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 금리가 중요한 변수인 이유

장기적인 금리 사이클을 유심히 보아야 한다

by Lee Sang Hoon

우리는 미국 주식시장이 PER(주가순이익배율) 기준으로 25-30배에 거래되는 것에 매우 익숙해 있다. 과거 십수 년간 이 레벨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시장의 적정가치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밸류에이션 사이클은 장기적으로 변한다. 많이 알려져 있진 않지만, 미국시장도 1970년대와 1980년대 초반에는 PER이 10배 미만인 경우가 많았다. 몇 년 전의 한국시장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 당시는 25-30배 PER의 주식시장은 상상이 되지 않던 시기였다. 왜 그랬을까? 원인은 금리에 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 중에서 기업의 펀더멘털과 함께 시장금리가 있다. 여기에는 크게 세 가지의 이유가 있다.


첫째, 널리 알려진 대로 금리는 경제의 방향을 좌우하고 나아가 기업의 이익사이클에 영향을 미친다. 경기하강이 상당 기간 지속되면 중앙은행은 금리정책을 완화한다. 정책 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이다. 이를 시장에서는 리플레이션(reflation)이라 부른다. 금리가 내려가면 소비자는 돈을 빌리는 비용이 줄어들어 소비를 늘릴 수 있다. 기업 또한 차입금리가 떨어져 운전자본(working capital)이든 투자자본이든 늘릴 수 있다. 리플레이션하에서는 보통 소비와 투자가 증가하고 고용이 향상되어 경제가 반등하게 되는 것이다. 시장의 유동성도 증가한다. 자연히 기업의 이익도 좋아져서 주식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반대로 경기과열이 지속되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려서 경기하강을 유도한다. 이 경우 기업이익과 주식가격이 떨어진다.


최근 15여 년은 금리사이클이 매우 가팔랐다. 몇 차례 과열과 붕괴의 사이클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전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시장의 과열이 있었고 버블 붕괴 후에는 급격한 금리인하 사이클이 있었다. 이후 금리는 정상화의 과정을 밟았으나 도중에 팬데믹이 발생했다. 다시 급격한 금리인하가 있었다. 이후에는 역시 매우 빠른 속도의 금리인상이 뒤따랐다. 금리 사이클처럼 주식시장의 사이클 역시 매우 가팔랐다. 2022-2023년에는 급속한 금리인상이 있었고 이는 나스닥시장의 큰 조정을 초래했다. 그러나 AI붐 덕분에 시장은 급반등 했다.


둘째는 자산배분의 관점이다. 보통 자산배분은 주식과 채권의 큰 틀에서 이루어진다. 물론 최근 20-30년 사이에 대체투자영역 즉 사모주식(private equity), 인프라, 상업용 부동산, 헤지펀드 등의 비중이 많이 증가하기도 했다. 주식과 채권사이 자산배분을 결정할 때 금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두 자산군의 상대적인 매력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주식의 가치를 결정할 때 보통 PER을 많이 본다. 즉 주당 순이익에 대비해서 몇 배를 적정 주가로 보는가이다. 예를 들어 PER이 15배이면 주당 순이익의 15배를 적정가치로 보는 것이다. 여기서 PER의 역수를 취하면 재미있는 개념이 생긴다. 이를 earnings yield라고 부른다. 이것은 한 기업이 창출하는 이익을 모두 배당으로 지불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시가배당률이 된다. PER이 15배면 earnings yield는 1/15 즉 6.7%가 된다. 즉 PER 15배의 주식을 사면 6.7%의 이론상의 시가배당을 받는 셈이다. 보통 이것을 채권금리와 비교한다. 만약 중장기 국채금리 또는 초우량기업의 채권금리가 2% 정도면 6.7%의 earnings yield는 상대적으로 매력적이다. 따라서 이 주식을 사는 것이 좋다. 반대로 현재 채권금리가 6.5%라면 earnings yield는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채권금리와 별로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주식은 채권보다 변동성이 훨씬 심하기 때문에 이를 상쇄할 프리미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구태여 위험도가 높은 주식을 사느니 채권에 투자하는 게 더 매력적인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기업은 이익의 100%를 배당으로 지불하지 않는다. 미래의 성장을 확보하기 위해 이익의 일부를 재투자한다. 따라서 earnings yield를 순전히 채권금리와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는 있다. 하지만 이 접근법은 여전히 자산배분의 관점에서 유익한 참고사항이 된다.


마지막은 다소 전문적인 영역이나 매우 실질적이다. 대부분의 주식 기관투자가와 투자은행 그리고 사모주식(private equity) 회사들은 기업의 가치를 측정할 때 현금할인모델(DCF: discounted cashflow model)이나 배당할인모델(DDM: dividend discount model)을 사용한다. 이는 기업이 창출하는 미래의 현금이나 배당금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금액이다. PER이나 PBR과는 달리 한 기업의 절대적인 적정가치를 측정할 수 있다. 이때 사용되는 중요한 개념이 할인율(discount rate)이다. 미래의 현금의 가치는 인플레이션 등의 이유로 지금의 현금의 가치보다 낮을 것이다. 이때 미래의 현금이나 배당금을 할인하여 현재가치로 측정할 때 적용하는 것이 할인율이다.


DCF나 DDM에 적용되는 주식의 할인율은 통상 국채 같은 무위험자산의 금리에다 개별주식의 위험 프리미엄을 얹어서 계산한다. 보통 안정적인 소비재주식은 8-10% 그리고 이익변동성이 심한 기업은 12-14%까지 높은 할인율을 적용한다. 왜냐하면 미래의 현금창출이나 배당금의 변동성은 기업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여기서 무위험자산의 금리는 미국 국채 10년물 같은 중장기 국채금리를 주로 쓴다. 한국 같은 경우는 한국 중장기 국채금리를 사용한다. 따라서 채권금리가 낮으면 기업의 할인율이 낮아지고 금리가 높으면 할인율이 높아진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얼마 전까지 국채금리는 국제적으로 1-2% 정도로 매우 낮았다. 때문에 주식의 할인율도 비정상적으로 낮았다. 자연히 미래의 현금과 배당금의 현재가치가 크게 과대평가됐었다. 따라서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이 매우 높게 형성되었다. 지금은 금리가 많이 정상화되었다. 미국국채 10년물 기준으로 4.3% 내외이다. 따라서 주식 밸류에이션에 쓰이는 할인율도 덩달아 올라갔다. 하지만 미국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은 별로 변동이 없었다.


현재 S&P500은 PER기준 20대 초중반에 그리고 나스닥시장 기준으로는 20대 중후반에 머물러 있다. 그럼 25배의 PER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앞서 설명한 earnings yield를 적용하면 4%가 된다. 이는 현재의 미국국채 10년물 금리 4.3%와 비슷하다. 그럼 1970-80년대의 낮은 PER은 어떻게 설명이 되는가? 당시 미국국채 금리는 7%에서 15% 사이를 오갔다. 당시 주식시장의 PER은 7-10배 정도였다. 이것의 earnings yield를 구해보면 10-15%가 된다. 즉 당시 미국국채금리와 비슷한 레벨이다. 따라서 낮은 수준의 PER은 말이 되는 것이다.


지금의 미국시장의 밸류에이션은 역사적 관점으로는 고점에 있다. 이는 낮은 금리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을 반영하다. 금리와 더불어 주식시장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은 기업의 이익성장률이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경제의 성장에 많이 좌우된다. 미국의 향후 경제성장은 2-3% 내외로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최근의 기업이익성장률은 AI붐으로 인해 예전보다 강하게 나오고 있다. 결국 현재 미국시장의 밸류에이션에 가장 중요한 요인은 향후 금리의 움직임과 AI붐의 지속성 여부일 것이다.


미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사이클처럼 채권금리도 중장기 사이클이 있다. 왜냐하면 두시장의 상호작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과거 200여 년의 금리추세를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30년을 주기로 사이클이 반복됨을 볼 수 있다. 거기에는 근본적인 이유들이 있다. 이에 관해서는 앞서의 글 "시에나의 오랜 은행(3)에서 설명해 놓았다. 핵심만 요약하면 1980년에서 2020년까지의 40년의 하강사이클은 끝났다. 지금은 장기적인 금리상승기의 초입이다. 물론 장기 사이클 내에서도 작은 단기 사이클들이 발생한다.


이런 금리의 흐름을 염두에 두고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을 분석하면 투자에 많은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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