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수산상회

조기는 왜 이렇게 많이 사 와서;;



새벽 6시 출발!

수산 위판장으로 고고~


우리 숙소의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는 바로 수산 공동 위판장을 가는 것이다.

그날은 초등학생 11살 윤서도 새벽잠을 이기며 따라나섰다.

생선을 워낙 좋아하는 윤서네 가족은 종종 백화점에서 갈치를 산다고 한다.

경매도 구경하고.

맘에 드는 고기를 직접 중매인에게 부탁해

저렴하게 사는데.

남편이 수협 관련일을 했었기에 중매인들과의

친분으로 그런 부탁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날 손님들과 상의 끝에,
한 궤짝(24마리)에 28만 원 하는 갈치를 두 궤짝 사서 나누기로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옆에서 듣고 있던 윤서가 한마디 했다.


"음, 먹으려면 제대로 된 걸 먹어야지."


그 한마디에 모든 어른들이 흔쾌히.

.

"그래, 그래"

"네 말이 맞다, 맞아."


그리고는 한 궤짝 (9마리) 58만 원, 두 꿰짝을 매입해서 산장으로 올라왔다.



압도적인 갈치 사이즈!

저 정도 크기면 강남 백화점에서라면

한 마리에 족히 20만 원 이상 할거란다.


하긴, 육지에서 만나서 다행이지

바닷속에서 만났다면 당장 내가 도망갈 사이즈다.


어떤 손님은 갈치를 도마에 눕혀 토막을 내렸는데

눈동자가 자기를 보는 것 같더란다.


'정말 날 자를 거야?'

하는 눈빛으로. ㅎㅎ

그날 오전은 갈치 굽는 냄새로 정원이 고소했다.

맛은 말해 뭐 하겠는가?

갓 잡아온 갈치, 그것도 주먹만 한 두께의 고기를

바로 구워 먹으니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고 입에서 살살 녹는데

다시 생각만 해도 군침이... (쓰읍)


그렇게 종종 손님들과 수산 공동위판장을 가는데...




우리 숙소는 또 다른 특징들이 있다

그건 한 번 왔던 가족은 해년마다 다시 온다는 것.

그리고 괴짜 아빠들이 많다는 것.

그중 수산과 관련돼서 기억나는 아빠가 있으니!

아프리카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다인이 아빠다.


"오늘, 어디 다녀오셨어요?"


물어보면 다인이 아빠는

단 한번도 정확한 지명을 말한 적이 없다.


그저 빨리 돌아와 정원에서 다른 아빠들과 술을

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비가 오는 관계로 공동 위판장에

다 함께 가기로 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그러나 갈치를 먹고 싶은 열망들이 가득해

결국 남편과 다인 아빠만 공동 위판장에 가기로 하는데...


두 사람이 나서는 모습이 마치 어부인 아버지를 따라 나서는

미덥지 않은 아들의 뒷모습...;




두세 시간이 흘렀을까?

차가 들어오는 소리에 갈치를 기대하며 모두 정원으로 모였다.


'잉? 조기까지?!' 급기야 우려는 현실로...


갈치와 더불어 조기까지 사 온 남편과 다인 아빠.

조기가 엄청 싸더란다.

다인 아빠는 갈치보다는 싸다는 이유로 조기에

엄청 관심을 보이더니 결국

본인이 조기값을 지불하고 사더란다.


그렇게 갈치와 함께

산장에 온 조기 두 궤짝!



조기는 약 200마리.


산장은 새벽 도깨비 시장처럼

생선 가게가 열렸다.


테라스 테이블에 갈치와 조기가 가지런히 펼쳐지며

이미 공동 구매로 산 갈치를 분배,

남편은 갈치를 손질해 주고 봉투에 담아준다.

(숙박업인지 생선 가게인지 ㅋ)


갈치 분배가 끝나자

한 구석에 덩그러니 남은 조기.

각 집이 산다고 해도 10마리 즈음이니

조기 한 궤짝 반이 남게 된 것이다.


또 이미 다들 갈치를 맛보았는데

조기 그 까이껏이 눈에 들어오기나 하겠는가?


결국 다인 엄마의 잔소리를 한 바가지 듣게 된

다인 아빠!


"냉장고에 저 많은 걸 넣을 자리도 없고.

소금에 재여 놓는다고 해도 내일까지는

다 먹어야 되는데 어쩔거야!"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제일 곤혹스러운 사람은

다인 아빠다.

돈 쓰고,

구박 듣고,

처치 곤란에...

고민만 한 바가지 끌어안게 된 꼴인데.


결국 마트에서 숯 두 포대를 사서

정원에서 열심히 조기를 굽는 다인 아빠.

그리고는객실 문을 두들기며 이 집 저 집 구운

조기를 나누어 준다.


다음 날, 여행을 다녀온 뒤에도

홀로 숯불 연기 옴팡 뒤집어쓰며 정원에서 조기를

구워 이 집 저 집 다닌다.


'제발, 먹어주세요..

표정으로 ㅎ

구우면서 술안주로 조기 뜯는 것도 한두 번이고,


굽다 지쳐 잠시 자리에 앉을 낯이면 어디선가

들려오는 다인 엄마의 잔소리.

결국 다시 일어나 조기를 굽는 다인 아빠.


구우면서 먹고

술안주로도 먹고

이래 저래 열심히 조기를 뜯는 다인 아빠.


"갈치도 먹어요."


"네... 나중에요."


하면서 등 돌려 업무 처리하듯 조기를 뜯는다.ㅎㅎ


혼자서 거의 50마리 정도 뜯은 것 같다는 다인 아빠,

조기는 평생 못 잊을 듯하다.

하다 못해 조기 달아라!

그런 말에도 몸이 반응할 듯한 다인 아빠. ㅋㅋ



내 돈 내산 내 고생 다인 아빠.


다인 아빠의 그날의 헌신,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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