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굿즈를 처음 접한 것은 두 아들이 어릴 때 맥도널드에서였다. 가족이 주말에 외식을 하려고 하면, 아이들은 "뭐 먹을 거야?"라고 물어본다. 아내와 내가 메뉴를 알려주면, 아이들은 맥도널드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한 끼에 두 번 외식을 한 적도 있다. 얼마 후 아이들이 맥도널드에 가자고 하는 이유가 음식보다는 굿즈 때문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굿즈(Goods)'란 포괄적으로 상품이라는 뜻으로 영어 'goods'에서 유래한 말이다. '스타성'과 관련되어 있고 그 이미지 등이 포함된 각종 물건을 뜻한다. 이 글에서 굿즈는 전문제조업에서 기획부터 생산 및 판매하는 상품이 아닌, 비제조업의 지적재산권이 주체가 되어 위탁 제조하여 판매하는 상품으로 정의한다. 이런 굿즈는 해외에서 시작해서, 국내에서도 특정 스타 및 캐릭터 등과 관련된 상품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에서 규모가 큰 미술관을 가보면 아트샵이 1층 입구에 있다. 대부분의 아트샵들은 미술관의 규모와 비례한다. 내가 가본 한국미술관의 아트샵은 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가장 규모가 크다. 미국 LA에서 내가 가본 미술관의 아트샵은 '게티, 더브로드 그리고 라크마'가 가장 규모가 크고 굿즈도 독특했다. 작은 엽서크기의 원작프린팅 굿즈를 사가지고 집에 와서 액자에 넣으면 명화가 된다. 퍼즐굿즈는 맞추어 가는 과정에서 원작에 대한 학습효과뿐만 아니라, 완성하면 성취감을 느끼게 해 준다. 이외 미니어처 같은 조각품굿즈는 개인 공간의 격을 높여준다. 그리고 구매한 미술관을 기억하게 해 준다.
미국의 많은 미술관이 무료로 입장하는 곳이라, 입장료대신 굿즈를 구매하는 것에 부담이 없다. 대부분의 아트샵 굿즈는 원작대비 최소가격이지만 제작비보다 부가가치는 높다.
할리우드의 메인로드에서 '라인프렌즈 스퀘어(Line Friends Square) 매장'을 발견하고 반가웠다. 규모도 크고 미국적인 정서를 반영한 굿즈가 많다. 한국인에게 친숙한 캐릭터들이 미국시장에 진출한 것을 보니 앞으로도 잘되면 좋겠다.
한국에서 굿즈열풍을 일으킨 스타벅스는 미국보다는 한국이 더 활성화된 느낌이다. 한국에는 없고 미국에만 있는 마트체인 '트레이더조'는 자체적 디자인 굿즈인 에코백이 인기다. 그래서 거리에서 이곳의 에코백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디자인이 다양하고 가격도 1~10달러 정도로 판매한다. 만약 한국의 유명마트에서 자신들의 에코백을 판매한다면 어떨지 궁금해진다.
굿즈산업은 '스타성과 이에 호응하는 구매자가 결정적 요인'이겠지만, 미술관의 경우는 '전시와 소장하고 있는 아카이브'에서 결정된다.
또한 최근 K-POP의 인기로 관련음반과 굿즈의 역직구가 증가하고 있는 현상도 기회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끝으로, 한국의 미술관샵 굿즈들에게 "좋은 작품이 좋은 굿즈를 만든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사진 : LA 더브로드 미술관아트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