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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보라 Nov 18. 2023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책의 세계로 오기까지

내 인생의 책 - 2023년 3월 15일 제출한 글  

2023년 3월 15일. 회사에 지원할 때 이력서, 자기소개와 함께 '내 인생의 책'을 주제로 에세이를 제출했어야 했다. '인생의 책'을 한 권만 이야기하기가 참 어려워서 어떤 글을 써야할 지 며칠을 고민했다. 그러다가 내가 글을 쓰고 다른 사람들에게 내보일 때에 큰 영향을 주었던 은유 작가의 <글쓰기의 최전선>으로 쓰기 시작했다. 쓰고 고치고 쓰고 고치며 지난 내 몇 년 동안을 계속 떠올렸다. 그때 제출한 글을 브런치에도 올려본다. 




사는 게 버거웠다. ‘내 인생의 책’을 떠올리며 지금의 ‘나’라는 사람이 되기까지 큰 전환점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보니, 이 문장이 첫 문장이 됐다. 사는 게 얼마나 버거운지, 쓰지 못하던 내가, 삶의 어느 시점마다, 글을 쓸 용기를 주는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쓰기 시작했다.  물론, 그동안 내 생각을 손으로 쓰는 일기장이나 나만 보는 한글 파일에 글을 썼다. 공유하고 싶으면서도 공유할 용기는 없었다.      


스물여섯이었던 2015년 가을, 은유 작가의 <글쓰기의 최전선>(메멘토, 2015)을 읽었다. 당시 엄마는 암이 재발해서 치료받는 중이었고, 나는 마음이 많이 조급하고 힘들었다. 힘듦을 주위에 나누지 않았다. 대신 일기를 쓰고, 뭐든 봤다. 어릴 때부터 삶이 버거울 때는 일기를 쓰고, 책을 읽고, 락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라디오를 들었던 것처럼.       


그럼에도 내가 직접 내 삶에 대해 쓰고, 심지어 공개적인 글로 쓸 생각은.. ‘감히’ 하지 못하며 살아왔다. 글을 쓰면 그 글로 내 인생이 판단될까 봐, 동정만 살까 봐. 무엇보다도 ‘글을 써서 삶을 드러냈는데도 공감이나 이해를 받지 못할까 봐.’ 그런데 <글쓰기의 최전선>을 읽고 용기를 얻었다. ‘나의 절실함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쓸 수 있는 글은 나만 쓸 수 있다고 생각하면 또 기운이 난다. 글을 써야 하는 이유다.’ 이런 문장들을 보며 차곡차곡 힘을 얻었다. 이후로 조금씩 더 내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은유 작가의 수업도 들었다.      


2018년, 김민섭 작가의 <대리 사회>(와이즈베리, 2016)를 봤다. 자신이 속했던 대학이라는 사회를 적나라하게 적어낸 그 르포를 읽고 또 힘을 얻었다. 나도 회사를 그만두면, 내가 겪은 부당함을 적어내야지, 생각했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잘 기록했다. 글을 쓰며 현실을 더 바라볼 수 있었다. 벗어날 용기를 얻었다.      


스물여덟 살이었고, 직장인 3년 차였던 2018년 3월. 엄마는 아프고, 어려운 집안 형편, 대출 이자, 엄마를 생각하면 회사를 그만둘 수가 없는데, 이해할 수 없게 억압적이었던 편집국장은 계속해서 나를 갈구었다. 버티려고 글을 썼다. 혼자서 쓰기도 했지만 그때부터 김민섭 작가가 진행하는 온라인 글쓰기 수업, 책방 이후북스에서 진행한 글쓰기 워크숍에 참여하며 에세이를 쓰고, 다른 이들이 읽고 공감하고 피드백해주는 경험을 쌓아나갔다. 일단 계속 함께 썼다. 


글을 쓰기 시작하고 삶이 달라졌다. 2019년 6월, 엄마가 돌아가셨고, 마음을 추스르던 차에, 1년 전부터 같이 글 쓰던 동료들이, 그동안 썼던 글로 독립출판을 하자고 제안해줘서 용기내어 책을 냈다. 책을 직접 입고하러 다니다가, 입고했던 서점 중 한 군데인 독립책방 가가77페이지에서 2년 동안 일했다. 독립 출판의 세계를 알게 되니, 책을 만드는 일도 더 잘 알 수 있었고, PD저널 동기와 함께 콘텐츠를 비평하는 독립 매거진을 창간했다. 만든 책과 매거진을 직접 파는 북페어도 3년 동안 많이 참가하며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끝없이 만났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들고 책방에서 일하다 보니, 책을 추천하는 자신감도 생겨서 책에 대해 이야기 하는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만들기까지 했다. 그리고 1년간 독서 플랫폼에서 일했다.      


이제는 또 다른 세계인 OO에서 책과 사람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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