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화, 고사리 꺾으러 갔다가...
길을 잃다.

119 불러!

by 좌충우돌 산장일기

제주 봄의 제맛, 고사리


고, 사, 리

고사리는 구순 난 어르신도 벌떡 일어나게 만드는 신비의 생물체다.

고사리 꺾는 재미는 당구를 막 배울 때 심리와 같다고들 한다.

밤에 누우면 천장이 당구대로 보이듯,

고사리에 빠지면 천장이 전부 고사리밭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그런 무수한 말만 들었지

산장 주변이 다 고사리밭이어도 그동안 관심조차 없었는데..

어느 순간 고사리 꺾는 맛을 알게 되어

선배 언니랑 정신없이 꺾으러 다녔다.


“고사리 꺾으러 간 70대 여성 실종...

군·경 수색 끝에 8시간 만에 구조”


고사리철이 되면 어김없이 나오는 제주만의 특화된 뉴스.

그러나 그런 뉴스에 관심도 없었다.


오름, 산 입구마다 고사리 채취 시 안전 주의’ 현수막도 걸려 있어도

'뭐, 그게 내 일이겠어?' 하며 무관심하게 지나쳤다.

그러나 그런 뉴스 속 이야기가 우리 일이 될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참고로,
고사리 밭은
*‘며느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 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비밀스럽고 치열하다.


그런 고사리 밭 고급 정보를 우리는 아주 귀하게 얻었다.

그리고 선배 언니와 나는 그 누구에게도

고사리밭 간다는 말도 하지 않고 새벽녘에 조용히 출발하였다.

드디어 고사리밭 지근거리에 도착,

차에서 내려 골프장을 끼고 울퉁불퉁한 농로길을

따라 걸었다.


낮은 계곡을 지나 모퉁이를 돌자마자 펼쳐진 들판.

산이 아니라 들녘!

광활한 초원 위에 고사리밭이 끝도 없이 펼쳐졌다.

몇십 만 평쯤 되는 듯한 규모.


저 멀리 트랙터가 들판을 관리하고 있었고
발아래로는 푸른 바다,
뒤로는 오름과 한라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었다.

말 그대로 길을 잃을 일이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풍경.

우린 그렇게 등을 숙였고 고사리를 꺾기 시작하였다.


발 끝마다 고사리가 지천에 깔려 있으니

등을 숙인 채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게

꺾었다.


한참을 그렇게 꺾는데...

왠지 느낌이 스산하고 등골이 오싹한 기분이 들어, 손을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조심스레 드는데...


'두둥! '

내 눈앞에 웬 무덤이...?

'여긴 어디...?'


같이 간 선배 언니에게.


"언니, 우리가 무덤 앞을 지나왔었나?"

"아닌데... 왜 무덤이 있지...??"


그 순간 온몸에 한기가...!

누가 먼저랄 것도 값이 두 사람은 고사리를 챙기고 왔던 길로 나갔다.


그런나...!

분명 멀리 보이는 트랙터가 기준을 놓고 앞으로

가는데 결국 무덤 앞,

우리가 착각했나 싶어, 멀리 트랙터를 기준으로

다시 옆으로 돌아 입구로 갔다.

그런데 다시 무덤 앞!


'뭐지!'


저 멀리 트랙터도 보이고.

트랙터를 기준으로 다시 옆으로 돌았는데 다시 무덤 앞.


'아~!길을 모르겠다...'

순간, 선배 언니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며.

"우리 119 불러야 되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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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해서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언니,

나조차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것 같았는데...

'나까지 무너지면 안 돼!'

심호흡을 하며 맘을 가다듬는데 문득 내 뇌리를 스치는 아이디어!


"언니, 괜찮아!"

"무슨 방법 있어??"

"우리에게는, 네이버가 있어."

"네이버?"

"네이버에 현재 위치를 찾고 우리가 들어온 입구 즈음에 있는 골프장을 검색,

길 찾기로 나가면 돼. 도보로."


그러나 숲이라 그마저 녹록지 않았다.

그 순간 고라니 가족이 나타나는데!

고라니도 놀라 뛰고 우리도 놀라 뛰고.


혹여나 멧돼지가 나올까 싶어 되지도 않는 네이버 길 찾기만 다시 설정 또 설정.

이리저리 길을 찾다 어찌 어찌 들녘 입구를 찾았다.

입구 앞에 선 우리는 눈물의 안도를 쏟았다ㅠ,,ㅠ


그날 만약 119를 불렀다면 우리는 100% 방송 탔을 거다.
기삿거리가 많지 않은 제주 뉴스에서

할머니가 아닌 40대 여성 둘이 고사리 꺾다 길 잃었다 하면

신나서 방송 내 보냈을 것이다.

아마도...


그리고 그날. 늦은 오후.

길을 잃었던 들녘을 또 갔다.

누구와?

손님들과.


그게 바로 고사리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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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NO,

고사리의 마, 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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