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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미술문화 비교

by 피터정

한국은 주로 서울의 인사동이나 전국의 특정한 지역에서 미술시장이 형성된다. 따라서 주택가나 작은 도시에서는 미술 관련 문화를 접하기가 어렵다. 이런 이유들로 미술관에 가려면 복잡한 도심으로 간다. 인기 있는 전시는 주말에 사람들로 붐빈다.


캘리포니아 LA지역을 다니며 작은 도시나 동네에도 작은 미술관이 많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그림과 액자를 취급하는 상점이 많다.


내가 자주 가는 패서디나의 거리와 규모가 작은 '버링턴 아케이드'에도 작은 미술관 같은 미술품전문샵이 있다. 갈 때마다 쇼윈도너머 그림구경하는 것도 일상이 되었다.

자주 지나치다 보니 한 가지 의문이 "자본주의 논리로 볼 때 수지타산이 맞을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선사업은 아닐 테니, 동네사람들이 그만큼 미술품을 사주기 때문에 운영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가와 업무지구를 끼고 있는 이 지역의 거리에는 특히 미술품 관련 상점이 많이 있다. 주변의 서점이나 앤틱샵에서도 합리적인 가격대의 그림 등을 판매한다.


대형미술관에 가면 뮤지엄샵이 있다. 대부분의 미술관은 소장품중심으로 그림이나 조각소품 관련상품을 판매한다. 예를 들면, LA더브로드 미술관에서는 제프쿤스의 풍선강아지 미니어처를 판다. 나는 앤디워홀의 팝아트작품 중 '캠벨수프 통조림그림'의 퍼즐상품을 구매했다.


이후 마트에서 실제로 판매하는 캠벨수프통조림을 보면서 실제 통조림보다 비싼 퍼즐그림의 가치가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화가가 직접그린 오리지널 작품은 유일한 것이니,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미술관에 있는 게 더 가치가 있다는 생각도 했다.


갤러리샵의 인기상품들은 그 미술관만의 정체성(identity)을 만들어주며, 미술관의 가치를 높여준다. 관객들은 '미술관의 소장품 원작'을 사지는 못해도 관련상품을 구매하여 사용함으로 작은 만족을 느낀다.


귀한 소장품이 많은 미술관이라고 반드시 문턱이 높은 것만은 아니다. 입장료가 무료인 곳도 많이 있다. 영국런던에서 공부할 때, 미술관과 박물관들이 학생은 무료이고 일반인도 입장료대신 자발적 '도네이션(donation)'을 하는 문화를 접하고 부러워했던 생각이 난다. LA에서도 더브로드, 게티 등의 대형미술관은 입장료가 없다. 관람료가 있는 노턴사이먼 미술관 등도 매월 1회 등 특정한 날을 정하여 무료로 개방한다.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조금만 신경 쓰면 많은 좋은 전시를 무료관람이 가능하다. 그런 날에 가보니 평소보다 사람이 많다.


한국은 최근 공식적인 선진국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여전히 행복지수는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그리고 각 나라별 중산층 척도에 대한 기준 중 한국은 '자산'이 가장 중요한 반면 주요 선진국들은 '일상의 경험'이 많다.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쉽게 자주 접하면 한국인들의 행복지수는 더 높아질 것이다. 그러려면, 문화예술의 접근이 쉬어야 한다.


미국의 미술관은 한국에 비하여 시니어와 커플들이 유난히 많이 보인다. 그리고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관객, 장애인과 함께하는 안내견도 자주 목격된다. 유모차에 아기를 태운 부모들을 볼 때 미술관의 문턱이 낮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람객뿐만 아니라, 자원 봉사자로 보이는 분들도 시니어가 많다. 직원은 유니폼을 입고, 자원봉사자는 자율복장이라서 구분이 되지만, 그들의 표정은 대부분 밝아 보인다. 아마도 그분들은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도슨트도 시니어가 많고, 이들의 설명을 경청하는 관객들도 시니어가 많다. 한국보다 관객과 관계자들의 연령층이 다양하다.



미국은 '도네이션(donation)' 문화가 발달해서인지, 기부자나 설립자의 이름을 사용하는 미술관이 많다. 그래서 사설이지만 '공공성'의 역할을 하는 대형미술관과 박물관이 많은 것 같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지기는 어려운 일이다.


부자와 아닌 자의 차이는 그들의 '거실에 걸린 그림가격의 차이'라는 서양에서 나온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에서 '부자든 아니든 집에 그림이 있다'는 것이 더 관심이 간다. 우리 집에도 미술관샵에서 구입한 이미테이션 그림이 여기저기 많이 붙어있다. 편하게 구입한 이미테이션작품도 가까이 접하며 현대이기에 가능한 특권을 누린다.


과거와 다르게 지금은 인쇄술과 첨단기술의 발달로,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들로 자신의 공간을 미술관으로 꾸며나가는 것을 일상에 끌어들일 수 있다.


미술관의 문턱과 국민들의 행복지수에 관한 연구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연구하지 않아도 예술적 경험은 실제로 삶의 질을 높일 것 같다.


사진 : 캘리포니아 패서디나 노턴사이먼 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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