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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미국에서 영어이름이 필요할 때

by 피터정

한국인이 미국에서 생활하며, 한국 이름만으로 생활하다 보면 가끔씩 불편할 때가 있다.


특히, 나처럼 한자 기반의 이름을 가진 경우에는 미국인들이 발음하거나 기억하기 더 어렵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한국인의 이름은 한자기반의 뜻을 담은 경우가 많다. 이름을 해석해 보면 대부분 좋은 의미다. 내 이름도 세상에서 빛이 나고, 복도 많이 받으라는 의미로 아버지께서 지어주셨다. 나의 형은 빛나고, 또 빛이 난다는 의미로 나와 돌림을 적용해서 이름이 지어졌다.


한국인들은 한글을 사용하지만 이름만큼은 한자 기반으로 지어지는 경우가 많다.


나는 내 이름과 그 의미를 기본적으로 좋아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생활하며 불편했던 경험이 몇 번 있다. 한 번은 LA의 그랜드센트럴마켓의 '에그슬럿(egg slut)'에서 음식을 주문했는데, 작은 문제를 경험했다. 메뉴를 주문받는 직원이 음식이 완성되면 이름을 불러준다고 이름을 적으라고 했다.


미국인 직원에게 내 이름이 어려울 것 같아서 '한국어 성'인 '정(jung)'만 적었다. 한참 지나도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데, 갑자기 "죤(john), (john)"하고 직원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다. 혹시나 해서 가보니 내가 주문한 음식과 'jung'이라는 메모가 음식에 같이 붙어있었다. 직원이 'jung'을 '정'으로 발음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 직원의 탓이 아니다.




이후부터는 같은 상황에서 나의 영어이름인 피터(peter)를 사용하니 같은 문제가 없어졌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를 강제성이 아닌 자율적으로 실천한 셈이다. 나처럼 가끔 미국에 머무는 입장인 사람은 영어이름이 있으면 유용할 것 같다. 특히 한국이름이 발음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더 필요할 것 같다.


내가 한국에서 근무했던 직장에서 수출팀 직원들은 자신의 한국이름과 유사한 영어이름을 사용했다. 그래서 나도 그들의 한국이름과 영어이름을 기억하기 좋았다. 예를 들어 한국이름이 김 재인 이면 'jane kim'이다. 그러나 모든 한국이름이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나의 영어이름을 지어보며 알게 되었다.


미국인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이름을 부르기를 좋아한다. 대통령에게는 '미스터 프레지던트(Mr. president)'라는 존칭이 포함된 직책을 사용하지만, 직장동료에게는 성을 제외하고 이름만을 부르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10살 많아도 같은 팀원이면, 'tom'이라고 부른다.


내가 자주 가는 마트에서 젊은 직원이 나이 들어 보이는 직원에게 "tom"이라고 불러서 가슴에 달고 있는 명찰은 보니 'tom'이 맞았다. 한국에서는 나이차이가 많으면,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차라리 성이나 성을 포함해 '아무개 씨'라고 부른다. 영어의 호칭 표현은 생각하기에 따라서 친근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의 한국이름을 연계하여 영어이름을 짓기에는 적절하지 않았다. 이런 경우에는 이름의 맨 앞자리를 따서, '홍 길동'이라면 '지디 홍(G D, Hong)'으로 짓거나 미국인들이 그렇게 쉽게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내 이름은 그것도 자연스럽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나의 한국이름과 관계없이 'peter jung'으로 지은 것이 내 영어이름이 '피터(peter)'가 된 이유다. 한국이름과 연계는 없지만 '피터팬과 베드로'가 연상되는 이름이라서 기억하기 쉽고 좋은 의미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최근 내가 브런치작가로 선정되고 필명을 '피터정(peter jung)'으로 정한 후, 영어이름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나의 영어이름이 또 어떤 상황을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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