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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과학자 Jun 12. 2022

경지에 오른 사람들, 그들이 사는 법

[서평] 일생에 한 번은 고수를 만나라

고수(高手) : 어떤 분야나 집단에서 기술이나 능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


무협지에는 무림의 '고수'들이 많이 나온다. 여기서의 '고수'는 무술이 하늘의 경지에 오른 사람을 지칭한다.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도 '고수' 존재한다.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 탁월성을 보이는 사람들, 거기서는 누구와도 붙어도 밀리지 않는 사람들이 바로 이 시대의 '고수'들이다.


책 '일생에 한 번의 고수를 만나라'는 이 시대 고수들에 대한 기록이다. 고수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차이점을 갖고 있는지, 어떠한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지 정리한 것이다. 저자는 이 기록에 대해서 별다른 학문적 배경은 없다고 말한다. 수많은 고수들을 인터뷰했고, 수많은 참고문헌을 바탕으로 했지만, 왜 그러냐고 따져 들면 딱히 할 말은 없다고 말한다.




잡종이 강세다.
- 일생에 한 번은 고수를 만나라, p. 33 -


'잡종'의 반대말은 '순종'이다. 여기서의 '순종'은 '전문가'를 뜻한다. 그렇다고 '전문가'를 비하하는 것 아니다. '무지한 전문가'를 지양해야 한다는 말이다. "가진 도구가 오로지 망치뿐인 사람에겐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무지한 전문가'의 오류를 빗댄 말이다. 자기 전공에 집착하는 사람들, 대학에서 배운 지식이 일생의 진리인양 평생 우려먹는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잡종'이란 단어 어감 썩 좋지 않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잡종'은 '박식가' 또는 '폴리메스'를 한다. 대표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 레오나르도 다빈치, 다산 정약용, 연암 박지원을 떠올릴 수 있다.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괄목할 성과를 낸 사람들 말이다. 이들 처럼 깊게 파려면, 넓게 파야한다. 한 분야의 고수가 되려면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많이 알아야 한다 말이다. 문과 출신도 기술을 알아야 하고, 이과 출신 인문학을 좀 알아야한다. '스카이'대학을 나온 것, '박사 학위'를 받은 것은 젊을 때 머리가 좀 쓸 만했다는 것 정도를 말해줄 뿐이다. 잘 모르는 다른 분야의 책 읽고 평생에 걸쳐 공부해야 한다.


이것이 저것에 자극을 주고, 저건 때문에 이것이 움직인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필요한 이유다. 현시대에 우리가 만나는 문제 중에 간단한 것은 거의 없다. 그런 문제는 과거에 이미 다 해결했다. 남은 것은 모두 복잡한 것들 뿐이다. 이제는 다양한 분야를 아울러 '통섭의 접근법'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잡종'들, 이런 고수들이 강세일 수밖에 없.  


화내지 않는다.
- 일생에 한 번은 고수를 만나라, p. 151 -


김정일의 사망 원인은 바로 화라고 한다. "희천 발전소가 부실 공사로 인해 누수 현상이 심각하다"는 보고를 받고 크게 화내다 죽었다고 한다. 보고를 받은 김정일이 "빨리 수리하라"라고 호통을 친 뒤 분을 삭이지 못한 채 현지 시찰을 서두르다가 급사했다는 것이다.


고수들은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다. 화를 자주 낸다는 것은 미성숙하다는 증거다. 쉽게 뚜껑이 열리는 사람은 내공이 약한 사람이다. 주먹을  쥔 사람은 결코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없다. 링컨은 화를 잘 내는 청년 장교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좁은 골목에서 개와 마주쳤을 때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다가는 개에게 물리기 쉽다. 설마 개를 잡아 죽인다 해도 자네에게는 상처가 남는다"

     

얼마 전 한동훈 장관의 청문회를 본 적이 있다. 화를 내는 사람과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의 성숙도 구분할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은 "나는 미성숙합니다"라고 광고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것만 봐도, 화를 내면 실수할 확률이 높다는 말이 맞다. 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없고 이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책 '일생에 한 번의 고수를 만나라'는 이 시대의 고수들이 지닌 삶의 철학을 매우 쉽게 풀어쓴 책이다. 전반적으로 그렇게 참신한 말은 아닌데  왜그리도 참신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말뿐인 이론이 아니라 실제 하는 인물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읽다보면 참 많은 생각과 반성을 하게 된다. 문장이 어렵게 쓰이지도 않다. 슬슬 쉽게 읽혀 나가는데, 여러 번 깊게 뜨끔 뜨끔한다.


누구나 세상을 제대로 잘 살아가고 싶어 한다. 잘 산다는 의미가 여럿 있겠지만, 자기가 하는 분야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 일수 있겠다. 이 책은 성과를 어떻게 내야하는지 다양한 힌트를 내준다.


나는 이 책에서 '잡종'과 '화를 내지 않음'을 핵심 키워드로 골랐다. 현의 나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전문가의 저주에 매몰되지 않았는지, 감정에 흽쓸여 일을 그르치지 않았는지 여러 번 반성해본다. 이 두 가지만 제대로 익혀도, 하수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의 서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책에서 나오는 말들에 토를 붙이면, 나 역시 딱히 답변할 게 없다. 고수들은 대개 그런다고 하니 믿을 뿐이고, 큰 신뢰가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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