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자리를 가져간다면

지금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

by 이니

기계와 싸워 이긴 남자


201907051396048615_2.jpg 웨스트버지니아 빅밴드 터널 앞의 존 헨리 동상


인간과 기계의 싸움은 아주 최근의 이야기가 아니다. 19세기 미국에는 존 헨리(John Henry)라는 남자가 있었다. 180cm의 키와 90kg의 몸무게를 지닌 그는 크고 건장한 체격에 일을 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일하던 회사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구멍을 뚫는 기계를 들여왔다. 이 기계 덕분에 존 헨리를 포함한 수많은 노동자들이 당장 길거리로 나앉게 되었다.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존 헨리는 회사에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자신이 기계와의 대결에서 승리하면 노동자들이 계속 공장에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한 것이다. 망치 하나를 든 남자와 기계의 바위산 뚫기 대결이 시작되었다. 그는 간신히 기계를 이겼지만 지나치게 힘을 쓴 나머지 심장마비와 과로로 사망했다고 전해진다.


존 헨리라는 남자가 실존 인물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인간은 끊임없이 기계와 일자리를 두고 경쟁해왔으며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이기지 못 했다. 이겼다고 하더라도 존 헨리처럼 죽음이라는 결말을 맞게 된다. 존 헨리의 죽음은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순간 우리의 삶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를 보여주는 듯 하다.



인공지능이 바꿀 직업의 세계


한동안 인공지능이 대체할 직업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떠들썩했다. 주로 단순반복 업무를 하는 직업들이 자동화될 것이란 예측이 있었는데, 2016년 한국고용정보원은 콘크리트공이나 청원경찰은 사라지고 화가와 사진작가 같은 예술 관련 직군이 살아남을 것이라 예측했다. 2016년 많은 미래학자들은 미술가나 소설가는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15140_6913_5854.jpg


1/10만 내면 됩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른 직업들이 빠르게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고 있다. 예컨대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는 아주 낮은 순위로 대체될 것이라 예측되었지만 이미 많은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챗GPT의 지브리 스타일 그림이 유행하기 몇년 전인 2022년 9월, 일본에서는 그림을 그리는 생성형 AI 서비스 '미믹'이 공개되었다. 이 서비스는 최소 15장의 그림을 학습시키면 비슷한 스타일의 그림을 그려내주는 서비스였다. 학습시키는 그림 데이터가 많을수록 유사하고, 정교하게 그림을 그려냈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하루 만에 중단되었는데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번째, 부정 사용 행위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서비스 자체는 다른 사람의 그림을 학습시키지 못하게 되어있지만 이것을 막을 수 없고,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의 작품을 도용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두번째, 생성형 AI로 인해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실제로 웹소설의 표지를 그리는데 드는 비용만 보아도 이러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2023년 시사인 뉴스에 따르면 사람이 그리는 웹소설 표지의 금액은 10만원부터 시작하는 것에 반해, AI를 활용한 웹소설 표지의 금액은 1만원부터 시작한다. 심지어 제작기간도 훨씬 짧으니 인간 일러스트레이터가 이를 당해내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생각과 달리 많은 것들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되어가고 있으며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사람들은 존 헨리가 결국에는 죽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95a19188-9fef-4145-b4b6-ec234481ec39.jpg 초창기의 아마존 사무실


아마존은 인터넷 서점으로 시작해, 현재 미국의 온라인 쇼핑몰 매출 1위를 달성한 기업이다. 우리나라에는 쿠팡이나 네이버가 있다면 미국에는 아마존이 있다고 하면 좋을 것이다. 아마존은 우리가 무엇을 샀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를 바탕으로 개인화된 추천 시스템이 있다. 이 시스템 덕분에 아마존은 상당히 높은 매출을 올렸다.


아마존이 인터넷 서점이던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선정한 책을 추천하는 편집팀이 있었다. 지금으로 따지면 교보문고에서 'MD의 선택'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편집팀은 독자가 좋아하고 사서 읽을 법한 책을 추천해주었다. 하지만 곧 아마존에는 사용자 선호도와 행동에 대한 데이터를 정교하게 활용한 Personalization팀, P13N팀이 등장하게 된다.


인간이 편집해서 추천하는 편집팀과 P13N팀의 경쟁은 격렬했다. P13N팀은 보드에 이렇게 써붙였다. "사람들은 존 헨리가 결국에는 죽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PEOPLE FORGET THAT JOHN HENRY DIED IN THE END) 여기에는 사람인 편집팀 너희들이 노력해봐야 죽게 된다는 조롱이 담겨있다. 실제로 두 팀간의 치열한 싸움 끝에 자동화된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이 느린 인간 편집팀보다 빠르게 매출을 증가시켰다.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


DALL%C2%B7E-2023-01-09-18.12.05-a-seemingly-endless-view-african-workers-at-desks-in-front-of-computer-screens-in-a-printmaking-style.jpg 챗GPT의 데이터 라벨링을 하는 케냐의 노동자들 (출처: 타임즈)


아마존의 편집팀은 오늘 날의 존 헨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19세기의 증기 기관, 21세기의 아마존이 그러했듯이 기술은 빠르게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 그렇다면 우리는 존 헨리처럼 장렬하게 전사하는 비극적인 엔딩을 맞이할 운명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오'가 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 인공지능과 관련된 일자리에서 논란이 되는 것은 인공지능의 발전을 위한 많은 일자리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챗GPT를 위한 콘텐츠를 조정하는 업무는 영어가 능통한 아프리카 케냐의 노동자들이 하고 있다. 이들은 챗GPT가 혐오 표현이나 차별 발언, 성적인 발언을 걸러낼 수 있도록 콘텐츠를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수많은 부정적인 문장들을 라벨링 하면서 이들이 받는 돈은 한 시간에 약 1~2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인공지능 시대에 기술이 우리의 일자리를 공격한다면 우리는 끊임없이 더 새로운 인간만의 것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을 위해 인간이 착취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기술 앞에 선 우리가 해야할 일일 것이다.



- 참고문헌 -


Amazon: Threat or menace?

BBC, '대신 총알을 맞고 있다'… AI 챗봇 라벨링 작업으로 트라우마를 겪는 케냐 노동자들

시사인, ‘AI 그림 시대’ 창작이란 무엇인가


이전 05화모니터 뒤에 사람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