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알바를 시작한 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어느덧 실수가 눈에 띄게 줄었고, 나의 일머리도 인정받는 거 같았다. 무엇보다 분위기 메이커가 되려고 애를 썼다.
내 딸들과 비슷한 아르바이트생들이라 더 예뻐해 주고 하나라도 더 나서서 일을 도왔다. 다행스럽게도 아이들과 오랜 수업으로 그들과의 소통에 무리 없이 재미있었다 혼자만의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과 수업하면서 ‘선생님은 너무 재미있어요.‘, ’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들과 달라요’라는 얘기를 늘 들었고 학부모를 통해서도 ‘아이가 선생님을 너무 좋아하고 따른다 ‘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나는 아이들의 실력이 느는 것보단 그런 코멘트에 더 힘이 나고 보람을 느꼈다. 졸업한 아이들도 몇 년을 스승의 날이면 안부를 물어온다. 감사하게도.
아이들뿐 아닌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과의 대화에도 어려움이 없다. 주변 지인들은 어떻게 그렇게 스스럼없이 얘기를 잘하냐고 했고 나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한 번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다 5층에 사시는 할머니를 만났다. 5층 할머니는 오랜만이라며 반겨주셨고, 내려서 잠깐 나눈 대화는 한 시간이나 지나있었다.
내가 자유롭게 소통이 안 되는 사람들은 내 남편과 딸들뿐인가보다…
내 장점이 뭔지 잘 아는 나는 누구에게나 스스럼없이 다가섬에 어려움이 없다. 지금 이곳에서도 나보다 나이가 한 살 많은 점장과 이제 학교를 갓 입학한 20살 애기들까지 모든 대화가 즐겁다. 남자친구 이야기나 다이어트 이야기로 시작해서 학업, 취업 얘기. 고3인 내 둘째 딸내미의 성적 고민상담도 하고 큰 딸내미의 사춘기 뒷담화도 하고 그렇게 웃고 떠들고 일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간다. 이제는 어느 정도 실수며, 개수 파악도 나름 잘하고 있는데.. 문제는 팀장이 옆에만 있으면 그렇게 실수가 나온다는 것이다.
팀장은 웬만해서 앞에서 손님응대 위주로 일을 하지만, 내가 출근만 하면 내 옆으로 와서는 그렇게 쉴 새 없이 수다를 떤다는 것. 나는 맞장구 쳐주랴. 메뉴확인하랴. 일하랴. 바빠서 정신없어 죽겠는데 와서 일은 하나 안 하면서 수다만 떠는 꼴이라니. 중간중간 지적질은 어김없이 나를 기죽이고… 그차나도 뵈기 싫어 죽겠는데 넌 참 눈치도 없다. 아니, 눈치가 없는 건 내쪽인가 싫다면서 이리 맞장구를 잘 쳐주고 있으니. 아휴~ 아무튼 일하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팀장의 장단까지 맞춰주려니 고달프다 진짜. 이럴 땐 나의 장점이 정말이지 후회된다고.
끔찍한 건 수요일. 퇴근시간이 팀장과 같은 5시. 내 옆동네 산다는 팀장은 가는 길도 같이 가자며 더 먼 길로 돌아서 간다. 중요한 건 가는 길 내내 점장부터 매니저, 새로운 아르바이트생들까지. 남의 욕을 어찌나 해대는지 내 험담도 이런 식으로 누구한테나 했을 생각을 하니 팀장과 같이 퇴근하는 수요일이 너무나 끔찍했다. 일할 때의 육체적인 노동보다 같인 퇴근하는 그 20여분의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더 힘들었다.
‘내가 자기 욕받이야 뭐야~왜 나한테 본인 감정을 섞어 남들 욕지껄이를 하는 건 데에?‘
그날 저녁이면 나도 남편에게 어김없이 팀장 욕을 해댄다. “아니 팀장이 짜증 나게~”, “아니 팀장이 오늘 글쎄…”, “아니 팀장이..”, “팀장이..” 남편은 그때마다 뭐 그런 사람이 다 있냐며 같이 다니지 말라고, 말도 섞지 말라고, 반응해주지 말라고, 결론은 아르바이트하지 말라고... 라며 내 말에 동조해 주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회사일로도 힘든 사람한테 퇴근하고 매일 팀장욕을 해댔으니 남편이야 말로 내 감정받이가 된 거 같아 미안했다. 그 뒤로는 내가 믿는 신께 하소연을 하기로 했다.
‘팀장이에요 저예요 둘 중 한 명 만 남게 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