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2021)

크로스오버라는 사탕

by 화문 김범

노 웨이 홈은 영화가 가진 가능성에 비해선 제대로 나온 느낌은 아니다. 생각 이상으로 미흡한 부분들이 많다. 그럼에도 크로스오버의 즐거움과 차기작을 기대하게 만드는 장점이 단점을 덮는다.

영화의 큰 장점이자 정체성은 역시 크로스오버이다. 이런 차원을 넘는 크로스오버는 애니, 게임, 특촬에선 나름대로 자주 보는 거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선 아마 최초거나 거의 비슷한 위치일 것이다. 추억의 빌런들과 스파이더맨들이 다시 나오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큰 가치를 남겼다. 묘사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큰 실책은 없다는 것이 장한 점이다. 다시 볼 줄 몰랐던 스파이더맨들의 등장은 선물에 가깝다.
여기서 굳이 실책을 적으라고 하면 리저드일 것이다. 얘만큼은 옹호하기 힘들 정도로 비중도, 하는 것도 없다. 안 나와도 영화에 아무 문제가 안 된다. 샌드맨도 이런 문제가 있지만 리저드와 비교하면 괜찮은 편이다.

빌런이지만 마냥 미워하긴 힘들었던 빌런들을 영웅답게 구원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울버린과 퍼니셔같이 죽이는 히어로도 시원하고 좋다. 그치만 이렇게 적을 살려주고 갱생하도록 노력하는 히어로야말로 진짜 영웅이다.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다운 전개이다. 살인충동을 참으면서 성장하는 것도 뭔가 부족하지만 좋은 결론이다.

유머도 톡톡 튀는 재미이다. 크게 훌륭한 것은 아니나 상황과 캐릭터에 맞는 개그들이 작은 재미를 주는 편이다. 옥타비우스 놀리기, 스트레인지의 푸념, 어메이징 같이...

MCU에 종속되어서 아이언보이가 된 피터가 진정한 스파이더맨으로 성장하는 결말도 좋은 부분이다. 이번에도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나잇값 못하는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그만큼 책임을 느끼고 성장하는 모습은 괜찮은 플롯이다. 이제 좀 익숙한, 고생하는 스파이더맨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과정이 좀 걸리고 극단적인 면도 있지만 결론이 마음에 드니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다. 극단성도 성장촉진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나쁘지는 않다. 애초에 현실에서 즐길 수 없는 걸 즐길 수 있게 하는 픽션이니 이런 극단성도 필요하긴 하다.

액션은 존 왓츠 답게 여전히 부족하다. 눈 버릴 수준까지는 아니고 심심풀이 정도는 해줄 수 있지만 거대한 작품답지 않게 액션이 빈곤한 건 좀 곤란하다. 샘 레이미는 당연하고 500일 썸머 이후 미흡한 모습을 보인 마크 웹도 액션은 훌륭했는데 존 왓츠는 3편이 되어서도 발전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전작에서 미스테리오가 괜찮은 모습을 보였듯이 이번엔 닥터 스트레인지가 흥미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근데 이게 스파이더맨 영화인데 닥터 스트레인지가 더 재밌는 건 황당한 일이다. 장점이면서도 단점이다.


사실 액션말고도 CG 같은 비주얼도 많이 부족하다. 촉박한 일정과 생각보다 적은 예산 때문인 걸로 안다.
일단 그린 스크린에서 찍었다는 티가 많이 나고 옥토퍼스의 팔, 리저드, 샌드맨같은 CG로 구성된 것들은 저품질로 느껴질 정도로 안 좋다. 샌드맨의 모래와 리저드의 피부 질감은 전 스파이더맨이 더 훌륭했다.

분명 노 웨이 홈은 부족한 걸 넘어 떨어지는 부분들도 많지만 추억이라는 압도적인 장점 덕에 상당한 흥분감을 주는 영화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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