이다. 평소에 건강에 신경을 쓰지 않았고, 차 정비를 제대로 받지 않았고, 가족 관계에서도 정성을 쏟지 않았던 '바쁜 사람'에게 생긴 일임이 분명하다.


한 박사는 바쁜 사람이 되지 말고, 부지런한 사람이 되라고 조언한다. 바쁜 사람과 부지런한 사람은 비슷한 것 같지만 완전히 다르다. 새벽부터 농사짓는 농부들은 바빠 보이지 않는다. 시간에 쫓기는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절대 게으른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해야 할 일은 피하지도 않고 모른 체하지도 않는다. 다시 나를 뒤돌아 보았다. 나는 바쁜 사람일까... 부지런한 사람일까? 혹시, 바쁘다는 걸로 나를 위로하지는 않았는지... 바쁘다는 것을 변명거리로 삼지는 않았는지... 참으로  생각이 많아진다. 


비교 하기:
비교할 비(比) 비수 비(匕) 자 두 개를 합쳐 이루어진 단어이다. 비(比) 자는 두 개의 칼이 타인과 자신을 해친다. 비교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한 개의 칼로는 타인을 겨누고 다른 한 개의 칼로는 자신을 겨누다 상처를 입는다. 

- 재정의, p. 200


우리는 '비교하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듣곤 한다. 그럼에도, 자꾸 비교를 한다. 한 박사는 그 이유를 '비교는 자기 발전 없이 자신이 더 나아진 것처럼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의 처진 모습을 보면서 자신을 자랑스러워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자만'으로 바꿀 수도 있겠다. '자만'의 사전적 정의는 "스스로 흡족하게 여김"이다. 자만 하다 보면 스스로 힘들게 노력할 필요가 없어진다. 상대방을 평가절하하거나 조금 떨어지는 상대를 찾아 자기를 만족시키면 될 뿐이다. 


조금 다른 비교도 있다. 우리가 '열등감'이라고 부르는 감정이다. 여러 가지 문제연구소의 김정운 소장은 '열등감'을 "남이 제일 잘하는 것과 자신이 제일 못하는 걸 비교하면서 스스로를 비하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콤플렉스(Komplex)라는 말로 바꿀 수 있다. 콤플렉스는 복잡함을 뜻한다. 한마디로 분명히 정의하기 힘든, 이것저것이 마구 섞인 심리상태다. 이 복잡한 것이 내면에 숨어서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내가 아닌 타인들간의 비교도 있다. 내 생각에 이것은 '핑계'라는 말과 결이 닿아 있다. 핑계의 사전적 정의는 "내키지 아니하는 사태를 피하거나 사실을 감추려고 방패막이가 되는 다른 일을 내세움"이다. 누군가 함께 일을 하다 보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일이 되지 않는 이유를 찾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부부싸움을 할 때 '누구누구 내는 안 그러더라'라는 비교를 한다. 이런 사례를 찾으면 기뻐하고, 상대에게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문제가 '내가 아닌 너에게' 있다는 주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비교는 일을 더 크게만 만들기만 한다. 

 

'자만'이던, '열등감'이던, '핑계' 던 이것들은 모두 비교의 다른 이름들이다. 분명, 비교라는 두 개의 칼날 중 하나는 나에게, 하나는 상대에게 겨눠져 있다. 어쨌거나, 결국은 내가 상처받게 된다는 말이다. 비교를 통해 1차 가해, 상처받은 상대를 통해 2차 가해를 받는다. 되로 주고 말로 주는 형국이다. 이렇게 여러사람의 재정의를 꺼내어 이해하고 보니, '비교하지 말라'라는 진부한 말이 좀 생기 있게 와닿는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재정의'는 한 박사의 저서 '재정의'에서 발췌한 것들이다. 이 책에는 약 400개가 넘는 일상 용어와 비즈니스 용어가 재정의 되어 있다. 앞선 서문에서 '재정의'는 '모호함'을 '명료함'으로 바꾸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명료함'은 그저 남이 내린 정의를 이해한다고 얻어지지 않는다. 자기가 고민해서 내린 진짜 본질에 접근한 '재정의'를 통해서만 얻어진다. 


이 책은 용어들의 사전적 정의를 나열한 것이 아니다. 한 박사가 스스로 내린 재정의 일뿐이다. 그렇다 보니, 어떤 정의는 공감되고, 어떤 정의는 갸웃하다. 그 중 몇몇은 나만의 새로운 재정의를 내릴 수 있는 아이디어를 주기도 한다. 이렇듯, 이 책은 지식을 전달하는 참고서가 아니라, 스스로 재정의를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내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헛발질을 하고 있는 일들이 참 많은 것 같다. 물론, 헛발질이라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다는 게 더큰 문제다. 이런 것들은 혼자 사색한다고 깨달아지지 않는다. 반드시 타인의 시선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참으로 유용하다. 찬찬히 들여다 보면 나의 헛발질을 깨우칠 수 있고, 줄일 수도 있다. 어쩌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책 링크 '재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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