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보라 Jun 06. 2024

가시밭길에서 한 번, 스스로 벗어나보는 것

2018년 3월, 여전히 회사로 인해 스트레스 받았을 때 쓴 글 

2018년 3월 12일에 쓴 글 


“살다보면 내 주위의 모든 문제가 다 클리어하게 해결이 되고, 나는 이제 해피해도 되겠다는 순간은 절대로 오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 희망 주는 사람, 나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살면서 배워야 할 거는 가시밭길일 때도 웃을 수 있는 방법, 진흙탕길인데 친구랑 막 뛰굴떼굴하면서 재밌게 갈 수 있는 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중략) 포기하면 편하잖아요. 그냥 뚫고 갑시다”     


마음이 힘들었던 2017년 10월, 라디오 <고스트네이션>에서 했던 ‘신해철’의 말을 들으며 ‘그래 어떤 시기든 어떤 마음가짐으로 보내는 게 중요하다. 뚫고 가자’고 스스로에게 되뇌었었다. 신해철은 내가 가장 좋아하던 DJ였다.      


그때 나는 ‘최근 한 달 넘게 회사일로 힘들었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래도 9월 11일 엄마의 정기검진 결과 수치가 나아져서 좋았다. 엄마도 기분이 좋았고, 나도 기분이 좋았고. 엄청난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이런 결과들이 계속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일상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든다’고 써두었었다. 


엄마가 유방암 진단을 받았던 2011년 이후로 나는 엄마만 건강하면(지금 정도의 건강이라도 유지한다면), 다른 일들은 힘들지 않다견딜 수 있다는 마음으로 지내오고 있었다

     

2016년 10월, 치료받던 약에 내성이 생겨 엄마의 상황이 좀 안 좋아졌었다. 엄마 일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것 같은데, 회사는 상사가 한 달 넘게 공석, 나라까지 ‘국정농단’으로 혼란 그 자체였다. 우습지만 이같은 일은 정확히 10개월 뒤였던 지난해 10월 똑같이 일어났다. 문제가 생겨도 땜질하듯이 지나가고, 근본적으로 시스템이 바뀌지 않아서였다. 그래서 힘들 때 신해철의 저 말을 되뇌이며 힘을 냈었다. 그래 언제든 가시밭길일테지만, 일단 뚫고 가자,며 버텨왔다.      


그로부터 또 5개월 가량 지난 지금. 내 생각엔, 신해철의 ‘그냥 뚫고 가라’는 게 참고 지내라는 건 아닌 것 같다. 그걸 깨닫고 있다. 가시밭길, 진흙탕길을 일단 한 번 벗어나보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안 벗어난 채 그대로 있으면 찔리고 몸에 흙만 계속 묻는다. 언젠가 다시 그 길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걸 유념하고 있는 건 중요한 삶의 태도지만, 그럼에도 벗어나 보는 것,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음 속에 되뇌어본다. 내가 사랑하는 엄마도, 내가 그러고 있길 바라고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지난해 10월 마음이 너무 힘들 때 읽었던 김민섭 작가의 <대리사회>의 한 구절이다. 마지막 문장에서는 소름까지 끼쳤다. 이제는 괴물에게 잡혀먹지 않아야지, 정말 그러고 싶다. 그리고 생각하는 주체로서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지.       


"스스로 한 발 물러서서 타인의 눈으로 자신의 공간을 바라보는 일은 절대로 패배가 아니다. 오히려 괴물에 잡아먹히지 않은 주체들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행위다. 그러고 나면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행동과 말은 통제되더라도 사유하는 주체로서 존재할 수 있다. 그것을 아주 어렵게 배웠다. 그 후로도 몇 번 더 OO대학교에 갔다. 대학은 여전히 괴물처럼, 자신을 그 공간의 주체라고 믿는 이들을 조용히 감싸고 있었다. 나는 이제 웃으면서 일어나 버스에 오른다. 밀려나고서야 물러서는 법을 배운 부족한 한 인간은, 다시 타인의 운전석에 앉을 준비를 한다. 이제 다시는 괴물에 잡아먹히지 않을 것이다."(p.77)



현재 코멘트 

: 읽다보면 되게 비장한 마음이 느껴진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엄마도, 내가 그러고 있길 바라고 있으니까.' 이 내용이 마음이 좀 찡하다. 


어제 심리 상담에서 엄마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선생님께서, 엄마가 내 곁에는 없지만, 그럼에도 어디선가 지켜보시면서 내가 잘 되길 바라고 계실 거라는 말을 하니까 눈물이 났었다. 종교가 없더라도 그렇게 하늘에서 나륿 바라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거라고도 하셨다. 그러게... 내가 그 마음을 안 지니고 있었던 것 같다. 엄마가 세상을 떠났어도 나의 엄마이고, 내가 잘 살아가길 바라고 계실 거라는 그 마음. 혼자서 그저 덩그러니 있는 것 같이 살았던 것 같다. (아빠가 계시지만 마음으로 크게 의지를 하지 않아서...) 





작가의 이전글 기분 좋은 얘기와 안 좋은 얘기를 함께 쓴 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