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1988)

토미노의 상업적인 작가주의 영화

by 화문 김범



너무 많은 인기 때문에 완결이 제대로 나지 못한 우주세기. 원작자 토미노 요시유키는 완결을 낼려고 여러번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그도 포기 했다. 역습의 샤아는 이런 완결 시도 중 하나이다.





영화는 철저히 아무로와 샤아의 이야기인 동시에 퍼스트 건담의 진정한 후속작이다. 영화는 Z와 ZZ의 요소와 캐릭터를 상당히 배제했다. 아무로와 샤아한테 집중하기 위해 전작의 주인공인 카미유와 쥬도는 등장은 커녕 언급도 없다. 시리즈물로서는 좀 아쉽지만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선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모빌슈트도 퍼스트 건담의 레퍼런스가 크다. 토미노가 싫어하는 변신과 합체는 없어졌다. 그나마 남아있는게 리가지지만 변신 원리가 전작과 다르고 취급도 안 좋다는 점에서 전작을 배제하겠다는 그의 의지가 보인다.

주역 건담인 뉴 건담의 디자인도 제타 건감과 더블 제타 건담 같은 복잡한 디자인이 아닌 퍼스트 건담 처럼 수수한 디자인이다. 샤아의 사자비도 퍼스트 건담에서 타던 샤아의 기체들을 계승했다. 새로운 요소라고 해봤자 주인공이 판넬을 쓴다는 것 밖에 없다.



스토리와 플롯은 토미노답게 특이하고 아리송하며 좀 난잡하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걸 집어넣고 ZZ와 역습의 샤아 사이의 공백 기간을 다룬 작품이 안 나온게 크다. 얼핏 보기에는 사상 싸움을 다룬 대국적인 영화 같지만, 사실 이 영화는 아무로와 샤아의 갈등과 샤아의 추태를 더 집중했다. 아무로와 샤아의 싸움은 사상 문제도 있지만 갈등의 진짜 원인은 라라아와 관련된 치정 싸움이다. 두 남자는 이미 연인이 있음에도 죽은 라라아를 잊지 못했다. 대단해 보이는 영웅과 거악도 인간적인 면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애초에 샤아가 전쟁을 일으킨 원인 중 하나가 라라아를 죽인 아무로에 대한 복수이니 말 다했다.





샤아의 추태도 이 영화의 재미 요소이다. 샤아는 겉보기에는 정말 멋진 남자이지만 그 속에는 과거에 대한 미련과 아무로에 대한 열등감으로 똘똘뭉쳐 있다.

라라아와 어머니를 못 잊어서 라라아 같은 어머니를 대신할 여자를 늘 갈망한다. 그 여자가 미성년자여도 말이다. 게다가 부하인 규네이(야마데라 코이치)가 자신의 여자 문제를 비아냥 거렸다는 걸 알자 그걸 또 추하게 추궁하는 추태를 보인다. 라라아에 대한 샤아의 집착은 이게 끝이 아니다. 그는 여러 여자와 관계를 맺을 때 마다 라라아를 부르는 무례를 범한다고 한다. 게다가 현 연인인 나나이(사카키바라 요시코)한테는 큰 애정을 주지 않고 라라아를 떠올리는 소녀 퀘스(카와무아 마리아)한테도 마음을 열어주지 않고 도구로 써먹는다. 이런 추태의 화룡정점은 유언이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몸 바쳐 세계를 구할 때 샤아는 그냥 라라아 타령만 한다. 영화에서 가장 어이없으면서도 웃기는 장면이다.



아무로에 대한 열등감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는 자신의 여자를 가로채고 자신 보다 더 강한 아무로한테 큰 열등감을 드러낸다. 정정당당하게 이기겠다는 것에 집착해서 사이코 프레임을 아무로한테 넘겨주고 성능 좋은 알파 아질이 아닌 뉴 건담과 스펙이 비슷한 사자비를 타는 무리수를 둔다. 게다가 나나이가 함대를 이끌고 지원하려 하자 남자의 승부를 들먹이면서 지원을 거부하고 바로 진다.

이렇게 샤아는 소설가 후쿠이 하루토시가 평 하듯이 모든 남자가 반면교사 삼아야 하는 인간이다. 하지만 이런 면이 샤아와 건담을 더욱 매력적이게 만들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영화에서 나온 사상과 갈등은 토미노의 사상이 충돌하는 것 같다. 아무로파는 인류에 대한 낙관성이, 샤아파한테는 인류에 대한 비관성이 보인다. 두 사상 모두 토미노의 사상과 밀접하게 관련 있다. 그는 평소에 환경을 위해선 인류의 멸종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기술의 발전이 인류를 구할 수 있고 인류의 화합을 바란다는 상반된 주장을 한다. 영화는 이런 토미노의 내적 갈등이 강렬하게 담겨 있다. 토미노는 아무로인 동시에 샤아이다. 인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그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뉴타입은 이런 토미노의 바램이 들어있는 설정인 것이다.



마지막에 나온 사이코 프레임의 기적은 영웅주의와 화합에 대한 토미노의 생각이 엿보인다. 그는 분명 영웅의 등장과 인류의 화합을 부정하지 않는다. 아무로, 론도 벨, 연방군, 두 지온군의 행동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아무로와 샤아의 유언에서 나와있듯이 회의감도 상당하다. 대영웅 아무로의 유언은 영웅 답지 않게 매우 초라하다. 거악 샤아의 유언은 한심하기까지 한다. 이런 유언은 영웅도 한낱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로 봤을 때 토미노는 낭만주의자까지는 아니다. 영웅과 화합에 대한 기대감과 동시에 회의감도 품고 있는 복잡한 인물이다.




영화를 논할 때 액션을 빼놓을 수 없다. 모빌슈트 액션은 요즘 처럼 밀도 있고 임펙트 있는 방식이 아니라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싸운다. 이런 전투는 씬 하나하나에 임펙트는 떨어질지 언정 박진감은 상당하다. 다시는 나오시 힘들 액션으로 괜히 토미노가 자화자찬 하는게 아니다.


역습의 샤아는 여러번 봐야 진가를 알 수 있는 영화이다. 처음에는 액션만 좋은 황당한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여러번 보면 앞서 말한 사상과 캐릭터가 보인다.
역습의 샤아는 아무로와 샤아 이야기의 완결편으로 상당히 훌륭한 건담 애니메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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