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의 욕받이가 된 나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는 또 하나의 스킬을 연마했다. 물론 호응은 끝내주게, 맞장구 역시 맛깔나게.
그게 좋았나? 오늘은 출근하는 날 보더니
“언니~왔어요?”
한다. 응? 뭐라고? 나 잘못 들은 거니? 언니.. 라니.. 내가? 너의? 언니?.. 난 너 같은 동생 둔적 없다. 언니라고 하지 말라고 이름을 불러달라고 은희 씨!라고 예전처럼 그렇게 불러달라고!!
그 뒤로도 “언니언니~” 하며 살갗게 아는 척을 해댔지만 그렇다고 변한 건 없었다.
여전히 손가락 까딱 안 하고 말로 부리고 여전히 점장부터 아르바이트생까지 험담이 끊임없었으며 그로 인한 나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여전했다.
오가는 출퇴근 나의 기도양은 계속해서 늘었다.
‘팀장이랑 같이 일하기 싫어요. 저 힘들다고요…..‘
내 기도가 간절했나?
다른 요일 미술수업하는 아이가 그날 영어 수업으로 미술 수업 요일을 바꿨으면 한다길래 이때다 싶어 수요일로 변경했다. 그것도 시간을 5시 30분으로. 덕분에 나는 수요일 5시 카페 알바가 끝나면 팀장한테 양해를 구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달리듯이 가서 아이들을 맞았다.
아이들은 선생님한테 커피 냄새가 찐하게 난다고 커피숍에 있다 오셨냐며 궁금해했고, 아직까지 카페 알바를 밝히고 싶지 않은 나는, 커피 냄새나는 향수라고 에둘러 말을 돌렸다.
믿거나 말거나.
내가 너무 생각 없이 말을 잘 받아주었나. 아님, 내가 자기편이라 생각이 들었던 걸까. 아니지 자기편한테도 막말은 여전했으니까.
“언니는 아이들한테 그림수업도 한다면서 뭣하러 나와서 이 고생을 사서 해요? 여기 뭐 볼 게 있다고? 돈이 급해 보이지도 않고 일이 그렇게 하고 싶나?”
끙……
팀장의 험담은 끝도 없이 아니 더 심해졌다. 아르바이트생 중에 내가 예뻐라 하는 친구가 있다. 5학년이라길래 재수를 해서 들어와 5학년이라 하는 건가 했는데 건축학과는 5년제란다. 5학년이 맞네. 그 친구는 3학년때부터 이곳 카페 알바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알바를 하고 있다 했다. 나에게 일을 가르쳐준 친구이기도 했다. 항상 웃는 얼굴이 순박한, 남자친구와 비슷하게 생긴 귀여운 공대생 그녀.
“은하는 이번에 졸업하면 이제 카페 알바도 끝이네.”
“그러고 싶어요. 그런데 취업 안되면 될 때까지 여기라도 나와서 일해야 줘”
“눈 높이지 말고 어디든 취업해야지 부모님 등골 그만 빼먹고.”
순간 이 분위기 어쩔. 취업을 앞둔 취준생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인 부모까지 들먹이며 가슴에 못질을 해댄 팀장의 언어에 식겁했다. 그 순한 은하학생도 아무 말이 없었다. 한 푼이라도 벌겠다고 알바를 쉬지 않고 일하는 학생에게 부모등골을 그만 빼먹고 취업하라니. 그런 소리가 어쩜 저렇게 자연스럽게 나오는지. 나는 그 와중에 못 들은 척 바쁜 척 허둥지둥 괜스레 은하 학생 눈치가 보였다.
“안 그래요 언니?”
“예? 에… 뭐… 은하 학생은 똑똑하고 착하니까…. 하하.. 하 “
지금도 그때 은하학생 편에서 한마디 거들지 못한 게 후회로 남는다.
나아중에 은하 학생에게 그때 “속상했죠~”라며 묻자 내가 일하기 전부터도 팀장은 못된 말을 일삼았다는 말에 그려려니 했단다. 아이고 저런…
대학원생의 또 다른 아르바이트생 그녀. 그녀 역시 10분의 황금 같은 쉬는 시간에 배가 많이 고팠는지 본인이 직접 핫도그를 사서는 소스를 맘껏 제조해서(알바생의 복지랄까?) 쉬는 시간에 먹다가 몇 분 늦게 들어왔다고 팀장한테 한 소릴 들었는데 그다음 주에 논문을 핑계로 그만두었다.
한소리 들었다고 알바를 그만두다니 ‘요즘 애들은…’하려는데, 그 뒤로 팀장이 나름 복지 같았던 핫도그 소스제조를 보고는 소스양이 어쩌네 저쩌네 한마디 던진 게 화근이었다 했다. 안 들어도 뭐라 했을지 뻔한 이 창피함은 같은 아줌마인 내 목인가 보다.
아휴~저 나잇값도 못하고, 못하는 소리도 없고, 못됐네 못됐어!
‘나 으금니 물었다. 쥔짜 아프로 난테 은니라고 브르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