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에 서점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여행지에서도 의미 있는 서점이 있으면 들러본다. 서울 광화문과 강남 등의 교보문고, 영풍문고 종각 종로본점 등은 자주 간다. 속초의 동아서점, 문우당서림 등은 여행 가서 가보고 알라딘 중고서점들도 절판본 등을 찾으러 간다.
파주출판단지에 종이의 고향이라는 뜻의 지지향 (紙之鄕)은 전시등 행사에 참가하거나 드라이브 겸 간다. 천정까지 10미터는 넘을 것 같은 공간까지 책으로 채워진 넓은 공간은 카페와 함께 특별한 휴식 같은 경험을 준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머물면서도 다양한 서점을 경험했다. 대형서점 체인인 '반디 앤 루니스' 글렌데일 갤러리아점과 파머스마켓이 있는 더그로브점은 그 규모가 크다. 미국은 쇼핑몰 등 대부분이 한국대비 크지만 서점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3층규모의 단독건물로 실내가 하나의 공간으로 설계되어 더 크게 느껴진다. 양방향 에스컬레이터로 오르내리다 보면 서점이 아닌 백화점 같다.
일본의 망가(Manga, 만화) 코너가 크게 있고,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하여 한강작가의 특집코너가 마련된 것을 보니 반가웠다. 규모에 비하여 책이 많은 것 같지는 않아서 여유롭고, 전망 좋은 큰 창가에 책을 읽을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큰 북카페 같은 공간이라 책을 읽기도 좋다.
패서디나의 브로만스 북스토어(Vroman's Bookstore)는 1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서점으로 집에서 걸어갈 정도로 가깝다. 그래서 자주 가는데, 2층규모의 대형서점으로 겉만 보면 그냥 지나칠 정도로 소박한 외관이다. 클래식한 카페도 같이 운영하고 한국책 코너가 있을 정도로 큰 규모로, 지역의 터줏대감 같은 느낌이다.
반디 앤 루니스가 한국의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같다면, 브로만스 북스토어는 속초의 동아서점, 문우당서림 같다.
LA도심에서 재미있는 서점을 발견했다. 상호가 '더 라스트북 스토어(The Last Bookstore)인데, 작은 독립서점에서 출발해서 2009년 현재의 위치로 크게 확장한 대형 독립 서점이다. 신간과 중고 서적, 레코드판 등을 판매한다. 상호명처럼, 마지막까지 독립서점을 유지할 것 같은 결의가 느껴진다. 건물외관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이 지역은 전철역도 가까운 상업지라 유동인구가 많지만, 대략 100여 년은 되었을 것 같은 고층건물들이 즐비하다. 그중 하나의 건물로 내부는 일반서점과 다르게 독특한 볼거리들이 많다. 내부는 대부분 책을 이용해 특별하게 꾸며져 있는데, 책으로 길게 만들어진 책터널을 통과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서점 2층에는 예술가들의 작은 전시 공간과 기념품 및 빈티지 제품을 판매하는 코너가 있다.
나로서는 새로운 경험이다.
이곳을 보니 부산여행에서 가보았던 보수동 중고서점들과 알라딘 중고서점 그리고 서울의 최인아 책방이 생각난다. 이들은 내가 생각하는 한국의 독특한 서점들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최근 한국에 기존의 형식과 다른 서점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주로 독립서점들로, 대부분 작은 규모이거나 북카페를 함께 운영한다. 전자출판도 점점 늘어나니 서점은 그 규모와 상관없이 책만으로는 경영이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카페나 굿즈판매등을 병행하기도 한다. 서점의 경영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서점은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에도 미국의 '더 라스트북 스토어(The Last Bookstore)'처럼 소규모 독립서점으로 출발해서 지역의 명소로 발전하는 서점들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