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큰 오빠 어느새 칠순

환갑 소녀의 편지

by Noa

우리 큰 오빠 어느새 칠순


우리 아부지는 칠순 못 넘기시고 가셨는데


우리 큰 오빠

건강하게 살아주셔서 고마워요

저에게 오빠는 보살펴야 하는 부모 같은 오빠였답니다


다섯 살 무렵 오빠들과 함께 반산 국민학교 앞 개울가에 따라갔던 생각이 나네요

오빠들은 물장구치며 노는데 어린 나는 놀다가 지쳐 조약돌 베개 삼아 잠잤어요

놀았던 것만 기억이 나는데

잠이 든 나는 큰오빠 등에 업혀 집에 갔다고 들었네요


또 어느 날 앞산 나무하러 가는데

나도 따라가 나뭇가지 한 움큼 머리에 이고

오빠들은 나무를 지게에 지고


아버지와 오빠들 함께 해가 어둑어둑해져 가는 시간까지

벼이삭 한줄기라도 줍겠다고 대여섯 살 애기였던 나도 동참해

쌀을 확보하는데 일손을 거들었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랫집 앞 빨래터 겨울 찾아와 꽁꽁 얼면 우리 장난감 되었지요

큰오빠 작은오빠가 내가 들기 쉬운 납작한 얼음에

풀대롱으로 호호 불어 구멍내고 지푸라기 손잡이 엮어주면

얼매나 얼매나 좋았던지

그 시절 최고의 장난감이었지요


그리 놀다 아버지 집합명령

아랫집 그 큰 마당에 가득 깔릴 멍석 위에 콩을 고르던 때

아버지가 일이 너무 힘들어

오빠들을 야단치는 게 너무 싫어서

나라도 도우면 울 오빠들 덜 혼나고 기분 좋게 보낼 거라

생각했던 것 같네요


울 오빠 그래서 항상 맘이 쓰였었는데 오빠가 결혼해서 언니들을 만나니

나 혼자 알고 있던 내 임무는 끝났음을 나 혼자 느꼈음을 이제야 털어놓네요

감사해요 속 마음 말할 수 있는 기회 주셔서


팔순 구순 때도 오늘같이 좋은 날 되도록 건강하세요

두 오빠 언니들 감사하고 항상 인형 같았던 내 동생 DH엄마 알콩달콩

사는 모습이 감사합니다


2025년 5월 31일 5월 6일

큰 오빠 칠순생일 하나뿐인 여동생 SH




저희 아버지 칠순을 기념하고자 축사처럼 써 내려간 고모의 편지글입니다


가족 간의 갈등과 분열, 사람 사는 곳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개인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따지다 보면

갈등과 분열이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들의 세월 용기와 절제를 바탕으로

자녀들을 훌륭하게 길러내셨습니다

용기와 절제라는 훌륭한 덕목도 한쪽으로 치우치면 일을 그르칩니다

용기만 앞세우면 나라는 전쟁터가 되고

절제만 앞세우며 평화를 추구하면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기 십상입니다

결국 이 둘의 조화와 균형을 맞추는데 기준이 되는 것이 사랑입니다

팍팍한 세상살이로 경직되어 있던 그들의 사이가

소녀 같은 우리 고모의 축사로 유연해지지 않았을까 싶네요


칠십 세 생신을 맞은 아버지에게도 최고의 선물이 되었기를 소망하면서

어버이날은 아니지만 감사하다는 말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