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21 / 2020년 10월 21일
10월 20일
<We See> 매거진이 나온 지 거의 두 달이 지났다. 그리고 10월 21일은 매거진 첫 북토크! 10번째 글의 제시어가 ‘21’이니 올해의 10월 21일에 대해서 써본다.
걱정했다. 이 매거진은 우리의 첫 매거진이니까, 아무래도 인지도 낮고, 북토크 신청하는 사람도 별로 없으면 어쩌지?. 그러나 다행히도 60%의 지인들 그리고 감사하게도 40% 정도 비율로 모르는 분들이 텀블벅에서 북토크를 신청해주셨다. 참가자가 지인만 100%였더라도 충분히 긴장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모르는 이름까지 발견하니, ‘이 분들은 우리 두 사람의 어떤 이야기를 기대하며 오는 걸까?’라는 생각도 들고, 조금 더 긴장이 됐다.
북토크 전날, 공동편집장인 혜승씨와 둘이서 북토크 준비를 시작했다. 그전엔 어떤 말을 할지 대략적인 느낌만 가지고 있었지만, 그날 혜승씨의 집에서 7시에 만나서 북토크를 준비했다. [매거진 창간기]가 주제였기 때문에, 우선 그동안 우리가 무엇을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결과가 나왔는지... 알아야만 했다. 미리미리 자료 정리를 잘 해두었다면 참 좋았겠지만! 매거진을 만드는 데에 급급해서, 제대로 정리는 해두지 못 했다. 다만, 둘이서 회의할 때엔 구글 문서에 적어두고 날짜와 그날 해야할 일들을 적어두었기에 그 자료들이 모여있는 구글 드라이브를 2월의 기록부터 차례차례 살펴보았다. 주고받았던 엄청난 양의 카톡 대화방도 찾아가면서 지난 8개월 정도의 여정을 마주 앉아서 복기했다.
당장 내일이 북토크니까, 감상에 빠질 여유도 별로 없었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바쁜 와중에도 감상에도 빠졌다.
‘와! 우리가 이때 이렇게 했었네요?’(감격함)
‘생각보다 더 늦게 이걸 했나봐요. 그래도 되게 잘 했다 그쵸?’(셀프 칭찬)
기획을 시작한 2월부터, 수업을 들은 4월, 디자인 고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7월... 그 기록들을 적어나가니 감회가 새로웠다. 일정들을 PPT와 북토크 대본에 적어가면서, 이렇게 우리들의 작업을 돌아보기 위해서라도 북토크는 필요하구나, 라고 생각했다.
다급했지만, 웃음은 끊이지 않았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함께하는 사람이랑 계속 웃을 수 있다면? 그 과정 자체로도 어느 정도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북토크를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 즐거웠기에, 만약 그 다음날 북토크 때 사람이 아무도 안 온다거나, 망쳤을지라도 우리에겐 남는 게 컸을 것이다. (너무 극단적인 ‘만약에’)
준비하면서 수다를 떨다보니 11시가 넘었다. 이쯤이면 집에 가야하지 않을까? 하며 지하철 노선도를 봤는데 10분 뒤가 막차였다. 오? 지하철역까지 가는 데 10분인데! 놀라서 지도를 다시 검색했고, 일단은 신촌까지 가는 지하철을 탈 수 있단 걸 알았다. 그래 거기까지만 가면... 괜찮아... 갑자기 회의는 종료되었고, 다행히도 10월 정도까지 정리가 되었기에, 우리는 이 정도면 다 준비됐죠! 하며 헤어졌다.
2. 10월 21일
북토크를 한 21일은... 오전부터 내 몸을 챙기기 위해 노력했다. 그동안은 챙길 짬조차 나지 않았는데, 그나마 그날은 저녁에 있을 북토크로 서점 근무도 빼두었기에 시간이 났다. 오랜만에 내 몸 챙기기.
10월 내내 미뤄두었던 한의원에 드디어 갔다! 10월부터 몸 상태가 영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정한 어떤 곳이 아팠다면 특정 병원을 갔을텐데, 그렇다기보다는 전체적으로 안 좋았다. 자고 일어나도 피곤한 경우야 많았지만, 피곤을 뛰어넘는 그 어떤 아픔! 북토크가 있던 전 주 월요일에는 그 상태가 너무 심했다. 거의 가만히 누워만 있었는데 체력이 회복되지 않았었다. (물론, 누워서도 매거진 해야할 일들을 했고... ) 깨어 있어도 늘 멍한 그 느낌. 어느 순간,
‘이러다가 건강이 확 나빠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아무 의미가 없지. 내가 건강해야, 계속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건데... 조금 정신이 없었다는 이유로, 삶의 우선 순위에서 잠시 ‘나’, ‘나의 건강’을 뒤로 미뤄두었음을 깨달았다. 한의원 선생님도 걱정스럽게 쳐다봤다. 요즘 무슨 일을 하느라 바쁜 건지, 잠은 잘 자는지, 운동은 하는지... “잠을 잘 못 자요. 3시간쯤 자다가 새벽에 깨서 2-3시간 일해요. 그러다 점심 전에 다시 또 자요.”, “운동은 아예 못 해요.”, “밥은 그나마 챙겨먹으려고 해요..,” 대답하며 내 생활 패턴이 엉망이었단 걸 다시 깨달았다.
상담이 끝나고, 침 치료를 받기 위해 침대에 누워있는, 그 순간이 좋다. 그렇게 누울 때 그나마 쉬는 기분이 든다. 손에 침이 꽂혀있으면, 잠시나마 폰을 안 보고, 일 연락을 하지 않으니까. 다음에도 또 오겠다고 말하며 한의원을 나왔다.
북토크 하는 장소인 페이보릿엔 미리 도착했다. 긴장한 상황에서, 7시 무렵부터 신청해주신 분들, 초대한 분들이 하나둘씩 도착했다. 더 긴장도 되고, 아는 얼굴을 발견하면 마음이 든든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모두 다 도착해서 북토크는 7시 반, 정시에 시작했다. 떨렸다. 그날 북토크 직전에 노트북에 메모해둔 글 ‘떨지 말자. 떨지 말자.’
북토크에 와주신 분들의 소개도 듣고, 북토크를 시작했다. 다행히도 둘이서 준비한 대로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간이 금세 흘렀다. 1시간 30분을 훌쩍 지나 끝났다. 생각보다도 무사히, 북토크를 끝마쳤다. 북토크에 대한 기록을 해둔 게 없다. 아마 그다음날도 북토크였기에 적어둘 여유는 없었나보다. 다행히도 영상은 남아있다. 거의 두 달 전의 모습. 역시나 많이 피곤해보이지만, 그래도 북토크의 설렘이 느껴진다.
북토크가 끝나고, 몇몇이 남아 페이보릿에서 뒷풀이를 했다. 북토크에 이어 다양한 대화들이 오고 갔다. 북토크 땐 매거진 창간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었다면 이땐 결혼과 비혼이라는 매거진 내용에 대해서도. 우리가 만든 매거진이 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니 너무 좋았다. 그러고 싶어서 만든 매거진이었으니까. 조만간 영상을 보면서, 10월 21일을 다시 한 번 더 떠올려봐야겠다.
*<We See>는 콘텐츠 큐레이션 매거진입니다.
소개글 : 수많은 콘텐츠를 듣고 보는 시대에, 매거진 <We See>는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세상을 바라봅니다. <We See>에서는 매호 한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의 삶과 맞닿아있는, 또 고민하고 있는 질문에 대해 함께 답하며 콘텐츠를 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습니다.
매거진 <We See>에서는 매호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생각을 나눠보려고 합니다. 질문과 연결되는 드라마, 팟캐스트, 영화, 책 등 다양한 콘텐츠도 소개합니다.
매거진 <We See> 창간호의 주제는 “당신도 결혼 혹은 비혼을 고민하고 있나요?”입니다.
<We See>를 만든 팀 이름은 ‘프로젝트 We See’입니다. 프로젝트 We See는 미디어 전문매체 <PD저널>에서 미디어 전문 기자로서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기획과 취재를 했던 구보라와 이혜승, 두 사람이 만든 팀입니다. https://www.instagram.com/magazine.wes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