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해한다는 것

by fernweh

나는 호기심이 참 많은 사람이다.

힘든 경험이라도 직접 해보고 싶고, 새로운 장소와 만남을 좋아한다.

해보지 않았던 일에 도전하는 걸 즐긴다. 아무 연고 없는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건 나를 설레게 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집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했고, 나중에는 해외에서 일하고 싶다.

이런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낯선 여행지에서 마주하는 우연한 상황 속, 신선한 나를 만나는 게 참 좋다.

나는 나 스스로를, 그리고 타인에게 보여질 내 모습조차도 '다양한 경험을 하는',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삶이 있다. 태어난 곳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아주 많고, 그 이유도 참 다양하다. 주변 환경이 허락하지 않아서, 떠나고 싶지 않아서 등.

나의 세상이 전부인 줄로만 알았던 과거에는 오만한 마음으로 그런 삶을 내심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그런데 삶에 정해진 가치나 목표가 없다는 걸, 이제는 분명히 안다.

내가 추구해온 목표에서 눈을 돌려 다른 삶을 둘러보게 되었다.

자연스레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나는 새로운 경험을 쌓고 싶어할까?'


이제껏 '나를 알고 싶어서'라고만 생각했다. 다양한 경험을 하면 자연스레 나의 취향, 꿈에 대해서도 알게 되리라 꿈꿨다.

그러나 이제는 이 답으론 족하지 않다. 진정 나를 알아가려면 경험 그 자체만으론 부족하기에.

경험을 하면서도 부단히 나를 관찰하고 내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 경험의 양 보다는, 깊이가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사유 없는 경험은 나에게 큰 울림을 주지 못한다. 그저 완수하기 급급하여 허겁지겁 스쳐지나간 경험.

다들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삶을 느끼기 위해서는 목적 없는 시간이 필요하다. 산책하며 순간을 음미하고, 글을 쓰며 하루를 되돌아보는 것. 이런 작은 틈이 경험을 풍성하게 하고 진정한 자기이해를 가능토록 한다.


결국 나를 알아가는 건, 익숙한 일상 속 깊이 있는 경험에서도 가능하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처음의 질문을 바라본다.


문득, 명확히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부유하는 듯하다.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 속에서 내가 느꼈던 다채로운 색깔의 감정들. 그것들은 내가 나를 더 사랑하게 하고, 내 삶을 더욱 아름다운 눈빛으로 바라보게 했다.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 소중한 기억이다.


생생한 감각을 떠올리며, 나는 알게 되었다.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어서', '도전을 즐겨서' 등 멋들어진 다양한 표현도 할 수는 있겠지만, 나는 그저 '좋아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거다.


한때 나는 '진정한 나'를 찾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에 빠져, 사회적으로 대다수가 추구하는 가치들과는 유리된 오직 '나'만의 목표가 있다고 믿었다. 그걸 알고자 끊임없이 나를 관찰하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럴수록 칠흑같은 어둠 속, 허공에 손을 휘젓는 듯한 아득함만이 몰려왔다.

나는 타인과는 다른 꿈을 꿔야만 한다는 환상. 그 깊숙이에는 '나'라는 존재에 대해 부여한 특별함, 과잉된 자의식이 기저해 있었다.


오로지 '나'의 내면에서 우러나온 목표란, 없다.

우리는 끊임없이 세상과 상호작용하며 그 영향을 받고 있다. '나'라는 사람도 결국, 내가 만나온 사람들과 살아온 곳에서 형성된 것이다. 이들과 별개로 '나'를 상정하고 무언갈 찾으려고 한다면, 뜬구름 잡는 듯한 기분 속에 살아가게 된다. 결국에는, 대다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행동하는 나 자신을 부정하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진정한 자존감은 건강한 자기이해에서 오고, 자기이해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온전히 끌어안는 것이다.

내 안에는 어떠한 감정을 느끼는 '나'와, 그런 나를 관찰하는 또다른 '내가' 존재한다.

관찰자인 나는 제멋대로인 '나'를 이해하려 이리 둘러보고, 저리 살펴보며 부단히도 애쓴다.

그러나 '나'는 본래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이다. 매 순간 흐르면서 변화하기에, 변덕스러운 게 당연하다.

나에 대해 안다고 착각하면서 견고한 울타리를 쌓고, 내 것이 아닌 것들은 밀어내려고만 한다면

결코 나를 자유로이 놓아줄 수 없다.


따라서 경계는 흐릿한 것이 좋다. 나를 규정하려 하지 말고, 흐르는대로 놓아주자. 바라보자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순간 내 마음이 향하는 방향대로 하면 된다.


그래서 나는 현재 세상에 대해 호기심이 많고,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

별 이유는 없다. 단지 그게 '좋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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