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화의 두려움

해당 글은 [본디 그러하다]와 이어집니다.

by Henry


그래서 사실 난 두렵기도 하다. 너의 옆에 계속 있겠다는 말은 언젠가 네가 다쳤을 때, 네가 나보다 먼저 새로운 여행을 시작할 때 역시, 내가 보고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그건 생각만 해도 가슴 어딘가가 울멍해진다. 너와 하나가 되고 싶지만, 너의 끝을 보아야 한다는 혹은 나의 끝을 네가 보아야 한다는 사실은 아프다. 덜 아프기 위해 오히려 그 생각을 많이 하며 나 스스로를 그 절망에 노출시켜 보아도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그저 더, 더 선명하게 찢겨질 뿐이다.


나는 너의 시작은 몰랐으나, 끝이라도 볼 수 있다는 거에 감사해야 하는 걸까. 아님 원망해야 하는 걸까. 혹은 갈기갈기 찢겨지는 것이 운명이더라도 옆에 있을 자신이 있냐는 스스로의 질문인 걸까.


그렇다면, 찢겨질 거라면 아주 처절하게 흔적도 없이 찢어 달라고 하고 싶다. 어쩌면 그게 너를 사랑하는 마지막 단계가 아닐까 싶으니까. 내가 아픈 만큼 너를 사랑한 흔적일 테니까. 순간의 고통들은 결국 과거의 행복했던 추억일 테니까. 아픈 만큼 더 아름다웠을 추억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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