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사내 독서모임 '샌드위치'를 개최한다. 순번에 따라 '발제자'를 선정한다. 발제자는 '이 달의 책'을 소개하고, 발제문을 제시한다. 참석자들은 발제자가 '베푼' 샌드위치를 먹으며, 서로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한다.
이번 달 독서모임에서 선정한 책은 이케이도 준의 '변두리 로켓'이다. 이 책은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 대형 로켓의 핵심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분투기를 그린다.
최근, 내가 근무하는 연구원에서는 대형 로켓 '누리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동일한 잣대로 바라보긴 어렵지만, 이러한 '유사 배경'은 책에서 제시한 사건과 갈등 상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중소기업이 건방지게 설치도록 놔둬서 되겠어? 데이코쿠 중공업이 요구하는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똑똑히 알려주고 싶어 - 변두리 로켓, p 286 -
책에서 소개한 가상의 우주항공 대기업 '데이코쿠 중공업'은 '스타더스트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신형 수소엔진 개발이다. 이는 대형 로켓 분야에서 국제경쟁에 앞서 나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그런데중소기업 '쓰쿠다 제작소'에게 신형 수소엔진 개발의 주요 원천기술을추월당한다.
'데이코쿠 중공업'은 '쓰쿠다 제작소'의 특허를 사들이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쓰쿠다 제작소'는 특허를 팔지 않고, 부품을 납품하겠다고 선언한다. 이러한 플롯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기업 직원'과 '중소기업 직원' 사이의 갈등 상황이묘사된다.
'쓰쿠다 제작소'는 위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며 '큰' 기업으로 발전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성장 소설의 기본 틀을 따라간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일까? 갈등 해소의 과정이 마냥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건 부조리인데... 또는 그러다가 나중에 후회할 텐데 하는...' 그런 자조만 더해졌다.
대기업 '데이코쿠 중공업'에서 근무하는 도미야마는'쓰쿠다 제작소'를 끝없이 무시한다. 변방 중소기업에 대한 편견이 '아주' 가득 차 있다. 자신이 소속된 대기업의 능력과 '나'의 능력이 동일하다는 착각에 빠졌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도미야마와 같은 사람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나는 삼성맨이니, 현대맨이니 하며 쓸데없이 콧대 높은 사람은 '정말' 도처에 널려있다.
멀리 볼 것도 없다. 나 역시 국책연구기관에 근무하고 있으니 '을' 보다는 '갑'에 익숙하다. 도미야마와 같은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는 말이다. 그런 이들은 퇴직을 하게 돼서야 '진짜 현실'을 접하게 된다. 자신이 가진 경험은 회사라는 '집단' 속에서만 발현될 뿐이라는, '상식'을 그제야 깨닫게 된다는 말이다.
시스템과 조직 안에 있을 때만 유효했을 뿐... 그 문을 나오는 순간 그곳에서 배우고 익힌 능력들은 다른 그 어디에서도 제대로 써먹기 힘들다. 조직을 떠나 혼자 남았을 때, 명함도 사원증도 없을 때,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는 '정말' 오래지 않아 깨닫게 된다.
이런 '이치'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존경'할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내가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갈 때... 나에게 고개를 조아리던... 그 많은 사장님들은 '사실' 기사 딸린 차를 타고 귀가한다. 이제 그만, 허울 좋은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이다.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 내 능력 때문인지, 단지 내가 소속된 회사의 뒷 배경 때문인지 아닌지 분명히 파악해야 한다. 회사의 배경을 자신의 능력이라 착각하지 않고, 진정한 자신의 능력을 키워 회사의 배경이 사라진다 해도 혼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진짜' 실력을 키우는 것에 신경서야 한다.
현실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우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소설'을 읽는 것이라 했다.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은 나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큰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정말 재밌고, 흥미롭다.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고 하니, 탄탄한 구성은 말할 것이 없다. 것보다... 꼼꼼히 헤아리면 현실의 나를 뒤돌아 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절대 '나'는 착각하지 말아야 겠다는 그런 다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