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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보라 Jun 14. 2020

6월 둘째주, 요즘의 나를 둘러싼 책

- 읽은 책, 읽을 책, 읽어야할 책, 산 책, 추천받은 책

읽은 책

     

▪ <읽는 개 좋아>(구달이후진프레스, 2019)      


구달 작가의 팬이다. 독립출판을 처음 접했을 무렵인, 2015년 언리미티드에디션에서 산 책도 구달 작가의 책이었다. <일개미 자서전>. 그 책이 어찌나 재밌던지 이후에 나온 <한 달의 길이>도 냉큼 샀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기성 출판사에서 새로 나온 <일개미 자서전>도 사서 소중히 소장 중이다.      


그런데 지난해에 나왔던 <읽는 개 좋아>는 그렇게 사질 않았다. 퍼블리셔스테이블에서든, 책방에서든, 살 수 있었음에도...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동물을 키운 적도 없고, 동물을 너무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나마 요 몇 년 전부터는 불광천을 걸을 때 보이는 개들을 귀엽고 사랑스럽게 쳐다보고 있다. 예전에 만났던 사람이 개를 무지하게 귀여워했는데, 같이 걷다보면 늘 개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쳐다보고 귀엽단 말을 많이 했었다. 좋아하는 사람의 시선과 마음이 내게 자연스럽게 전해졌다. 그래선지, 그 이후로는 나도 음, 개가 제법 귀엽구만?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이정도의 생각을 지닌 사람이었으니, ‘개의 시선’에서 세상이 어떻게 보일지, 어떤 불편함이 있을지 생각을 해본 적도 별로 없긴 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시선을 조금은 지닐 수 있게 됐다.      


 ‘인류는 사랑하지만 인간 하나하나는 싫어한다는 말을, 도스토옙스키 소설에서 읽은 이후로 나는 입에 달고 살았다. 

 그랬던 내가 책 바깥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주변에서 살아 움직이는 다양한 존재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빌보를 무릎에 안고 있으면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그렇게 된다. 살아있다는 건 이렇게 나처럼 따뜻하고 묵직한 거라고6킬로그램 빌보가 온몸으로 내게 알려주니까.’ (p.79)     


 ‘엄마 아빠와 함께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며 산책을 즐기는 빌보를 발견하는 순간은 일상의 작은 기쁨이다. 이름을 달리 부르는 것만으로 어떤 개의 인생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p.143)      


티끌님과 함께 진행 중인 ‘독서 펜팔’(서로의 책장에서 책을 빌려 읽고 편지를 쓰기) 덕분에 이제야 읽게 됐다. 조만간 구입해야지. 그리고 다음에 작가님을 실제로 뵐 일이 있다면 사인을 받고 싶다. (너무 좋아하는 작가인데...실제로 뵌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한 달 동안최근에 산 책 (5월 11일부터 6월 14일까지     


▪ [선물용] <나의 비정규 노동담>(강민선, 임시제본소, 2019), <재인재욱재훈>(정세랑, 은행나무, 2015) @gaga77page 

5월 24일 구입. 좋아하는 의림언니의 생일을 뒤늦게 알았다. 그냥, 기프티콘을 보내도 되지만, 뭔가, 책을 선물하고 싶어졌다. 언니가 어떤 책을 읽을 지 고민고민했다. 물론 그 고민의 선택지에는 일단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 있었고. (읽지 않은 책을 선물하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언니도 여러 가지 일을 많이 해본 경험이 있으니, <나의 비정규 노동담>을 재밌게 읽지 않을까? 생각했다. <재인, 재욱, 재훈>은 경쾌하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얇은 소설이니까 함께! 우체국에 가서 책을 보내는 건 다소 번거로운 일이긴 했지만, 택배를 받은 언니로부터 고맙다는 연락을 받았을 땐 기분이 정말 좋았다.      


▪[처음 가 본 책방에서] 박연준 <아버지는 나를 처제하고 불렀다>(문학동네, 2012) @살롱드북

6월 2일 구입. 서울대입구쪽에서 약속이 있었다. 저녁을 먹고 2차를 가는 길에 살롱드북을 갔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처음 가 본 곳. 아늑하게 잘 꾸며져있었다. 어떤 책을 살지 고민했다. 매대에 있는 독립출판 책들은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그리고 독립출판 책... 일하는 곳에 더 많으니까... 충분히 구경하고 읽고 사려면 그곳에서 사도 된다. 다른 책들을 골라봐야지, 생각하다가 시집이 눈에 띄었다. 박연준 작가가 장석주 작가와 함께 쓴 에세이집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나서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를 집어 들었다. 표지 색도 이쁘고 박연준 작가의 시가 어떨지 궁금해졌다.     


함께 책방을 사람에게도 책을 선물했다. 무얼 선물할지 고민했는데... 살롱드북 가장 잘 보이는 매대 자리에 페이지스 1집과 2집이 있었다. 그 책들은 gaga77page의 출판사인 77page에서 낸 책이다. 1집의 주제는 ‘사랑한 후에’이고 단편소설집이다. 2집의 주제는 ‘나를 채운 어떤 것’이고 에세이 모음이다. 같이 간 분은 둘 중에 고민하다가 <페이지스 1집 -사랑한 후에>(77페이지, 2019)를 선택했다. 재밌게 읽으면 좋겠다.      


▪ 정세랑 <시선으로부터>(문학동네, 2020) @gaga77page 

인스타그램에서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 예약 판매 글을 보고 신청했다. (당연히, 일하고 있는 책방 gaga77page에서). 지난주 일요일에 책을 받았는데, 책방에서 일할 때는 펼쳐보지 않았다. 그러다 퇴근하는 길에 지하철 안에서 읽었다. 사인의 글귀부터 뭉클했다.      


‘존재하는 사람들과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의 길고 아름다운 대화가 소설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우리의 대화에서 발생하게 될 기포가 수면에 다다르는 것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2020 여름에 정세랑'

      

그리고 앞부분을 매우 조금 읽었다. (상수역에서 증산역까지는 너무 금방이라서...) 그 조금을 읽는데도 ‘역시 좋은 소설’이란 생각을 했다.      



▪ <이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재수심플라이프, 2020)  @별별그림 

6월 8일 구입. 별별그림 인스타그램에 5월 14일 이 책 추천글이 올라왔다.      


‘작가님이 지금의 아내분을 만나 그 소소한 일상을 그림으로 (너무 귀여워ㅠㅠ) 표현한 힐링 에세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거 같은데.. 보는 내내 정말 부러..운 게 아니라 이 따뜻함과 일상의 소중함에 저도 모르게 큰 힐링을 받고 마음이 너무 따뜻해 졌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나의 세계가 확장되고, 변화되어 이전과는 다른 나를 마주할 때. 그것이야말고 더없는 축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살며시 하게 되며.’     


이 글이 너무 좋았다! 특히 두 번째 문단이. 별별그림 가면 이 책을 사야지~ 생각했었는데 결국 이날 샀다. (사놓고 아직 안 읽었지만... 일단 사두어서 기분이 좋다)      


[책 소개] 50만 팔로워 마음을 사로잡은 재수 작가 4년만의 신작!

미공개 글과 그림 300여 점 담은 화제의 에세이. 평범한 일상에서 찾아낸 행복의 순간들

우리 모두의 놓칠 뻔한, 빛나는 순간들.      


▪ <나를 지켜준 편지> (김수우김민정열맨하나, 2019) @별별그림

이 책 또한 별별그림에서 6월 8일 구입. 별별그림 사장님이랑 이야기하다가, 티끌님이랑 독서 펜팔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사장님이 그와 비슷한 책이 생각난다며 일어나서 책장을 둘러보았다. (이날 대화하면서 몇 번을 계속 일어나셨다. 이야기하다보면 이 책, 저 책이 술술... 역시 책방 주인!) 그리고 건네준 책이 바로 이 책 <나를 지켜준 편지>였다. 


지난해 초에 나온 책인데, 이제껏 어디서도 한 번도 못 본 책이었다. 그래서 신기했다. 이렇게 나의 책 추천 알고리즘에서는 한 번도 뜨지 않았던 책을, 직접적으로 추천받아서 알게된다는 것이. 이 책 또한 아직 읽지 않았으나, 매우 좋을 것 같다.       


[책소개] <나를 지켜준 편지>는 「백년어」 창간호(2009년 가을)부터 35호(2018년 가을)까지 부산의 50대 시인 김수우와 서울의 20대 청년 김민정이 주고받은 따뜻한 기록이다. 파도 같은 삶의 고비, 시대 문제, 지구 저편의 아이들, 책, 글쓰기, 용기 그리고 사랑에 대한 소통이기도 하다. 30년의 세대 차, 물리적 거리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두 여성은 치열하게 고민하고 글 쓰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10년의 편지는 서로가 성장하고 단단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읽어야할 책      


▪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김지수봄날의 책, 2020)     

다음주(6월 17일) 팟캐스트 보끌보끌에서 이야기 나눌 책이다. (책 이야기 없고, 책 산 이야기만 한 문단임) 다음주는 티끌님이 고른 책으로 이야기하는 시간인데, 이 책으로 정해진 뒤에 바로 알라딘 중고 온라인으로 구입했다. 요즘은 또 도서관에 가서 책 빌리기도 좀 쉽지 않다보니... (빌릴 수 있더라도 가기 귀찮은 것일수도..) 아니면 일하는 책방에서 주문해서 샀을텐데, 생각보다 이 책 가격이 15,000원을 넘길래 중고로 한 번 사보았다. 알라딘 중고서점에 있었다면 직접 사러 갔을텐데. 이렇게 개인에게서 구입한 적은 처음이다. 금요일 오전에 주문했는데 책이 도착한 건 이번주 수요일 아침. 5일만에 왔다. 그런데 택배를 너무 오래 기다리는 건 신경이 쓰인다는 걸 깨달았고... 다음부터는 그냥 직접 책방에서 책을 살 생각이다.      

오늘(14일) 드디어 처음 펼쳐보았다. 작가의 말을 읽고나서 목차를 펼쳐본 다음, 내가 원하는 사람을 찾았다. 그 사람의 인터뷰를 먼저 읽고 싶었다. 김형석 교수의 인터뷰를 읽고 있다. 포스트잇을 이미 20개 가까이 붙인 것 같다.      


읽으려 했으나 읽지 못 한 책     


▪ <좋아하는 마음이 우릴 구할 거야>(정지혜휴머니스트, 2020)

5월 중순, 찬경님에게서 빌린 책. 그리고 책을 빌린 상태에서, 참여 중인 독서모임에서 이 책을 읽기로 정해져서 기쁘기도 했다. 그 모임이 어제였는데.. (빌라선샤인 ‘독서없는 독서모임’). 모임 전까지 한 번도 펼쳐보지 않았다. 않았다고 하기엔, 음.. 아무튼 펼쳐보지 못 했었다. 쉽게 펼쳐지지 않았던 이유는? 좋아하는 가수는 있지만 좋아하는 아이돌은 없고... 내가 좋아하는 책도 지금 읽을 시간이 없다. 결국 시간 부족! 언젠가 읽을 책이라면 읽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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