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들의 귀신놀이)
해마다 진행되던 담력훈련.
중학교 교문 앞 조명 아래, 선생님이 앉아 있다.
웃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놀라 비명을 질러도 그 어떤 반응도 없다.
워낙 숙련된 선생님이라
그 앞을 지나던 사람들의 반응에도 그 어떤 미동도 없다.
그렇게 모든 행사가 끝나고 나면 밤에 한 담력 훈련이
제일 재미있어하고 인상에 남는다.
우리 숙소에서도 **‘아빠 귀신단’**이 결성됐다.
“올해 담력훈련은 우리가 책임진다!”
엄마, 아빠들도 어릴 적 추억에 준비하는 동안 흥분과 장난기로 가득하다.
밤이 찾아오자 아빠들은 하얀 소복을 입고
출발 전, 결의를 다지기 위해 맥주 한 캔씩 들이키며 외쳤다.
"파이팅! 아빠 귀신들 멋지다!”
엄마들은 준비팀이다.
아이들을 한 객실에 모으고
출발 전, 귀신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위층에서 인형이 ‘툭!’ 떨어지는 이벤트를 준비하는데.
그게 너무 과했다.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아이 몇 명은 울음을 터뜨렸다.
“나 안 갈래~!”
“귀신 싫어요!”
결국 아이들을 달래느라 출발이 예상보다 한참 늦어졌다.
드디어 담력훈련 시작!
한 줄로 손을 잡고 걷는 아이들 사이로 엄마들의 웃음이 새어 나온다.
순간, 가로등 밑에 숨어 있던 예지 아빠.
“꺄아악!”
소리 내며 튀어나오자 아이들이 '으악!' 비명을 지른다.
성공적이다!
다음 코스는 수풀 구역.
그곳은 우리 남편이 담당이다.
‘이번엔 또 어떤 연기를 보여줄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걸어가는데…
'어라?!'
수풀 속이 이상하게 조용하다.
우리가 지나가는데도 기척이 없다.
'지금쯤 나와야 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수풀을 지나치기 직전이고.
'아니, 도대체 어디 간 거야...?!'
초조하게 주변을 둘러보는데 인기척이 없다.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르니 이미 수풀 앞을 지나쳐 가버리고...
그때였다.
뒤에서 들려오는 굵은 소리.
“어흥!”
소리에 뒤돌아보는데...
남편이다!
가면을 쓴 남편이 아이들을 향해 덮치려는 찰나...
본인 몸도 못 가누고 옆으로 푹 쓰러진다.
딴에는 "어흥!" 소리는 계속 내는데...
에고고~! 소리까지 겹치며 못 일어난다.
그 모습에 아이들은.
" 어?! 사장 아저씨다!"
" 우리 아빠다!"
그 이후 아이들은 말 그대로 담력이 생겨버렸다.
다음 아빠들이 튀어나오면 일동 외친다!
"알아요, 아저씨!" " 안 무서워요!"
다음 귀신 코너에서는 아예.
"나와라! 귀신 나와라, 귀신!"
그날은 그렇게 아이들의 진짜 담력 훈련이 되었다. 에고고...
행사 후 남편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신랑왈:
기다리는데 오지는 않고 어느 새 출발 전 마신 맥주때문인지 스르르 잠이 오더란다.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는데 잠결에 아이들 소리는 들리고 놀라 일어나려는데...
장시간 쭈그려 앉아 있어 무릎이 아파서 못 일어나겠더라는 신랑,
그래도 딴에는 일어나려다 결국 넘어지고. (에효)
암튼 그날의 귀신놀이는 망했스.
다음번 담력 훈련에 신랑 빼!!
담력훈련에 투입되는 아빠들은 신나고
준비하는 엄마들도 셀레는 행사.
그러나 그해 여름은 신랑때문에 망쳤다.
그래서 오히려 더 기억나는 담력훈련,
아니 진짜 담력이 생겨버린 훈련이 되었다, 아이들에게는.
세월이 지나 돌이켜보면 그런 모든 날들이 행복이었다.
그날의 추억들이 모두의 가슴에 쌓이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