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에서도 시도할 법한 기획
킹 아서는 아서왕 전설을 현실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고증 자체는 엉터리라고는 하지만 전설을 현실적으로 해석한다는 기획은 괜찮다.
영화는 확실히 현실적이다. 아서왕 하면 떠오르는 마법 같은 모험은 없다. 예를 들어 엑스칼리버는 의미가 담겨 있기는 하지만 마법검은 아니다. 드래곤 같은 괴물도 없다. 대신 색슨족들이 괴물 같은 성정으로 나오기는 한다. 묘사가 삼류이긴 하나 현실성에 입각한 그 시도 자체는 좋게 봐줄 수 있다. 다만 현실성 뿐만 아니라 현대의 가치도 적용해서 전근대에서 현대적 자유와 평등을 논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했다. 결국 아서왕도 전근대적 군주인데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이 이상하다. 애민이면 모를까.
제작국이 영국과 아일랜드이고 아서왕 자체가 영국의 자존심이다. 그러다 보니 영화의 시선이 영국적이다. 성공회의 나라라서 그런지 가톨릭에 대한 시선이 적대적이고 로마에 대한 묘사도 좋지 않다.
엔딩을 아서가 건국을 선포하는 씬으로 장식하는데 내가 영국인이 아니라서 그게 어떤 느낌인지는 모르겠다는 것이 아쉽다. 그냥 멋있다는 인상만 전달된다. 저 건국을 단군이나 주몽으로 치환해도 큰 의미를 더듬기가 힘들다. 근데 감독인 앤트완 퓨콰가 미국 흑인이라 혈통적으로도 영국과 연이 없고 각본가인 프랜조니도 미국인이라 그 사람들도 큰 의미를 담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냥 멋으로 즐기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액션으로서의 기본 재미도 보장한다. 크게 화려하진 않지만 냉병기만의 묵직함과 철소리가 좋다. 갑옷 입고 말 타고 달리는 것은 낭만을 자극한다. 액션 사극 혹은 중세 기사 영화를 보는 이유를 잘 설명해 준다.
건국 신화 같은 전설을 현실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은 확실히 흥미로운 시도이다. 다른 나라나 문화권의 전설이나 신화도 이리 만들면 재밌을 것이다. 한국의 단군, 중국의 반고, 일본의 아마테라스같이 말이다. 드라마 주몽도 반응 괜찮았다고 하니 좋은 시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