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긴 텍스트 파일을 자주 보는 편이다. 주로 소설이나 정리해 놓은 공부 노트, 혹은 내가 쓴 글들을 검토할 때.
예전에는 메모장으로 어떻게든 읽었는데, 페이지가 없으니 계속 스크롤을 올렸다 내렸다 하다 보면 정신이 몽롱해졌다. 눈도 아프고, 마음도 괜히 피로해지던 그런 시간들.
그러다 우연히 어떤 블로그 글에서 "텍스북"이라는 단어를 봤다. 뭔가 촌스러운 이름인데, 설명을 보니 꽤 괜찮은 프로그램 같았다. "책처럼 텍스트를 보여준다"는 문구가 마음을 끌었다.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 바로 검색에 들어갔다.
<아래 주소로 텍스북 다운을 할수있다>
텍스북 다운로드 - PC 텍스트 뷰어 강력 추천 프로그램
놀랍게도 텍스북은 200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었다. 공식 홈페이지는 이미 사라졌고, 대신 네이버 자료실이나 블로그 등을 통해 파일을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약간 걱정이 됐지만, 다행히 네이버 자료실에는 비교적 안전하게 다운로드할 수 있는 링크가 남아 있었다.
파일명은 texbook1.3.e. 용량은 고작 4MB 남짓.
설치 과정도 무척 간단했다. 다만 중간에 툴바 설치 같은 팝업이 나와서, 잘못하면 이상한 프로그램을 깔게 생겼다. 꼭 확인하고 체크를 해제해야 한다.
설치가 끝나고 바탕화면에 생긴 텍스북 아이콘을 눌러보았다. 그리고,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프로그램 창이 떴다.
내가 열어본 첫 번째 파일은, 몇 년 전 써놨던 단편소설 원고였다. 약 100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이었는데, 텍스북에서 여는 순간부터 느낌이 달랐다.
화면 중앙에 넓은 여백, 줄 간격이 넉넉한 검은 글씨. 마치 전자책 리더로 책을 읽는 듯한 기분이었다.
페이지 넘김도 자연스러웠다. 엔터, 스페이스바, 방향키, 마우스 클릭 등 다양한 방식으로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고, 부드러운 전환 효과 덕분에 읽는 맛이 배가됐다.
무엇보다도 내가 감탄한 건 폰트와 줄 간격 설정이었다.
처음에는 굴림체로 열리지만, 나눔고딕이나 맑은 고딕 같은 폰트로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글자 크기, 간격, 줄 간격도 조정 가능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자료들 중에는 ZIP으로 압축한 텍스트 파일들도 많다. 보통은 압축을 풀고 하나씩 열어봐야 하는데, 텍스북은 그 단계를 생략시켜준다.
그냥 ZIP 파일을 텍스북에 드래그하면, 내부의 TXT 파일 목록이 바로 뜬다. 클릭하면 바로 내용이 나온다.
이 기능 덕분에, 평소에 소설이나 문서를 ZIP으로 정리해두던 내 습관이 오히려 효율적으로 변했다. 읽고 싶은 걸 고르고, 바로 읽고, 끝나면 닫기. 따로 정리할 필요가 없으니 시간도 절약되고 마음도 가벼웠다.
텍스트 파일을 읽다가 중간에 멈추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다음에 다시 읽을 때 어디까지 봤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런데 텍스북에는 책갈피 기능이 있었다. 읽던 위치를 저장해 주고, 다음에 열면 그 지점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게다가 설정 메뉴에서 "마지막 위치 열기" 옵션을 켜두면, 자동으로 마지막 읽던 페이지로 이동된다.
이런 사소하지만 확실한 기능들이 사용자 경험을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나처럼 자주 집중이 흐트러지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기능이었다.
모든 게 만족스러웠던 건 아니다. 프로그램이 너무 오래된 탓에 최신 Windows 10이나 11 환경에선 약간의 호환성 문제가 있다.
창 크기를 바꾸면 레이아웃이 깨지기도 하고, ZIP 파일 안에서 스크롤할 때 조금 느릴 때도 있다.
그리고 가끔 실행했을 때 에러 메시지가 뜨는 경우도 있었는데, 관리자 권한으로 실행하거나 호환성 모드를 설정해주면 대부분 해결된다.
물론 최신 프로그램처럼 매끄럽진 않지만, 그걸 감수할 만큼의 가치는 있었다.
얼마 전, 내가 직접 정리한 공부 노트를 텍스북으로 읽은 적이 있다. A4로 300장 넘는 분량이었지만, 페이지 넘기면서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집중이 더 잘됐다. 필요한 부분은 Ctrl+F로 검색하고, 중요한 곳은 책갈피로 표시하고.
그렇게 읽다 보니 문득, 예전에 책 읽던 기분이 났다. 눈으로 활자를 따라가며, 마음으로 내용을 되새기며. 텍스북은 단지 텍스트 뷰어가 아니라, 나만의 작은 서재가 되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