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을 실패라고 부르게 된 우리 팀 그리고 성불의 해를 회고하며
새벽 3시40분에 일어나서 4시부터 6시까지 2시간의 혈투를 보는 8월부터 5월까지 약 9개월의 대장정이 끝이 났다. 그 끝인 결승전은 생각보다 싱겁게 PSG가 인테르를 5-0으로 이기며 끝나버렸다. 손흥민이 우승하는걸 보며 성불의 해라고 하더니, 이강인의 팀인 PSG도 팀 사상 처음으로 유럽의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이강인이 못나온것은 참으로 아쉬웠지만, 그래도 그 팀의 1군 멤버로 우승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 제일 강력한 우승후보를 꺾고 온 인테르가 아무 힘도 못 쓰고 져버린 것을 보면 축구는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고2때부터 남들이 맨유 좋아할 때 홍대병처럼 다른 팀을 골라서 좋아하기 시작했다. 아트사커의 팀 컬러를 가진 '아스날'. 여전히 주변 사람들은 그 팀을 왜 좋아하냐고 묻는다. 이제는 좋아하는데 이유가 필요해? 라고 답하는 정도의 단계까지 와버렸다. 올시즌 누군가는 영국 프로리그와 유럽 챔피언스리그의 우승후보로 우리 팀을 뽑았다. 하지만 나는 이 팀을 너무 오래 지켜봐와서 그런건지 우승을 위한 '한끗'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 '한끗'이 부족하여 리그는 2위, 유럽 챔피언스리그는 준결승에서 시즌을 마치게 되었다. 몇년전에 8위하던 팀이 2위해도 감독을 나가라고 하는걸 보면 사람 마음이라는게 간사하다는 생각이 또 드는데. 여전히 우리팀과 우리 감독님은 나같은 골수팬(17년차..)에게 꿈을 꾸게 해주고, 그것만으로 나는 감사함을 느낀다. 내가 기쁘거나 슬프거나 우리 팀은 또 시즌을 시작하고 경기를 뛰며 내 가슴 속에 함께할 것이다. 내 사소한 아스날 얘기는 다음에 또 날을 잡아야지.
P.S. 축구말고 내가 몰래 응원하는 종목 중 스타크래프트가 있는데, 거기에는 19시즌 연속 본선을 올라가고 결승을 처음 올라온 선수(도재욱)가 있었다. 상대는 이미 3연속 우승을 한 선수여서 또 다른 성불이 일어날 뻔 했으나, 3대3 접전에서 마지막 판을 내주며 아쉽게도 성불의 실현은 실패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스타 팬들의 가슴을 오랜만에 뛰게 만들었다. 그리고 여태 깨닫고있지 못했는데 나는 그의 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