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아직 찾지 못한 길 위에서

불확실한 미래, 헬싱키에서 맞은 첫 아침

by Hyeora

처음으로 유럽여행을 가는 길, 여행에서 경험하게 될 순간들에 대한 두려움 반, 내가 경험하길 기대한 것들에 대한 설레임으로 가득차 비행기에 올랐다.


첫번째 목적지는 핀란드 헬싱키.


한국에서도 사우나를 좋아했는데 해수풀을 들어가는 핀란드식 사우나가 있어 그곳에서 해를 뜨는 걸 보기로 했다. 공항 철도를 타고 헬싱키 중앙역으로 이동해 버스나 트램을 타고 가는 방법이 있었으나, 중앙역에 도착해서 보는 새벽 풍경이 꽤 멋졌기 때문에 긴 거리지만 걸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이미 크리스마스와 새해 이벤트가 모두 지난 시기에 도착했음에도 거리는 반짝반짝 거렸다. 트램이 지나다니는 전선 위로 led 조명라인이 트리처럼 뻗어있었는데, 건물 사이사이로 반짝이는 라인들이 보여 북유럽 감성이 물씬 났다.


긴 거리를 걸어가는 동안 새벽 출근길에 오른 현지인들과 마주쳤다. 단정한 코트를 걸친 채 조용히 걸어가는 그들 사이에서, 배낭을 멘 나는 혼자만이 이방인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이 묘하게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사우나에 도착했을때 바닷가가 바로 앞에 있지만, 새벽이라 아직은 그 존재를 가늠할 수 없었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사우나에 들어가자, 통창 너머로 바다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사우나 안에서 몸을 데우며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니, 핀란드 사람들이 왜 이 순간을 사랑하는지 알 것 같았다. 하늘은 점점 붉게 물들어가고, 바다는 깊은 푸른빛을 머금었다. 유럽 여행의 시작을 이런 장면으로 맞이하다니, 이보다 더 낭만적일 수 있을까?


해수풀에 도전해보려 했지만, 사우나에서 나오자마자 피부를 파고드는 차가운 공기에 주춤했다. 그러나 내가 등을 돌리는 걸 본 핀란드 아주머니가 너 여기는 꼭 들어가봐야 한다며 별거 아니라는 듯 먼저 해수풀에 들어가셨다. 사실, 아주머니 말고도 몇몇분들이 이미 해수풀에서 수련하듯 추위를 견디고 계셨다. 다시한번 용기를 천천히 해수풀에 들어갔다. 순간, 전신이 얼어붙는 듯한 강렬한 감각이 퍼졌다. 뼈마디까지 시린 차가움에 숨이 멎을 것 같았지만, 10초만 버텨보자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리고 마침내 사우나로 돌아왔을 때, 몸을 감싸는 뜨거운 공기와 함께 전신이 찌릿하게 풀려갔다. 차가움과 뜨거움이 만들어내는 극적인 대비. 핀란드 사람들이 매일 아침 이런 방식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이 새삼 놀랍고도 멋져 보였다.


핀란드 사람들은 매일 아침에 이렇게 사우나와 수영을 하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사우나에 들어가면 들어오는 사람마다 반갑게 어제 뭐했냐고 물어보거나, 사우나 후 아침을 뭘 먹을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쩌면 그들의 문화가 서로 반갑게 인사하는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사우나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만큼 가까워 보였다.


사우나를 마친 후, 헬싱키에서 유명한 연어 스프를 먹기 위해 작은 카페로 향했다. 하지만 스프는 11시부터 제공된다고 해 대신 연어 오픈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오전 10시의 카페 안에는 노부부들이 모여 앉아 커피와 화이트와인을 곁들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창밖으로 눈이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마치 한 편의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그저 조용히 이 순간을 음미하기로 했다.


백수의 길을 앞둔 채 두려움을 안고 떠나온 유럽, 지금은 그저 이 평온함과 고요를 마음껏 즐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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