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결실식물의 숙명
헤어짐이 꼭 슬플 필요야 있겠느냐...
떠남을 암시하는 너의 몸짓이 슬퍼 보여 애써 못 본 체한다.
나에게 올 때는 젖은 흙이었는데
어느새 보니 잎을 피웠고 씨앗을 날리기 시작했구나
햇빛 찾아 성장하느라 고개를 쳐들고 지낸 시간 탓에
너의 새싹피움을 못 보고 지나친 것이 이내 아쉽다
강가 저편 또 다른 젖은 땅에 싹을 틔우겠지
혹여나 너무 튀지는 마라 새에게 쪼인다
하늘을 날며 누울 곳을 신중하게 보아라
오지랖 꾹꾹 삼킨다
침묵이 힘들게 한 적도 있었겠지
침묵의 또다른 이름은 직관이며
언어로 옮기는 순간 목적이 된단다
할 말 없는 백색 침묵에서부터
할 말 많은 흑색 침묵까지
그러데이션이 있었음을 이해해 주렴
함께 바람을 나누며 지낸 시간 고맙다는 말 꾹꾹 눌러 담아
가져가기 좋게 부피 줄여 전한다
너무 무겁지는 않았음 한다
당분간 또 젖은 땅속 어두움을 견뎌야 하는 수고가 있겠지만은
드나에 저장된 살아본 경험이 어둠을 뚫어줄 힘이 되리라
사실 나도 일회결실식물이란다
혹시나 힘이 들 때 우리 모두는 일회결실식물이라는 사실이
자유케 하리라
- J들에게
스치는 인연도 인연이라 했던가요?
특별히 뭔가 잘한 일도 없는데, 자연스레 찾아오는 만남의 축복.
스쳐 지내버리기도 하고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도 내 의지로 되지 않는다는 걸
경험으로 배워갑니다.
이별의 축복 역시 자연스레 찾아옵니다.
받아들이는 순간 억지가 아님이 됩니다.
모든 만남과 이별이 같아 보여도
흐르는 강물과 같습니다.
지난 강물은 흐르고 흘러서 누군가의 식수가 된다는 믿음이라면
지금 이 순간 내 앞을 지나는 강물을
기쁘게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랜 시간 나의 일상을 채워준 이들을
떠나보내는 모든 이들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