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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 특파원 Nov 06. 2024

북경의 명물, 자전거

북경시내와 왕푸징 탐험기

















북경, 이륜차의 도시


북경 자유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이륜차'를 꼽겠다. 전기 오토바이나 자전거 등 이동수단 이야기다.


특히 대륙 속 이륜차 전용도로의 존재가 인상 깊었다. 반도 촌놈에게는 '문화 쇼크' '컬처 충격' 그 잡채였다. 한국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광경이기도 했고, 대륙의 질서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생각해 본 계기였다.


북경 도심을 자전거 타고 자동차들이랑 나란히 내달릴 때 어떻느냐. 과거 우리 조상들이 말 타고 동물 사냥에 나서지 않았나. 그 고구려 고분 벽화에 그려진 생동감 있는 모습과 비슷할 것이다. 조상님들께 '이렇게 좋은 걸 당신들께서만 하셨다는 겁니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북경 사람들에게는 오토바이나 자전거 등의 이동수단 이용이 일상인 듯했다. 아마 북경 면적이 굉장히 넓기에 그럴듯하다. 한중21 보도에 따르면, 북경은 서울보다 27배 넓은 도시다. 도시 속 대중교통이 잘 구축돼 있다고 하더라도 땅덩어리 자체가 원체 넓다. 그러니 자전거로 구역을 '커버'치는 느낌이랄까.




사실, 본인 스스로 대륙 자전거여행에 이렇게 매료될 줄은 몰랐다. 그저 '해보고 싶다'가 아니라 '해야 한다'로 시작됐다고나 할까.


북경 자유여행 한답시고 도심 구석구석 '뚜벅이'하던 차. 땅덩이가 너무 넓어서 금방 지쳤다. 평소 익숙한 카카오맵 거리감각으로는 500m쯤 돼 보여서 걷기 시작하면, 고덕지도 거리로는 2km쯤 되는 거리였다.


그런데 여행 일정은 3박 4일. 내게 주어진 시간이 빠듯했다는 이야기다. 결국 본인은 산보를 계획했다가, 그걸 뜀박질로 틀었다가, 결국 '뛰걷뛰걷'으로 타협한다거나. 뭐 그랬다.


'아, 북경 뚜벅이는 무리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공유)자전거 타야 한다.'


여행 첫날, 숙소로 돌아와서 꼭 들었던 생각이다.


북경 도심을 돌아봤을 때, 노란색/파란색/민트색 등의 공유자전거가 3파전 벌이는 모양새였다. 각각 메이투안, 디디추싱, 알리페이 등 중국대륙 굴지의 플랫폼 기업들이 운영 중인 공유자전거였다.


노란색, 민트색 자전거는 중국 단기여행객이 빌릴 수 없었다. 메이투안과 디디추싱에 본인인증을 하려면 중국 핸드폰 번호가 있어야 했는데, 검색해 보니 6개월 이상 체류객이나 중국번호를 만들 수 있다고.


대신 알리페이가 운영하는 파란 자전거는 단기여행객도 탈 수 있었다. 알리페이 내 HelloBike(哈罗打车)라는 어플을 활용하면 됐다. 2024년 11월 기준으로는 'Hello(哈罗)'로 어플명이 간단해졌다.


다만, 언어 호환 문제는 여전한 듯했다. 알리페이 어플을 사용해 보면 영어 호환에 공들인 느낌을 받는데, 그 안에 있는 공유자전거 미니어플은 여전히 중국어로 돼 있다. 중국어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진땀이 나는 부분이었다고 할까.


자전거 이용경험은 연재하면서 줄줄이 나열하겠다. 북경여행 이틀 차부터 마지막 날까지 파란 자전거 타고 열심히 '바지런'했던지라...


참고로 중국은 공유자전거 대여비용이 거의 공공재 수준이다. 중국 어플 특유의 '팝업 마케팅'에 당해서 3박 4일 여행 와중에 7일짜리 자전거 여행권을 결제했는데, 화가 나지 않았다. 15위안(약 3000원 상당) 정도밖에 안 했기에... 하루종일 타더라도 2천원쯤 나올까? 싶다.


개인적으로 북경에서 자전거 안 타봤다면 여행 반절은 손해 본 것이라고 주장한다. 서강대학교 이욱연 교수도 자신의 저서 '홀로 중국을 걷다'에서 "베이징은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라며 "베이징에 오면 자전거를 많이 이용한다"고 밝혔다.


물론 여행사 가이드투어 등 일정이 정해져 있다면 어쩔 수 없겠다. 그러나 북경에서 자유일정 갖는다면 꼭 자전거 타보시길 추천한다. 천안문광장 등 뚜벅이로는 입장이 제한되지만 자전거로는 충분히 구경할 수 있는 곳들도 많고, 한국 사람들의 가슴을 상쾌하게(혹은 서늘하게) 할 북경의 공기는 덤이다.






왕푸징, 중국의 명동


서울 여행을 온 외국인이라면 으레 명동을 들른다. 광화문이라거나 광장시장, 남산타워와 마찬가지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너도 가도 나도 가는 전형적인 여행 코스다.


내가 왕푸징을 찾은 것도 비슷한 이유다. '중국의 명동'이라고 불린다기에 선뜻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명동, 한국스러움을 유지하면서도 외국인 친화적인 거리가 아닌가.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노점상 속에 영어 중국어 등 별의별 언어들이 쓰여 있다. 한국식 프랜차이즈 식당들과 함께 군데군데 외국식당들이 섞여 있는데, 나는 그 와중에 명동에서 가장 붐비던 식당이 BHC명동본점이라는 걸 목도하고 놀랐다.


이처럼, 나 또한 북경오리를 찾아(아마 북경 사람들이면 '굳이?' 할 법한) 왕푸징에 도착했다.


모두가 달을 쳐다보는 때에 굳이 손가락에 시선을 던지는 사람이고, 부의 대물림이 사회 문제 운운하는 와중에 가난의 대물림에 주목하는 청개구리지만, 그래도 중국여행 왔으니 천안문광장과 고궁(비록 '입뺀' 당했지만...), 왕푸징 등은 꼭 들러야 할 곳이라 판단했다.




왕푸징 앞 거리에 도착했다. 짙은 녹색 군복차림의 중국 군인 두 명이 눈에 띄었다. 한 골목을 두고 게임NPC마냥 정해진 보폭에 맞춰서 왔다 갔다 순찰하는 모습이었다.


북경 속 중국 군인들. 처음 봤을 때는 좀 위축됐다. 특히 한국은 군부 쿠데타라는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지 않나. 군복 입은 군인들이 도심 치안단속에 나선다는 건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일 거다.


왕푸징 쪽으로 향하며 슬쩍 군인들 얼굴을 봤다. 그런데 마스크 속 얼굴이 상당히 앳돼 보였다. 또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있지만, 자기네들끼리 정면에 시선 고정한 채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겉으로 봤을 때는 로봇처럼 걸어다녀 무서웠는데, 문득 이 군인들도 고작 20대에 불과한(것으로 추정되는) 젊은이들이라는 걸 절감한 순간이었다. 22개월 동안 군복 입었던 젊은 날, 아니 지금도 젊다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과거 내 자신을 투영해 보면서.


왕푸징 거리로 들어가니 확실히 번화가스러웠다. 가장 높은 건물로 보였던 시계탑을 중심으로 쇼핑거리가 쭉 늘어져 있었다. 중국 가게들이 쭉 늘어져 있는 가운데, 맥도날드라거나 KFC, 아디다스 등이 군데군데 자리 잡은 것도 눈길을 끌었다.


다만 한국 명동과 달랐던 건 이곳에 보였던 대부분이 중국인들이었다는 사실. 특히 서구/동남아스러운 외양의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외국인이 거의 안 보였는데 어쩌다 중국의 명동으로 알려진 건지 여행객으로서 약간 의문이었다. 다녀온 사람으로서는 '중국의 신촌' 정도가 왕푸징에 좀 더 와닿는 표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다음번에 중국을 찾을 때는 왕징을 가보겠다고 생각하며.


북경오리는, 결국 못 먹었다. 이곳에 북경오리 맛집이 있다고 해서 온 건 사실. 그러나 혼자 왔고 언어소통이 어려워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왕푸징 내 맥도날드(...)에서 저녁 끼니를 해결했다. 돌이켜보면 부산여행 가서 동대문엽기떡볶이 먹은 모양새인데, 아무튼 북경 맥도날드도 입에 잘 맞았다.


왕푸징에서 기억에 남는 건 중국 아주머니들의 광장춤 사열이었다. 중국 진풍경 중 하나가 '광장무'라는 건 책을 통해 알고 갔다. 그래도 실물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2021년 시사in 보도에 따르면, 광장무란 1990년대 널리 퍼진 중국문화 중 하나다. 당시 중국 정부가 국유기업 구조조정을 하면서 중년여성들이 대부분 실직했는데, 그 어려운 시간을 버티기 위해 광장에 함께 모여 춤을 췄다는 것.


요즘 젊은 중국사람들은 해당 문화가 소음을 유발한다는 등의 이유로 호의적이지 않다고. 그러나 중국 중년에게는 광장무가 아픔의 시간을 견딘 기억이고, 이에 따라 이 문화가 이제까지 이어졌다는 설명도.


개인적으로는 '남들 피해 안 주면서 저들도 행복해 보이니 좋아보인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집단의식 확인하고 친목 도모하겠다는데, 얼마나 바람직한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비합법적인 향락에 빠져 사는 것보다 백 배 천 배 나음은 물론이다.


왕푸징에서 북경 오리는 못 먹었지만, 애주가로서 중국 술에 대해서는 타협할 수 없었다. 그래서 눈에 띄는 기념품점에 들어갔다. 자금성 모양 술, 황금용 모양 술... 번쩍번쩍한 한 것들이 본인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음 같아서는 황금색 용 모양 술을 질러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가격표를 보니 700위안.... 빈곤한 뚜벅이 여행가로서는 눈이 튀어나올 만한 가격이었다. 대신 180위안 상당의 '황금자금성 술'로 타협했다.


중국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왕푸징 가서 덤터기 썼느냐'며 혀를 끌끌 차긴 했는데, 정작 본인은 3박 4일간 만족스러웠으니 개의치 않았... 은 척했다.


나중에 숙소 돌아와서 자금성 술 한 잔 하면서 첫날 여행일지를 기록했다. 근데 스트레이트 한 다섯 잔쯤? 먹고 뻗어버렸다;;;


덕분에 이튿날 기상해서 술 취한 채 쓴 여행일지 보느라 고역이었다. 혼란스러운 기억의 편린을 모아 그 내용들을 수정보완했다. 일지 마지막에는 '중국 사람들은 이런 걸 마신다고?'라는 술 이야기를 덧붙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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