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영영 볼 수 없겠지만>(도티끌, 2020)
이번에도 편지가 담긴 책에 대해 글을 쓴다. 올해 7월에 나온 <스무편지- 우리는 영영 볼 수 없겠지만>.
제목에서 느껴지겠지만, 도티끌 작가가 영영 볼 수 없는 사람들에게 쓴 편지들이다. 그러나 단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제까지 작가가 살면서 한 번쯤은 직접 봤던 사람들에게 쓰여졌다. 총 스무 명에게.
스무 명은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일 수가 없다. 굉장히 다양하다. 초등학생 시절 친구, 그 친구 중에서도 친했던 친구, 나를 괴롭혔던 친구, 괴롭힘을 당하는데 내가 방관했던 친구, 그리고 감사한 교수님, 함께 20대를 보냈는데 지금은 연락이 닿지 않는 친구. 그렇게 큰 교류도 없었는데 문득 생각나는 사람까지.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나를 스쳤던 수많은 사람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19번째 편지 ‘희영에게’를 읽으면 마음이 아스라해진다. 같은 회사를 다녔고, 가까운 동네에 살아서 친했던 친구. 그러나 둘다 퇴사를 하고 다른 길을 걸어가면서 어느 순간, 연락이 끊어져 버린 친구가 바로 ‘희영’이다. 희영은 시험을 준비했는데, 그래선지 잘 만나지도 못 하다가, 그러다가.... 어느 날 도티끌 작가의 연락을 일방적으로 받지 않는다.
-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자기 자리에서 한 단계씩 올라가며 성장하고 있는데, 자기는 아직 아무것도 이룬 게 없어서 그게 자꾸만 비교된다는 거지. 자격지심이 심해진다고. 악의 없이 온 연락에도 괜히 심통이 난다고 하더라고. (135)
- 이렇다 할 사건도 없이, 작별의 인사도 없이, 우리 관계는 그렇게 끝나버렸어. (136)
정말이지 이렇다 할 사건도 없이, 싸운 것도 아닌데 끝나 버리는 관계. 내게도 이런 사람이 한 명 떠오른다. 대학 때 매우 친하게 지냈던 동기 언니. 언니는 나를 참 잘 챙겨주었고, 나는 언니가 좋았다. 그런데 졸업할 무렵이었나, 언니와 연락이 뜸하게 되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아예 안 되었다. 마지막으로 본 건 도서관. 우연히 마주친 언니와 안부를 주고 받았고, 다음에 또 보자고 했는데, 그게 끝이었다. 나에게 뭔가 서운한 감정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나는 끝내 알 수 없고, 언니를 잃어버렸다. 아쉽고도 아쉽다. 정말 이제는 영영 볼 수 없는 걸까.
이밖에도 인상 깊은 편지들이 많다. 그 편지들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또 글을 써 볼 생각이다. 지금 같은 가을에, 읽기 딱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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