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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 Jul 10. 2024

롤 모델에 대하여

 예전에는 살아가면서 롤 모델 한 명쯤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롤 모델이 있나요?"라고 물었을 때, 왠지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근거가 될 거라고 착각했기 때문입니다. 또 롤 모델은 대단한 업적을 가진 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어릴 적 위인전을 감명 깊게 읽었다며 마틴 루터킹을 존경한다 말해 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살다 보니 저의 가치관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은 무수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롤 모델이 가끔 바뀌어도 괜찮다는 거지요. 한때 저의 롤 모델은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며 강연을 하는 TV 속의 강사였습니다. 또 때로는 항상 밝은 표정으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는 친구가 되기도, 가족을 위해 밤낮없이 일만 하셨던 밉지만 존경스러운 아버지가 되기도 했습니다. 저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기 때문에 롤 모델로 삼으려고 한 거창한 일은 없었습니다. 다만 그들의 본모습이 아름다웠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닮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몇 개월 전, 저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직업으로써 몸 담고 있는 분야를 그대로 이어갈까, 아니면 완전히 다른 분야에 도전해 볼까 하면서요. 인생은 늘 선택의 기로를 마주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는 어떤 선택을 하든 글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제 생각을 읽었는지 동영상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한 작가의 스토리를 띄워 주었습니다. 


 한집에서 2층을 생활공간으로, 1층을 작업실로 사용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서 독자에게 발신하며,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사람, 이슬아 작가였습니다. 글이 가지는 힘과 매력을 동력으로 살아가는 분인 것 같았습니다. 아,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당장이라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포기하고 그 분과 같은 길에 도전하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였어요. 해야 할 일은 뒷전으로 두고, 관련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1인 출판사', '에세이 작성법', '글쓰기 강사' 등 글에 대해 아무런 토대도 갖추지 않은 제가 이런 키워드에 가슴이 뛰는 거예요. 닮고 싶은 사람을 발견한 것과 그 동시에 느껴진 두근거림이 좋았습니다. 


 꿈꾸는 이상향을 위해 행동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으니까요. 그래서 롤 모델이라는 게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사람을 천천히 좇다 보면 어느새 그 사람을 닮아 있는 스스로를 볼 수 있을지도 몰라요. 이 두근거림을 지나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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