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보다 OPS!
바야흐로 프로야구의 시즌이 돌아왔다. LA 다저스 전 감독인 토미 라소다는 "일년 중 가장 슬픈 날은 야구 시즌이 끝나는 날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 말에 많은 야구 팬들은 동의할 것이다. 나는 1970년대 말 고교야구로 부터 시작하여 근 50년간 야구를 좋아했다. 대통령배, 봉황대기, 황금사자기 대회가 열리는 기간에는 TV와 라디오로 야구중계를 보고 듣느라 학업을 팽개칠 정도였다. 학교 등교 시엔 야구 방망이와 글러브를 가지고 다닌 적도 많았다. 물론 좋은 점도 있었다. 타자의 타율, 투수 방어율 등을 계산하느라 수학적인 개념과 계산에 일찍 눈뜰 수 있었다.
야구는 다른 스포츠 대비 특이한 점이 있다. 바로 확률이 압도적으로 지배하는 스포츠이다. 물론 축구나 농구에도 확률이 적용된다. 하지만 투수와 타자의 일대일 대결을 기본으로 하는 야구에 비할 바는 아니다. 타자의 타율은 2할5푼에서 3할 언저리가 대부분이다. 홈런 이외의 방법으로 점수를 내려면 몇 번의 잘 맞은 타구가 필요한데 낮은 평균 타율을 고려하면 이는 쉽지 않다. 그래서 온갖 통계를 적용하여 최적의 팀구성, 타순배열, 투수기용을 결정한다. 현대 야구에서는 세이버 매트릭스에 기반한 통계야구가 메인 스트림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최근의 미국 메이저리그는 투고타저 현상이 뚜렷하다. 투수들의 피지컬 극대화와 과학적인 훈련을 통해 구속 혁명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늘어난 구속에 얹혀진 변화구는 점점 마구화 되고 있다. 이에 비해 타자들의 동체시력은 제자리이다. 그러다 보니 타자들도 피지컬 극대화와 스윙궤적 조정으로 장타를 더 많이 노리게 되었다. 당연히 팀 스카우터들도 타율만 높은 단거리 타자보다는 장타력이 있는 선수를 선호하게 되었다. 한 이닝에 2-3개의 단타를 통해 점수를 내는 것 보다 장타 한방이 점수를 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OPS이다. 이는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수치이다. 이것이 8할을 넘고 수비가 어느정도 되면 수천만불의 연봉은 따논 당상이다. 반대로 메이저리그에서 타율왕을 차지했으나 똑딱이 타자인 루이스 아라에즈 같은 선수는 낙동강 오리알 취급을 받고 있다.
야구와 주식투자는 묘하게 닮은 점이 많다. 방금 말했듯이 양쪽 모두 확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탐욕과 공포 (greed and fear)의 심리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주식투자는 50%는 과학, 나머지 50%는 예술 또는 감각이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인지 유명한 투자자들 가운데 야구 매니아들이 많다. 일례로 뉴욕 메추의 구단주는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이다.
워런 버핏 또한 야구를 무척 좋아한다. 그가 한 재밌는 말이 있다. "You don't have to swing at every pitch" 즉, 모든 공을 칠 필요가 없다. 자기가 좋아하는 공 또는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공을 골라서 공략하란 말이다. 물론, 좋은 투수 앞에서는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 말을 자신의 투자철학을 철저히 지키라는 뜻으로 해석한다. 대부분의 일반투자자는 모멘텀 투자 (momentum strategy)를 추종한다. 즉 주가가 오르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종목을 따라가는 방법이다.
재밌는 사실이 하나 있다. 과거 30년 동안 아시아와 신흥시장에서 가장 성공적인 투자스타일은 성장주전략 (growth strategy)도 아니고 모멘텀전략도 아니다. 바로 가치주전략 (value strategy 또는 value investment) 이다. 시장을 PER과 PBR 밸류에이션 기준으로 5개의 그룹으로 나누었을때 가장 밸류에이션이 낮은 그룹이 지수대비 최고의 수익율을 냈다. 그 다음으로는 우량주전략 (quality strateg)이 유효했다. 이에 비해 모멘텀과 성장주 전략은 최악의 결과를 냈다. 이는 상당히 상식에 어긋나 보인다. 아시아와 신흥시장은 높은 경제성장율로 대변되는데 왜 성장주 전략이 잘 작동하지 않았을까? 이에 대해선 다음기회에 좀더 자세히 얘기하겠다.
다시 야구의 OPS로 돌아가 보자. 이는 가치주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즉 특정 주식이 충분히 싸질 때를 기다려서 향후 기대 수익이 충분히 커질 때 매수하는 전략이다. 워런 버핏이 얘기 한대로 좋은 공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주식 투자는 반반의 확률로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즉 타율은 5할로 가정하는게 안전하다. 단지 충분히 싼 종목에 투자할 경우 틀렸을 경우 주가가 이미 큰 조정을 거쳤기 때문에 추가 손실은 그리 크지 않을 확률이 높다. 반면에 투자 판단이 맞았을 경우 이익은 상당할 것이다. 야구로 치면 OPS가 높은 것이다.
이는 현실적이다. 내가 세계 최대 투자기관중 하나인 Fidelity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했을때 자주 겪었던 일이다. 그곳에는 전세계에 걸쳐 수백명의 주식담당 애널리스트들이 있다. 이들의 성과 측정 기준 중 하나가 추천 종목의 정확성과 합계수익율이다. 전자는 야구로 치면 타율이고 후자는 OPS와 비슷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애널리스트들의 정확성은 대게 45-55% 정도에 수렴한다. 즉 평균적으로 반은 맞고 반은 틀린다. 대신 합계수익율은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크게 먹고 작게 잃는 것이 애널리스트로서 성공의 지름길인 것이다.
일반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모든 종목이 성공적이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주식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대형 기관의 투자자들도 반반의 확률로 성공하고 실패한다. 따라서 포트폴리오내에 여러 종목에 분산투자를 하되 상승여력이 하락위험보다 충분히 큰 종목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가치투자의 기본이다.
PS: 야구를 즐기는 것은 자유이나 팀은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이글스는 Hotel California에서 노래한다. "You can check out any time you like, but you can never leave~~" 야구도 비슷하다. 팀을 바꾸는 것은 심리적으로 무척 어렵다. 나는 롯데 자이언츠 원년 팬이고, 미국에서 공부할 땐 거주하던 도시 필라델리피아의 필리스 팬이었다. 두 팀은 공통점이 많다. 무척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열광적인 팬을 보유했다. 하지만 야구는 참 못한다. 한때 하늘색의 유니폼도 비슷했다. 다행히 필리스는 요즘 나름 강팀이다. 그러나 자이언츠는 아직 갈길이 멀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