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감독의 여전한 저항 정신
부러진 화살은 남부군과 하얀 전쟁 이후 다시 만든 정지영의 사회권력 도전 영화이다.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재료로 삼았고 정지영다운 확고한 시선과 도전이 인상적이다.
워낙 논란 많은 사건이고 하니 실제 사건에 대한 얘기는 배제하겠다. 일단 영화만 놓고보면 제법 그럴 듯 하고 감정적 호소도 잘한 편이다. 다만 판사를 물리적으로 위협하는 게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하는 태도는 의아하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좋게 말하면 설득을 잘하는 영화이고 나쁘게 말하면 선동하는 영화이다. 법이 완벽하지 않은 것을 지적한 건 아무 문제 없지만 가끔 자기들이 법을 무시하는 것을 넘어가는 행태는 기괴하다.
설득을 잘한다고 쓰기는 했지만 가끔 그 설득이 논리인지 감정인지 영화도 갈피를 못 잡는 것 같기도 하다. 뭐 그 둘을 섞어서 영화를 흥미 있게 만든 건 부정할 수 없다. 더 잘할 수 있었을 것 같은 걸 안 그래서 그렇지.
한편 영화의 스타일이나 정지영의 생각이 담긴 건 흥미로운 편이다.
정지영이 10년 이상을 쉬고 만든 영화이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완성도는 적당하고 스타일도 현대에 걸맞게 적응한 것도 신기하다. 나이 많은 감독임에도 제법 적응을 잘한 편이다. 다만 현대에 적응한 나머지 예전에 갖고 있던 품격은 사라진 것이 흠이다. 가끔 영화가 경박하다.
정지영의 사견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도 영화의 재미이다. 영화를 만든 취지나 곳곳에서 드러나는 시선을 보면 약자친화적인 성향과 강자에 대한 비판적 태도는 여전하다. 대놓고 박씨 커터칼 사건을 영화에서 실명까지 삽입하며 거론하는 걸 보면 남부군 만들 때의 용기와 극장에다 뱀 풀던 시절의 똘끼력이 늙지 않았다.
여전히 이 나라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진 것을 인정하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끝없는 비관보다는 좋은 태도이다.
부러진 화살의 전체적인 완성도는 어느정도 하는 웰메이드이다. 예전의 정지영만한 완성도 까지는 아니다. 그럼에도 남들은 쉽게 다루기 힘들어 보이는 도전적인 소재를 계속 여과없이 거칠게 만드는 노감독의 기백은 대단해서 응원은 하고 싶다. 물론 영화 만들 때만 그렇다. 극장에다 뱀 푸는 건 도저히 옹호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