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는 차분히 한 해를 회고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2023년을 회고했다.
지난주 수요일(12월 21일)에 창원에 온 이후로 3일 정도 제외하고는 매일 몇 시간씩 카페에서 2023년도를 회고했다. 노션에 2023년 회고하는 페이지도 만들어서 계속해서 내용을 채워넣었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메모도 적는 편이다.)
2023년 회고하는 템플릿(출처 : 김규림님 블로그) 키워드를 채워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는 시간이 좀 걸렸는데, 다 적어보았다.
사실 이 회고 전에, 엄청 중요한 회고 시간이 있었다. 바로 12월 17일의 회고 시간.
12월 초부터 약속을 해 둔 회고 모임이었다. 12월 17일에 소민님과 만나서 같이 회고하기로 했다. (3일부터 독감과 장염 두 번을 앓으면서도 17일 전엔 낫겠지, 나아야할텐데! 했는데 15일부터 회복해서 모임에 갈 수 있었다!) 소민님이 만든 회고 키트로 월별로 회고 키워드를 적어보는데, 폰 캘린더와 폰 사진첩 등을 살펴보면서 1년을 훑었다.
1년을 살펴보다보니 2023년 1월부터 시작하는데, 마치 10년 전처럼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이때는 그나마 괜찮았네? 라거나 와, 이 시기는 어떻게 버텼을까, 아하 이러한 것들로 버틸 수 있었구나,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비슷한 상황이 오면 요렇게 보내는 게 현명하겠다 등등 이런 생각을 자연스럽게 했다.
“쉽지는 않은데, 하게 되네요!” 회고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소민님이 보라님은 자신의 올해에 몇 점을 주냐고 물었다. 순간이지만 정말 고민이 됐다. 왜냐하면 올해에 내가 겪은 상황들은 높은 점수를 전혀 줄 수 없고.... 그러나 그걸 받아들이고 견뎌낸 나 자신에겐 꽤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두 가지로 구분해서 점수를 내보았다.
2023년 구보라가 겪은 상황 : 30점
2023년 구보라가 상황을 겪어낸 태도 : 90점
이 이야기를 하자 소민님이 “보라님은 정말 마음이 건강한 것 같아요!”라고 피드백을 해주었다. 이 말을 그전에도 한두 번 내게 해주었는데, 정말 마음에 많이 남는 말이다.
8월에 전통주 모임 이후로 못 보았던 다예님도 생각나서 연락했는데, 이날 와서 셋이서도 회고하기 시작했다. 셋이서 서로의 2023년에 대해서 한 달씩 돌아가며 공유했다. 둘이서 4월까지 하다가 5월부터 다예님과 했는데, 셋이서 하는 회고도 따스하고 무척 좋았다.
이날 1시쯤 자리가 파했고, 카톡방에 남긴 나의 카톡이다.
“저는 어제 회고 하기 전까지는 올해를 되돌아보는 게, 잘 할 수 있을지, 조금은 걱정이 되었었는데(마음 아플까봐...ㅎㅎ) 직면하면서 회고하고 기록하고 같이 말하며 나누고 여러분이 들어주시고 하니까 더 2023을 잘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소민님 회고 키트도 짱짱!”
그때의 회고 작업 시간이 있었기에 그나마 이 올해의 템플릿 키워드를 6일 정도만에 완성한 것 같다. 안 그랬으면 좀더 시간이 걸렸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