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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살 앞 30날」30

30. 01 / 집중하는 1월을 기대하며

by 구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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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해져야지. 활기차게. 나만의 커리어를 어떻게 쌓을지. 더 고민해야지. 고민하고 실행해야지. 실행해서 조금씩, 조금씩 더디더라도 더 나아가야지.


밥벌이도 해야지. 큰돈은 못 벌더라도. 나 혼자 입에 풀칠은 계속 잘해야지. 민폐 끼치지 말아야지.

힘내자. 기운 내자. 나를 생각해주는 좋은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주려면 내가 바로 서야 한다.’

2020년 1월에 썼던 글이다. 어떻게 살아야할 지가 고민이었다.


사실, 2020년은 실험과도 같았다. 이제까지 살면서 지녔던 사고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며 지냈더라면 그렇게 1년을 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안정성이 없는 일이면 시도하지 않는다거나, 일단 당장의 경제적 이유로 어떤 일에 뛰어들거나. 그러지 않았다. 최대한 조급해하지 않으려고 했다. 나에게 고민할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주고 싶었다.


2020년 1월의 나에게는 시간이 더 중요했다. (돈은 물론 늘 중요하지만) 시간은 많이 드는데,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과는 영 맞지 않으면서 경제적 보상도 적은 일은 하지 않았다. 반대로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과 맥락이 맞으면, 돈을 적게 받더라도 했다. 그 일을 통해서 그 방향의 사람들이나 기회들과 계속 연결되고 싶었다. 그 작은 접촉점이 어떻게 끝없이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그 시기에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내가 고민할 수 있는 깊이와 방향이 달라질 수 있었다. 그 시기가 지나면 아무 의미가 없었다. 바로 그때여야만 했다. ‘나중에’는 있을 수 없었다. ‘나중에’ 내가 다른 회사에 갈 수도 있고, 그때엔 참여하고 싶어도 못 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나갈 수 있는 모임이면 어떻게든 나갔고, 시도해보려고 했다. 돌아보자면.. 주3일 정도 두 군데의 책방에서 일을 했고, 1주일에 한 번씩 글쓰기 모임과 독서모임을 갔다. 주 2~3회 요가를 다녔다. 그리고 1월 말 설 전에는 팟캐스트 첫 녹음을 했다. <아랫집윗집 여자, 리뷰합니다>.

생각해보면, 올해에 하고 싶은 것 또한 제일 처음에 인용한 글의 맥락과 그대로인 것 같다. 커리어적인 측면에서 점점 더 다른 이들의 인정을 받고, 성과를 내고, 그게 꾸준한 경제적 보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그러려면 시간을 잘 써야 한다. 중요한 걸 하기 위해서는 중요치 않은 것들엔 시간을 적게 들여야 한다.


지금 내게, 중요한 일은 내가 하고자 하는, 하고 싶은 일이면서도 돈을 받는 일.


글을 쓰는 것과 관련해서 계약을 한 건이 두 건이 있고, 1월엔 그와 관련한 원고들을 써내야 한다. 1년 전에 일했던 책방들에서 일을 하지 않고, 참여했던 모임이 끝났지만, 그 책방에서의 인연으로 인해 나에게 새로운 일거리가 주어진 덕분이다. 모임에서 썼던 글이 준비 중인 책의 시작점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연결된 인연들과 일들에 모두 감사하면서, 이제는 조금 더 나아가야 할 때. 계속 실험만 할 수는 없다.

2021년에는, 2020년 실험의 결과물들을 모으고, 더 집중해보면서 단단하게 나아가야 한다. 지난해엔 어디로 집중해야 할지 몰라, 산만했다. 그래서 어떠한 분명한 목표 없이 1월을 보냈다. 그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이번엔 그러고 싶지 않다.


그렇기에 2021년 1월은 책상에 앉아서 작업하는 시간을 많이 확보하며 지낼 예정이다. 그러기에 가장 좋은 장소는 도서관이었는데... 원래 2020년 1월 중순까지는 개인 시간이 날 땐, 틈틈이 도서관을 다녔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나타나기 전이었기에. 도서관에 노트북을 가지고 가서 작업하는 걸 무척이나 좋아했고, 그 시간을 사랑했다. 코로나로 인해 도서관이 열리지 않으면서, 작업일 잘 되는 카페에 주 2~3일은 다녔다. 그러나 그마저도...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이후로 현재 6주째 카페는 못 가고 있다. 한없이 아쉬운 지점이지만 상황이 이러한 걸 어쩌겠나.


집에서 최대한 작업모드로 열심히 해내 보자, 다짐해본다. 책임감을 지니고! 12월 내내 매일매일, 집에서 ‘앞뒤로 30날’ 글쓰기도 해냈으니까. 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해본다.





구보라


보고 듣고 씁니다.

32살 앞 30날 글쓰기를 시작했던 12월 1일로부터 한 달이 훌쩍 흘러 이제 이 시리즈의 마지막 글이네요.

30날 글쓰기를 하며 느낀 점들은, 곧 에필로그 글을 통해서 한 번 더 정리해볼 생각입니다.

그동안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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