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감독 다운 찌질함
당신자신, 이거 참 맛깔나는 영화이다. 캐릭터의 행동을 보니 탄식, 웃음, 감탄, 경멸 등이 다 나온다. 홍표 영화 답다. 반복 같으면서도 미묘하게 새로운 것이 맛있다.
민정이라는 여자는 홍의 여성 캐릭터 중 가장 흥미로운 존재이다. 아는 남자들 앞에서 쌍둥이 같은 핑계를 대면서 자신이 민정임을 부정하는 씬들이 계속 나오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이게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아리까리하다. 진실이면 기막힌 우연이면서 편의주의이고 거짓이면 홍 다운 찌질함과 이기성이다. 욕 먹어서 귀 아픈 것 같다는 대사를 보면 후자가 정답일 듯 하다. 애초에 홍이 잘하는게 찌질 묘사이고 이번 영화도 그런 묘사들이 많으니 그가 노린 건 인간들의 소인배적인 모습일 것이다. 원래는 남자들이 그 대상인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엔 여자가 그 역할을 집중적으로 수행한 것이 특이점이다.
민정만 한심한 건 아니다. 따지고 보면 민정한테 껄떡대는 남자들이 문제의 근원일 것이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여기 남자들 현실 사람 같아서 좀 거북하면서도 친근하게 한심하다. 아무튼 홍 답게 같은 요소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이한 것이다. 그가 예술가인 이유가 보인다.
오랜만에 큰 쾌감을 얻은 홍 영화이다. 다음작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불 지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