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책 한번 써봅시다 - 예비작가를 위한 책 쓰기의 모든 것>
<책 한번 써봅시다 - 예비작가를 위한 책 쓰기의 모든 것>은 책을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 마음을 더 단단하게 다지도록 해준다. 쓰고싶은 마음도 북돋아주고, 실질적인 글쓰기 조언까지도 듬뿍 아끼지 않고 들려주는 책. 이런 책은 혼자만 알고 싶다가도, 더 널리널리 알려야하지 않을까? 싶어진다. 그래서 이번에 리뷰해본다. (정말 이 브런치 매거진에 오랜만에 올리죠...)
막연히 ‘책을 쓰세요! 책 쓰는 건 좋은 거예요!’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정확하게 현실을 마주보게 한다. 이런 책을 쓸 수 있는 건, 그가 책을 많이 쓴 작가이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장강명 작가는 11년 동안 동아일보에서 기자로 일했고, 장편소설 표백이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인 소설가로 일하기 시작했다. 여러 편의 장편소설, 에세이, 논픽션을 썼다. 장강명 작가는 언제나 좋아하는 작가 top5에 있었는데, 특히 요즘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다. (이 책은 지난해 11월 18일에 나왔는데, 나오자마자 거의 바로 샀다. 장강명 작가의 글은 언제든 읽고 싶으니까. 특히 나는 그의 에세이를 무척 좋아한다.)
제목에서도 느껴지겠지만, 책 쓰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이다. 장강명 작가는 책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꿈꾼다. 그래서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글을 쓰고, 그리고 그 글을 책으로 내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 책은 작가의 말이나 프롤로그 에필로그가 없다. 바로 본문으로 들어간다.
처음 글 제목이 <책 쓰기는 혁명이다! - 책이 중심에 있는 사회>다.
그는 히키타 사토시 작가가 쓴 <즐거운 자전거 생활>을 행복한 마음으로 읽었다고 한다. 자전거를 사랑하는 사람이, 자전거가 중심이 되는 사회에 대해서 이야기한 걸 보면서 저절로 책이 중심이 되는 사회가 떠올랐다고 한다.
‘미래는 저절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미래는 우리가 선택하고 만드는 것이다. ‘자전거가 중심이 되는 사회’를 바라고 준비한다면 그런 미래가 온다. 쉽지는 않겠지만.’(11)
나는 이런 문장들이 참 좋다. 단호하다. 긍정적이다. 무턱대고 긍정적인 게 아니라, 명확하게 긍정적인 이 느낌.
이어서 그는 자신이 왜 책을 쓰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라는지 말한다.
‘모든 책에 다 길고 깊고 복잡한 사유가 담겨 있지는 않다. 그러나 현재 그런 사유를 다른 사람에게 제대로 전할 수 있는 유일한 매체는 책이다. (16)’
‘자전거 중심 사회를 이루려면 먼저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아져야 하고, 책 중심 사회를 이루려면 저자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믿기에. 바다를 메우겠다며 조약돌을 던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이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내가 아는 몇 가지 사소한 팁을 소개하고 싶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책을 한 권 이상 출간한 사람이 전체 인구의 10퍼센트가 된다고 한다. 이 나라의 인구는 32만 명쯤 된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정보를 TV보다 책으로 얻기를 좋아하고, 그래서 아이슬란드 경제위기에 대한 으회의 특별조사위원회 보고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이 보고서는 2000쪽이 넘는 벽돌책인데도.
우리라고 못 할 것 없지 않은가.
많은 분들이 책을 쓰는 즐거움과 감동을 느끼고, 책 쓰기가 우리 사회에 아주 이롭다는 것을 알아준다면 정말로 좋겠다.’
아이슬란드의 사례가 참 신기했다. 세상에 이런 나라도 존재하다니. 우리나라도 가능할까? 장강명 작가처럼 조약돌을 계속 던지는 사람이 생긴다면, 언젠가는? 그의 이런 부추김이 너무나 감사하고도 고맙고 멋지다. 나도 언젠간 이렇게 부추기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책의 구성을 설명하자면
1장~8장은 작가가 되고 책을 쓴다는 것에 대해서, 9장~21장은 에세이와 소설, 그리고 논픽션 쓰는 법, 22장~24장은 퇴고와 투고 요령, 첫 책 이후의 이야기를 담았다.
부록도 6개나 있다. (정말 알찬 책이다!) 칼럼 쓰기와 소재 찾기, 저자란 무엇인가 등이 들어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글은 두번째 챕터. ‘한 주제로 200자 원고지 600장을 쓰라 – 작가가 된다는 것, 책을 쓴다는 것’이었다.
‘산문작가를 꿈꾸는 분들게 내가 제안하는 목표는 ‘한 주제로 200자 원고지 600매 쓰기’다. 200자 원고지 600매는 얇은 단행본 한 권을 만드는 데 필요한 분량이다.’
‘다시 말해 ‘작가’가 아니라 ‘저자’를 목표로 삼으라는 게 내 조언이다. 저자를 목표로 삼으면 무엇을 연습할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게 된다.’
‘작가의 일에는 주변을 둘러보고 무엇을 쓸지 고민하는 것이 포함된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실용서든 마찬가지다. 이런 기획력 역시 훈련해서 길러야 한다. 반응하는 글(때로 배설하는 글)과 기획하는 글은 다르다. 그 차이를 느껴봐야 한다. 에세이 열아홉 편의 글감은 있는데 추가로 써야 하는 한 편의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속을 썩이는 경험을 해봐야 한다.’ (23)
‘책을 쓰는 과정은 사람의 사고를 성장시킨다. 페이스북에 올릴 게시물을 쓰는 일과 책 집필은 다르다. 한 주제에 대해 긴 글을 쓰려면 집중력과 인내력이 필요하고, 다방면에서 검토해야 할 사항들이 생긴다. 저자가 되려는 사람은 자신이 말하려는 주제를 종합적으로 살피게 되며, 자기가 던지려는 메시지에 대해 다른 사람이 어떻게 비판할지를 예상하고, 그에 대한 재반박을 준비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처음의 주장이나 자기 자신 역시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다. 작가가 된다는 것은 그런 성장과 변화를 의미한다.’ (27)
‘다 유용하고 참고 사항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너무 세부적이고 사소하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 시장과 마케팅 환경도 격변하고 있어서 이미 유효기간이 지나저립 조언도 있고, 너무 상식적이어서 별 도움이 안 되는 말도 섞여 있다. 자전거 타기를 가르쳐주겠다면서 연습하기 좋은 공원의 조건을 열거하는 모습을 보는 기분이랄까. 자전거는 적당히 평평하고 사람 적은 가까운 공터에 가서 연습하면 된다.
나는 이 책에서 ‘하나의 테마로 200자 원고지 600매를 쓰는 일’에 대해 집중하려 한다. 그게 훨씬 더 본질적인 문제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면 출력 원고를 스프링으로 제본하느냐 끈으로 묶느냐, 출판사에 어떤 제목으로 기획안을 보내느냐는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왜 유독 책을 쓰는 일에 대해서는 “그거 써서 뭐 하려고?”하고 스스로 묻고 “내가 그런다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을까?”라며 자기검열에 빠지는 걸까. 그냥 내가 좋아서 쓴다는 이유로는 부족한 걸까. 책 쓰기의 목적이 나 자신이어서는 안 되는 걸까.’ (48)
책도 책 나름이다. 그저 단상들만을 모아둔 책은 헐겁게 느껴진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이 챕터의 내용들이 공감이 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단순히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책을 쓰는 ‘저자’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말도. 나에겐 커다란 자극이 되었다. 뱉어내는 글이 아니라, 관찰하고 기획하는 글. 책 한 권에 들어갈 분량을 채워나가는 그 경험을 해보라는 것.
안그래도 요즘 그렇게 글을 써야하는 시기였는데, 그래선지 더 크게 와닿았다. 이렇게 많은 글을 한 책에 넣어보는 경험을 이제껏 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어렵고, 어렵게 느껴졌다. 그러나 장강명 작가가 ‘성장과 변화 없이 쓴 책은 책이 아니다’라고 말한 문장을 보면서, 지금 이 시기를 성장과 변화의 시기로 보내자고 굳게 마음 먹어본다.
이 책의 마지막 문단이 뭉클했다. 그래서 인용하면서 글을 마쳐본다. (부록이 나오기 전).
‘여기까지 책 한 권 분량의 이런저런 조언을 읽으셨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리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한 번 더 강조하지만 책 쓰기는 쓰는 사람의 삶을 충만하게 해주고,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바꿀 수 있습니다. 진심으로 건필을 빕니다.’ (256)
감사합니다. 장강명 작가님. 작가님의 글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든 저에게 커다란 자극과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건필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