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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족의 영어이름 만들기

Once upon a time in London

by 피터정

우리 가족은 나와 아내 그리고 5살 터울의 두 아들, 이렇게 4명이다.


큰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때, 우리 가족은 나의 대학원 공부를 위하여 영국의 런던으로 떠났다.


영국은 가을부터 학교를 시작하기 때문에 큰아들은 한국의 초등학교1학년 1학기만 마치고, 영국에서 초등학교(primary school)에 입학해야 했다. 내가 다닐 대학원은 1 존(zone)이지만, 집은 4 존(zone)인 뉴몰든(new maldon)이었다. 집 근처 공립초등학교에 입학을 위하여 교장선생님과 면담을 했다.


영국의 교육제도는 초등학교는 6년 과정이지만 만 5세부터 입학한다. 아들은 만 7세이니 3학년에 입학할지 아니면 1학년이나 2학년으로 입학할지를 선택해야 했다.


심사숙고 끝에 나이에 맞게 3학년에 입학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입학서류를 작성하며 고민이 생겼다. 아들의 영어이름을 결정해야 했다. 나의 영어이름인 피터(peter)로 결정해서, 입학서류를 제출했다. 이렇게 큰 아들의 영어이름은 피터 주니어(peter junieor)가 되었다.


영국에서 살려면, 주민등록증인 그린카드(green card)도 만들어야 한다. 이어서 은행계좌 개설 등의 이유로 가족모두 영어이름이 필요할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서 아내에게 큰아들은 영어이름을 피터(peter)로 지었다고 말했다. 아내와 작은아들의 이름만 지으면 되니 같이 생각해 보기로 했다.


참고로, 나의 영어이름인 피터(peter)는 실제로 내 한국이름과 전혀 연계성이 없다. 일반적으로 영어이름을 지을 때는 한글의 영문 이니셜(initial)을 따서 짓지만 그 또한 자연스럽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 이름과 연계성은 없지만 '피터팬과 베드로'가 연상되는 피터(peter)로 지은 것이다. 나름대로 기억하기 쉽고 좋은 의미의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이후 아내와 많은 영어이름의 후보 안을 만들었다. 가족의 이름이니 어느 정도 공통점과 가족의 정체성(identity)도 있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우리 가족은 모두 기독교인이고 나와 큰아들이 피터(peter)와 피터 주니어(peter junior)니, 작은아들은 폴(paul), 아내는 메리(mary)로 결정했다. 베드로, 바울, 마리아인 셈이다.


이렇게 피터, 폴 앤 메리(Peter, Paul and Mary)라는 가족의 영어이름으로 우리 가족은 런던의 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우리 가족이 각자의 영어이름이 익숙해질 무렵, 미국에서 60,70년대까지 활동한 3인조 포크 음악그룹인 피터, 폴 앤 메리(Peter, Paul and Mary)와 같은 이름이라는 것이 생각났다. 처음부터 음악그룹의 이름을 생각하고 가족의 이름을 지은 것이 아니라서 우연이지만 신기했다.


LA도심의 독립서점인 '라스트북(Last Book)' LP코너에서 에서 우연히 '피터, 폴 앤 메리'의 LP를 발견하고 그때의 추억을 떠올렸다. 그리고, 지금도 가끔 그들의 음악이 어디선가 들리면, 그때의 기억을 소환하며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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