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를 앞두고 집에서 한량처럼 놀던 어느 날,
아는 동생이 일일 알바를 해 보지 않겠냐고 물었다.
돈이 필요하기도 했고, 하루쯤이야 얼마든지 노동에 시간을 쓸 수 있을 것 같아 바로 승낙했다.
아르바이트를 한 곳은 전통 시장 안에 위치한 자그마한 국밥집이었다.
가게 앞에서는 순대도 팔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이른 시간 가게에 도착해 사장님께 첫인사를 했다.
가게는 오픈 시간이 되기도 전에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왠지 싸늘했다.
'자, 그럼 이제부터 뭘 알아야 하지?'
나는 면장갑 한 짝을 툭 건네받고
작은 그릇엔 쌈장을, 좀 더 큰 그릇엔 양파와 고추, 편마늘을 담았다.
8시가 되자마자 손님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큰일이다.
난 아직 국밥 종류도 외우지 못했고,
어느 테이블이 몇 번인지 외우지 못했고,
양파와 마늘 재고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
'하면서 배우는 거지~'라는 말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 시작하기가 두렵기 때문이다.
'실수하면 어떡하지? 지금 난 뭘 하면 되지?' 하며
면장갑을 낀 채 어설프게 손님맞이를 하고 있는 이 순간이 두려웠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준비 운동이 필요하지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밑반찬을 놓고, 메모지에 주문을 받아 사장님께 드리면 된다.
국밥이 완성되면 쟁반을 힘껏 받아 손님의 자리에 조심해서 두면 된다.
양파와 고추, 마늘을 원하면 아쉬운 표정으로 셀프라고 하면 된다.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는 내가 너무 신기했다.
일단 해 보니까 되더라. 그냥 몸이 하고 있더라.
잠깐 한가한 시간엔 늘 하던 것인 양 고추 꼭지를 따고 있는 내가 신기했다.
몇 시간 만에 이 가게의 흐름을 파악했다.
하다보면 안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고 피식 웃었다.
유명한 식당이다 보니 너무 바빠
식은땀이 나고 다리가 후들거리긴 했지만
일급을 받았을 땐 정말 뿌듯했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계획형이다.
헉-소리 나는 계획을 세우지는 않지만, 나름의 일과를 생각한다.
그 생각대로 하루가 흘러가지 않으면 순간 예민해진다.
투정 부리고, 맥이 빠진다.
처음부터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인 것 같다.
제대로 알고 나서 시작해야 과정이 수월할 거라고 착각해 왔나 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실패하는 데에 익숙지 않은 것도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잘 몰라도 괜찮은 곳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국밥집이 그렇다 하기보다는 좀 더 크게 생각하고 싶다.
이제는 일을 하고 있는 사회인이다 보니 업무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내가 이렇게까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있으리라 믿게 된다.
지레짐작으로 두려워해 버리면 기회를 놓쳐버리는 아쉬운 상황이 생긴다.
앞으로는 조금 덜 두려워하고, 부딪히며 성장한다는 게 뭔지 느끼고 싶다.
회피에 가까운 내 성격이 싫지는 않지만 효율과 속도감을 키우는 데는
방해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국밥집 아르바이트는
내가 한 발 나아갈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