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마치 아쉬운 듯...

여보, 다시 입금하세요.

by 좌충우돌 산장일기

산장 뒤 풀밭에는 사진에서처럼 고라니 가족들이 뛰놀고

말들도 항상 있어 아이들에게는 자연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최상의 장소다.


그러나 당시 제주의 부동산 광풍이 막 불던 터라

우리 산장도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산장을 중심으로 주변 임야들이 조금씩 외지인에게 팔리기 시작하였다.


농로 끝, 언덕 위 검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던 이곳에.

우리가 산장을 맡고 주변 조명을 싹 바꾸고 여러 가지 노력했더니

정말 어느 순간, 영화 한 장면처럼 이곳에 아이들의 소리로 가득 찼다.


그랬더니 부동산 광고는 우리 숙소가 엄청 잘 되는 곳으로 포장.

그 주변땅들을 팔고 있었던 거다.

그 누구도 관심 없던 이곳을 말이다.


점점 땅 보러 오는 사람들의 차가 농로에서 자주 보이고

손을 뻗어 땅을 분석하는 특유의 자세를 하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목격되었다.

뭐 암튼... 쩝...

본인 돈 가지고 하는데 누가 뭐라 하겠는가만은...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읍내 출타 중이고

나름 정원 정리 좀 해 보겠다고 밖으로 나왔는데

멀리 낯선 사람들...!

땅을 분석하는 손짓과 차림새,

나의 시선에 박히듯 들어왔다.


그들이 보는 땅은 고라니와 말이 뛰노는 산장 뒤 편에 임야.


'저 땅은 우리가 노리는 땅인데...!'


지금의 산장은 4년 임대라 언젠가는 나가야 되고

여건이 된다면

저 땅을 잡아서 지금의 형태로 한 달 살기 숙박업을 더 하고 싶다는 나름 큰 포부.

땅도 평평하니 모양도 좋았고

딱 우리가 하기 좋은 모양새의 땅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평당 몇 만 원도 안 할 땅인데

갑자기 파악이 안 될 정도로 올라 버렸으니... 쩝.


일단 이것저것 따질 거 없이 그들 쪽으로 가 보았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중개업자 옆으로 슬쩍 서서

듣다가 몇 마디 쓰윽~ 던지며 나도 관심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매입 의사자들은 연락을 주겠다며 그 자리를 떠났고

중개업자는 바로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데.


나는 우리 정원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며 남편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다.


" 있는 돈 다 찾아와"

" 왜?"

" 옆 땅 나왔어!"

" 얼만데?"

" 몰라, 일단 가계약금이라도 넣게 있는 돈 다 찾아와"


그리고 남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를 끊고 중개업자와 대화를 나눴다.


요즘 땅값이 올라 정작 우리 같은 현지인들은 너무 힘드네... (어쩌고 저쩌고~)

그러면서 땅값을 은근슬쩍 물어보았는데.

약 1000평에 6억이 넘을 거라는 얘기!!


'6,..! 6억!!'


예전 같으면 몇천만 원도 안 할 땅인데...

그러나, 애써 웃어 보이며.


"하긴 뭐 요즘 시세가 다 그러죠. 호호호~"


그때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얼른 몸을 돌려 통화 버튼을 누르고.


" 어떻게 됐어?"

" 은행 CD기 앞이야."

" 잘했어."

" 근데, 다 찾아도 200인데 이걸로 가계약금이나 되겠어?"


'헉! 200...만...?!"


200은 구석진 땅 언저리도 못 붙여 볼 돈이다!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일단 다 찾아와."


그 와중에 중개업자는 땅 주인과 통화 중이다.


" 사장님, 지금 땅 매입하겠다는 사람 있어요. (사이)

아, 그래요? 아니 보지도 않고?! 어머 대단하네."


전화 끊고 아쉽다는 듯 나를 보는 중개업자.


"어젯밤에 누가 가계약 걸었고 금방 돈 완불했다네요,

육지 사람인데 땅 보지도 않고..."

"어머! 그래요?"


중개업자도 현지인이 사야 되는데 아쉬워하고

나 역시도 돈은 있는데 타이밍 놓쳐서 아쉬운 사람처럼 서로 덕담을 나누며 헤어졌다.

그리고 남편에게 바로 전화.


"200 다시 입금시켜요"

"왜?"

"땅, 팔려부렀스~"





검은 그림자...


일련의 이런 일들이 훗날 우리에게 닥칠 검은 그림자인지를

우리는, 그때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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