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꽃

by Henry


꽃을 보았다. 한 송이의 꽃이 아니라 갓 꽃 시장에서 가져온 꽃 무더기를 보았다. 사실 꽃을 보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내 성격 때문인지 몰라도 꽃을 보면 그냥 꽃을 보는 거다. 그냥 꽃이니까. 그저 값싼 폐 신문지들 위에 무더기로 쌓여있는 꽃이니까.


나는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커피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사실은 그렇게 좋아하는 편도 아닌 것 같다. 커피를 내려 마시긴 하지만 그저 누군가 원두를 선물로 줘서, 내려서 마셔보면 그냥 커피보다는 향이 짙어서, 향을 구분할 줄 아는 것도 아니지만 그저 내려서 마실 뿐이었다.


근데 참 이상하게도, 평소엔 일말의 관심도 없는데도, 오늘은 커피를 내리며 꽃을 보았다. 내 시야에 있었던 탓이었을까, 덕이었을까. 그냥 꽃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언제 발행되었을지도 모를 신문지 위에 너저분히 쌓여 있는 꽃들을 누군가가 꽃꽂이를 하며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이 예뻤다. 아침 일찍 꽃 시장에 가 꽃들을 포장해 왔을 모습과 꽃꽂이를 하며 웃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꽃꽂이를 하고 있구나 싶었다. 그 모습이 참 예뻤다. 누구일지는 몰라도 그 꽃을 받는 사람은 행복할 것 같았다.


그렇게 내 커피를 바라보았다. 나는 원두를 그라인더에 넣고 분쇄를 하고 물을 끓이고 커피를 내리면서 오직 나만 생각한다. 나의 시간, 나의 커피, 나의 즐거움이니까.


커피와 꽃은 다르다. 커피가 향과 맛이라면 꽃은 그저 눈일 테니까.


그런데 커피와 꽃은 같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위해 꽃꽂이를 하며, 커피를 내려주며, 온전히 그 사람에 대한 생각으로 그 순간을 채울 수 있으니까 말이다. 나는 그래본 적이 없다. 누군가를 위해 커피를 내려본 적이 없다. 커피를 내리는 시간이야 말로 나만의 시간, 나만의 속도로 그 순간을 향유할 수 있는 완전한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어쩌면 아닐지도 모른다. 아니, 다른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내려준 커피를 마시면서 웃음 지을 누군가를 상상하며 그 모습에 미소를 짓게 되는 순간도 완전할지도 모른다. 그 생각만으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 미소가 나의 커피 잔에 떨어지는 커피 한 방울의 파도였다.


순간 느껴졌다. 알 수 있다. 지금, 내가 내리고 있는 커피는 나의 것이 아니었다. 고마웠다. 그 순간의 감정을 선물해 준 그들에게. 그 꽃들에게. 아마 맛이 없을지도 모른다. 취향에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커피를 좋아하지 않아 거절당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내가 마시고 싶지는 않다. 서툰 것 투성이인 커피의 진짜 주인을 찾기 위해 손을 씻고, 물기를 닦고, 어색한 발걸음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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