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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보라 Jul 02. 2023

슬픈 밤을 보내며

한 달 전인 6월 1일 밤. 이 시간엔 2시간째 전화 중이었다. 창원 내려가는 KTX 안에서.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듣고 심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었고, 얼굴 보고 이야기하고 싶은데 내려가는 기차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애원하며 전화를 붙잡고 있는 것뿐이었다.


한 달 전 그때를 생각하자니 너무 고통스럽다. 다음날 재택으로 일을 해야하는데 먹은 걸 다 게워내고 먹은 것도 없는데 계속, 그랬다. 잠도 1시간 자서 졸리고 몸 컨디션이 최악이었다.


퇴근하고나니 몸도 힘든데 슬픔도 몰려와서 괴로웠다. 어쩔 도리가 없이 주체하기 어려웠다.


오빠는 계속 이별을 생각했다해도 나는 지금 이렇게 처음 들었다, 받아들일 수가 없다, 헤어지고 싶지 않아.


이별하지 않도록, 나도 뭐라도 할 시간과 기회를 달라고 말하고 또 말했다. 애원이라는 표현도 가볍도록 말했다.


내게 주어진 건 시간을 갖는 것. 일주일의 시간.


현충일 다음날까지 창원에 있었는데, 모처럼 쉬려고 간 창원에서 고통스럽게 있었다. 어느 누구든, 누군가와 헤어지려고 해도 꼭 얼굴 보고 말을 하면 좋겠다. 다른 지역에 있을 때 하면 그 시간은 형벌처럼 느껴진다.


일주일의 시간 가짐. 만남. 다시 부딪침. 2주 동안 연락하지 않는 시간을 갖는 기간 동안 나는 희망을 놓지 못 하고 피가 마르는 시간을 보냈고, 상대방은 인연의 끈을 놓는 쪽으로 결론을 지었다. 희망고문같은 시간이었다.


결국엔 지난주 일요일에 만나서 헤어졌다.


그러고도 실감은 나지 않았다.


한 주 동안 괜찮은 때도 있었다. 아니 좀 괜찮긴 했다. 헤어졌다, 헤어졌다, 되뇌이고 받아들이기. 그리고 일도 바쁘고 회식도 있었고...


또다른 상황상 월요일부터 친구네에 5박 6일을 머물렀는데 그 덕분에 마음이 덜 무너져내린 것 같다. 서로 바쁜 와중에 그래도 밥 같이 먹거나 잠들기 전 잠시 얘기하고. 그렇게 5일을 보냈는데.


쉬는 토요일. 이제는 제대로 실감이 되어서 마음이 다시 내려앉았다.


같이 찍은 사진들을 보면.. 너무 즐겁고 웃는 우리가 보여서 아프다.


 '우리가 왜 헤어져야하지?' 생각한다.


헤어지자고 하니까 헤어져야지.



"오빠, 내 이야기로 글 쓰지마. 나를 글감 소재로 쓰지 않으면 좋겠어"

"쓰면 허락 받아야지"


헤어지는 날, 이런 말도 했다.


나보고 헤어지자고 한 사람이, 이별이나 추억하는 글 이런 걸 "나"와의 이야기를 쓸까봐. 글을 쓰는 사람이니까.


나는, 나는...  쓴다. 이별을 처음 통보 받고 한 달이 지나서 이제 헤어짐을 받아들이려 쓴다.


미련을 가지지 않기 위해 쓴다.


글이 꽤 길지만 삶에서 겪은 걸 다 쓰지는 못 하니. 이정도가 요약한 나의 상황과 마음.


나는..  이렇게 안 쓰고는 터져버릴 것 같다. 정말 오랜만에 쓰는 긴 글이다.


속이 많이, 많이, 상한다.


사랑하는 마음이 여전하고 가득할 때 헤어지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다.


목요일에는 잠들기 전 비활성화를 했다가 오늘인 토요일밤에는 다시 풀었다.


이 글을 쓰고 올리고 이제 잔다. 한 달 전 이날엔 슬픔과 스트레스로 심장이 쿵쿵대서 내내 잠 못 들고 아침 7시가 되어서 잠들었다. 오늘은 평범히 잤으면 좋겠다.



이 글을 이별이 한두 번도 아니고 유난 떠네 하는 이도 있을까. 30대 중반, 이제는 헤어짐없는 만남을 기대하며 마음과 주고픈 사랑을 많이 주고 나눴다. 연애 이후에 대해 의견 차가 있어도 그럼에도 계속 만나고 싶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함께하자 얘기했다. 이제는 그런 말들은 아무 의미가 없다. 헤어지자는 말로 모든 건 끝이 난다. 괴로운 이 시간을 어떻게든 잘 보내는 보겠지만. 이 에너지로 관계를 회복하는 데 쓰면 좋을텐데, 이런 미련이 계속 생겼었다. 이젠 아니다. 받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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