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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보라 Jun 11. 2024

재미있게 봤지만 허무한 결말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초능력이라는 재밌는 소재, 우연에 기댄 결말 

   


*드라마를 다 보고나서 쓴 글입니다. 드라마 설정에 대한 설명보다는 결말 보고 나서 감상이 담겨 있어요.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장르: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휴먼, 성장, 가족, 범죄

방송 기간 : 2024년 5월 4일~ 2024년 6월 9일

방송 횟수 : 12부작     

제작사 : 글앤그림미디어, 드라마하우스 스튜디오, SLL

채널 : JTBC 

연출 : 조현탁

극본 : 주화미 (드라마 <어서와>, <내성적인 보스>, <연애 말고 결혼>, <연애를 기대해> 등을 집필)

기획의도 : 당신을 구해줄게요/ 남다른 능력을 지녔지만 아무도 구하지 못했던 남자가 마침내 운명의 그녀를 구해내는 판타지 로맨스.


12화를 봤는데, 그게 최종화였다. 최종화인 줄 모르고 보다가, 12화 초중반 즈음 뭔가 일이 마무리 되는 건가 싶고 더 이어질 서사가 없는 것 같아서 검색해보니... 마지막화구나... 하며 봤다.      

결말이... 어떤 이들은 아름답다고 하는데, 나는 상당히 허무했다.      


복귀주는 결국 화재 현장에서 실종이 되어버리고 (시체가 없음) 그 이후 일상 장면이 나온다. 도다해가 복귀주의 아기를 낳았는지 4살-5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랑 함께 있다.      


그때 알게 되는 사실이, 아이가 과거에서 뭔가를 가져올 수 있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공을 가져왔길래, 어디서 가져왔어? 했더니 “어제”)      


“아빠도 데려와줄 수 있어?”     


그리고 문으로 가는 도다해. 그 뒤로 나타난 복귀주. 아들과 손을 잡고 있다.      

와우!     

너무 우연으로 끝나는 결말. 놀랍고도 놀라웠다.      

그러고는 바로 끝난다.      


이어지는 질문.      


두 사람 사이에 아기가 생기지 않아서 낳지 않았다면? 

아기가 소환술 말고 다른 초능력이었다면?

     

그리고 이렇게, 아들의 소환술로 다시 데려올 수 있는 거면 왜 그렇게 복귀주가 과거의 도다해를 구하러 가려고 힘든 결심을 하고, 또 그걸 도다해가 막고 가족들이 막고 그런 온갖 에피소드가 생성된 것인지... 물론 이렇게 자식의 초능력으로 소환될 줄은 몰랐겠지만.      


드라마의 초반부에서는 막 엄청나게, 큰 대서사시가 펼쳐질 것처럼 계속해서 세계관을 설명하고 보여주고 어두침침한 분위기로 이어졌었다. 주인공이 도다해인데, 사기꾼이라서 도저히 이입이 되지 않았고 복귀주가 굳이 도다해와 친해져야하는 이유랄까 그게 잘 납득이 되지는 않았었다.     


그럼에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궁금해서 거의 매주 안 놓치고 봤었다. 그리고 남는 감상은 허무함.     


이 드라마를 보면서 생겼던 질문들을 조금 더 적어보면. 


초능력이 왜 이들 가족에게만 주어지는지?

이들의 초능력은 어떤 이유로 주어졌을까?

너무 소소히 자신들의 개인적인 안위만을 위해서만 쓰인 건 아닌지?     


그리고 만약 귀주가 계속해서 그 화재 현장으로 가는 게 부모님 중 한 분을 구하는 거였다면 조금은 더 납득이 되었을 것 같다. 그런데 소방관 선배. 물론 존경하고 좋아하는 선배였을 수는 있다. 그런데 드라마상 귀주는 신입이었어서 실제로 그 선배랑 같이 일을 한 기간이 그리 길지도 않았을텐데... 드라마 <눈이 부시게> 초반부 장면에서 슬펐던 건 주인공이 아버지의 사고를 막기 위해서 계속해서 시간을 돌리고 돌리고 또 돌렸기 때문이었다. 그 절절함이 전해졌었다... 그에 비해 이 드라마 속 귀주가, 자신의 삶도 돌보지 못 할 정도로 힘들게 사건에 매몰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도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게 삶이다. 현재 자신의 가족까지 내팽개치는 것처럼 방치하며 살아갈 정도인가 싶었다. 그러다가 결국 이나의 엄마까지 차 사고로 잃고, 우울증까지...  나만 이런 생각을 한 걸까?  

    

복씨 집안의 초능력들이, 꼭 언제나 사회적으로 쓰여지길 바란다는 건 아니다. 진짜 그러면 히어로물... 뻔해질 수 있고 재미도 없어지겠지. 다만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도 쓰여지는 그런 지점이, 정말 조금이라도 있었더라면.. 이들에게 초능력이 주어진 이유도 조금은 더 납득도 되고, 흥미롭게 봤을 것 같다. 


그리고 결말도 조금만 더 개연성을 넣어주었더라면... 어땠을까. 복귀주의 아들이,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도 소환해올 수 있는 거면 복이나의 엄마도 데려올 수 있고, 이 세상의 죽은 사람들을 다 데려올 수 있는 것 아닌가? 근데 또 그렇게 되면 세계가 붕괴되는 걸텐데. 세계관을 이해하기에 설명이 부족하다.    


이 드라마의 대본집이 나올까? 나온다면 좀더 자세한 기획의도나 인물 소개 글을 통해서 의문이 해소될 수 있을 것 같다. 


+ 요즘은 드라마 보고나서 왓챠피디아를 꼭 들어가서 보곤 하는데, 사람들마다 의견이 참 다양해서 놀랍다. 이 드라마에 대해서도 어떤 이는 인생작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나처럼 좀 아쉽다고도 하고... 


+ 대체적으로 드라마가 뭔가 많이 어두운 음악 느낌이랄까. 어둡지만 내적으로 조금은 흥을 돋우는 음악이 아니라, 어두워서 가만히 가라앉는 느낌. 일상을 살아가면서 그래도 산뜻함도 느껴보고 좀 웃기도 하고, 몰입도 하고 설레고 이러고 싶어서 드라마를 보는 건데....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조금 헤아려준다면, 조금만 톤 업! 해도 좋지 않았을까. 음악이 좋았다고들 하는데, 그 음악이 엔딩 때 나오면 엔딩만 좀 산뜻한 느낌이었다. 내내 축축 처지다가 마지막에 반짝. <멜로가 체질>도 밝은데 어둡고 슬픈 톤도 당연히 있다. <나의 해방 일지>도 대체로 차분하긴한데.. 이 드라마의 어두움과는 좀 다르다. 이걸 제대로 글로 설명할 수 있어야겠구나. 


+ 복만흠을 연기한 고두심이 조금 어색한 느낌이 들었고, 그의 남편 역할인 배우분은 지금 <졸업>에서 남주 아버지로 나오는, 안판석 감독 사단 배우라서 반갑기도 했다. 


+ 이 글에서는 아쉬운 점에 대해서 적었는데, 재밌었던 포인트에 대해서도 적어본다면 다시 또 글을 올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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