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화, 민원 지옥...? (Not too bad)

가끔은 단호함이 필요해!

by 좌충우돌 산장일기

뭐, 생각하기 나름일 테지...


내가 숙박업을 한다고 하면 먼저 물어보는 게,

"사람들 상대하기 진짜 힘들지 않아요?"

또는 "진상 진짜 많죠?"


그러나 나는 딱히 그들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하지 못하였다.

인생 모토, 뭐 그런 건 딱히 없었지만

인생사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 숙소가 최신 건물과 수려한 정원,

최첨단 가전으로 풀세팅되어 있었다면

나의 내면의 오만함과 손님의 작은 무례함이 충돌하여

무수한 불꽃의 파편이 튀겼을 수도 있었겠지...


그러나 누가 봐도 중산간,

거기다 다시 농로길을 타고 들어와야 하는,

주변은 으슥한 검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었으며

거기다 낡아도 너무 낡은 산장인데 어디 당당함이 나오겠는가?


우리 산장에 와 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할 따름인데

그들의 민원에 내가 어떻게 토를 달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는 민원인이 있었으니...




때는 12월 초순.

중산간이라 확실히 춥긴 추웠다.

복층 6인실에 3대 가족이 10명이 머무는데.

(추가 요금은 받지 않는다)

숙박비도 암튼... 무지 저렴하였다.

여하튼 창문의 결로로 인해 물기가 엄청났다.

그래서 그 객실만 제습기 두대를 돌렸는데...


그 손님은 첫날부터 짐을 풀기 전부터

현관문이 닳도록 우리 관리동으로 오간다.


"사장님, 사장님...! 사장님.....!"


춥다, 이불 더 달라!

그럼 나는 이불을 몇 채 더 갖다 드리고

보일러도 최대한으로 돌렸다.


그리고 잠시 후 밥솥이 낡았다, 민원을 넣으면.

바로 빈 객실을 다니며 그중 제일 나은 밥솥을 찾아 교체하였다.


정원을 지나고 있으면 여지없이 또 나를 부른다.

그리고 민원을 얘기하면 나는 요구사항을 바로 처리했다.

이런 누추한 곳에 와 주신 것만으로 도 감사하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맞춰주는 것이었다.


그런 결과는 하루에도 열댓 번씩 나를 부르는 것이었다.


'아니, 저 손님들은 여행도 안 가나...?'


민원 넣기 위해 제주에 왔나 싶을 정도로 숙소에만 있는 손님들.



또 손님이 나를 부른다.

이번은 민원이 아니고 이곳에 대한 정보를 묻는 것이었다.


"그동안 여기에 손님이 없었나 보죠?"


"예...?? 그게..."


"땅거미가 졌어요."


"아~ 거미줄은 해가 지면 바로 지는 겁니다."


"공항이 왜 이렇게 먼가요?"


'아, 공항을 옮겨줄 수도 없고 이 민원은 조금... 쩝'




단호함이 필요해!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끝내 우려한 일이 벌어졌다!


"사장님, 저희 퇴실할게요."


"아... 네...... 에...."


어쩌겠는가?

사랑하는 연인 붙드는 것도 아니고...

가겠다는 손님을 붙들어 좋을 일도 없을 터이니 두말하지 않고

바로 입금액 그대로 전액 환불하여 주었다.


잠시 후, 퇴실하는 가족.

그나마 아이들은 정원에서 뛰어놀았던 게 좋았는지

가기 싫다고 투정 부리는 모습에 조금의 위안을 삼았다.


그리고 오후부터 나에게 한가와 여유가 말 그대로 다가왔다.


저녁이 되어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바로 아침에 퇴실한 그 손님이었다.


"저희가 머물었던 방, 그대로 있죠?"


"예?"


"지금 거기 다시 가려고요."


"아, 죄송합니다. 그 방에 다른 손님이 이미 입실하였습니다."


"그래요? 다른 객실도 있잖아요, 그 방 주세요."


"단체 손님들이라 전 객실 모두 만실입니다."


"아니 그게 말이 돼요! 바로 그렇게 찬다고요?!"


"그러게요,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아주 많이."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남편은 무슨 전화냐고 묻지만

얘기해 주면 뭐 하겠는가? 예민 맨들은 에고...

예민 맨 달래는 게, 아휴~ 더 힘들어.

그냥 나만 알고 잊지 뭐...



그래, 가끔은 이런 단호함이 필요해.


미리 깨달았다면 실패를 조금이라도 늦추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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