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파리에서 생장까지 이동해야 하는 일정이었는데 파리 관광이 3시간밖에 없었기에 에펠탑 하나를 보겠다고 열심히 뽈뽈뽈 알지도 못하는 길을 열심히 찾아가고 있었다.
샤를드골(CDG) 공항에서 파리 중심부까지 가는 PerB 지하철을 바쁘게 찾아다니고 있는 순간 중앙 로비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피아노곡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영화 : 언터처블 1%의 우정 Ludovico Einaudi - Una Mattina
흑인과 백인의 인종을 뛰어넘는 우정 이야기를 다룬 실화바탕 프랑스 영화인데 특유의 억양과 개그가 잘 돋보여서 즐겁게 봤었고 OST가 그 분위기를 잘 잡아줘서 2012년도에 하루종일 들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한국도 아니고 프랑스에서 직접 듣다니 바쁘게 걷던 내 발걸음이 뚝 멈췄다. 곡이 끝날 때까지 가만히 서서 영화의 장면을 회상하며 내 시간이 멈췄었다.
4분 정도 되는 곡이 끝나자 멈춘 시간이 다시 흐르는 것을 느껴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남은 시간 3시간 파리 중심부까지 이동하면 2시간 남으니 아직은 에펠탑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열차가 지연되고.. 지하철을 빠져나가는 방법을 못 찾고.. 결국 남은 시간은 1시간 30분 열차를 내려서도 에펠탑까지 왕복 15분 그리고 중간에 파리에서 파는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찾은 카페까지 들리면 시간이 너무 부족했었다. (내가 얼마나 계획적으로 움직이는지 보여주는 모습)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에펠탑 근처에 앉아 마시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서 미친 듯이 걸어 에펠탑 근처에 있는 카페에 일단 도착했었다. 그래도 프랑스에 왔으니 프랑스어로 주문해 보겠다고 번역기를 돌려 주문법을 연습하고 주문을 했는데 남사장님이 못 알아듣는 거다.. 속으로는 결국 번역기를 보여줘야 하구나 시무룩한 상태로 타자를 치고 있었는데 그 순간 여사장님이 한국어로 말하시는 거다.
"한국인이세요? 어떤 거 주문하시려고요?
이틀 동안 외국어만 듣다가 처음 한국어를 들으니 너무 반가웠고 그제야 긴장이 풀렸었다. 라테 한잔과 레몬케이크를 주문하고 자리를 둘러보니 없길래 큰 자리에 앉아 있는 남성분께 합석을 해도 되냐고 물어봤었고 그는 흔쾌히 허락했었다. 자리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여유가 있었다. 여기서 급한 사람은 나 하나였다.
그래서 에펠탑 보러 가는 것을 포기했었다. 괜찮게 수다스러운 이 분위기, 맛 좋은 라테를 마시면서 쉬기로 결정했었다. 사실 에펠탑은 7년 전 유럽 여행을 하면서 보기도 했었고 안개도 많이 껴서 잘 보이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